동성 성추행 의혹 외교관, 주요국 총영사로 또 보낸 외교부

| 중앙일보 2020. 7. 30.자 기사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3년 전 발생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으로 외교부와 사법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통화에서 언급됐고, 문 대통령은 저신다 아던 총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성 간이든동성 간이든 강제추행은 국내에서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부녀’로 한정했던 피해자를 ‘사람’으로 확대하면서 동성 간 강제추행도 성립할 수 있게 됐다.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되면 성폭력 특례법 10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굿로이어스)는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적용되는 법조문이나 법정형은 동일하다”며 “가해자가 상사이고 피해자가 하급직원이었으면 강제추행에 대해 저항하거나 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고, 양형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때 성추행 의혹

해외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처리가 복잡해진다. 뉴질랜드 방송인 뉴스허브는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가해자로 한국 외교관 A씨를 피해자를 뉴질랜드 국적의 직원이라고 전했다. A씨는 2017년 말 뉴질랜드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의 동성 부하 직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등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법원은 올해 2월 28일 A씨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아던 총리는 28일 통화에서 A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까지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련 사건은 현지 수사기관이 범죄인 인도 등의 절차를 밟아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형법상 ‘속지주의(자국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자국 형법을 적용)’와 ‘속인주의(자국 영역을 불문하고 자국민에게 자국법을 적용)’를 모두 채택하고 있는 만큼 한국 수사기관에서도 A씨의 성추행 혐의가 인정돼야 신병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 당사자는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 근무 중

이와 관련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는 29일(현지시간) “경찰이 피해고소인에게 외교관 A씨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A씨의 인도 요청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A씨가 자발적으로 뉴질랜드로 들어오지 않는 한 진전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A씨는 2018년 뉴질랜드를 떠나 현재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한국 외교부는 A씨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지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며, 뉴질랜드 경찰의 대사관 내 폐쇄회로(CC)TV 등 자료 제공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수사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매도당하고 있는 만큼 범죄인 인도 청구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혹 규명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며 “2013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도 폐지됐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동성 성추행 의혹 외교관, 주요국 총영사로 또 보낸 외교부

☞ 상세한 내용은 아래 클릭

     기사 원문보기 ▶ 동성 성추행 의혹 외교관, 주요국 총영사로 또 보낸 외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