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구·경북 1호 형사전문변호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압수·수색·검증: 영장주의 예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20회차]

‘압수·수색·검증: 영장주의 예외’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1절 수사의 방식

제2절 임의수사

제3절 강제수사

1.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영장주의

2. 강제수사의 종류

(2) 영장주의 예외

무영장 압수·수색·검증으로는, 형사소송법 제113조(공판정 압수·수색), 제108조(공판정 임의제출물 압수),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체포·긴급체포·현행범체포·구속시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2호(체포·긴급체포·현행범체포·구속시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행 장소에서의 압수·수색·검증),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긴급체포된 자의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2항, 제3항(변사체 검시 중 긴급 검증), 형사소송법 제218조(동의에 의한 압수)가 있다.

이 중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2호의 것과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과 같이 체포와 부대 또는 관련한 압수는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법 제217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과 같이 범행 장소에서의 압수는 항상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가) 제216조 제1항 제1호 - 체포·구속현장에서의 피의자수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통상체포)·제200조의3(긴급체포)·제201조(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체포)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해 인정하는 처분에 불과하므로 체포나 구속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만 허용된다.(각주 1)

이 규정은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피의자를 추적하던 중 피의자를 따라 주거·건조물 등에 들어가는 것은 체포·구속 자체에 해당하고,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각주 2)

사인이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갈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서는 법문이 분명히 수색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한정하였기에 수색의 필요성이나 긴급성의 요청상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각주 3)

피의자체포가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각주 4) 피의자가 들어가 있을 개연성, 즉 발견혐의만 있으면 된다.(각주 5) 다만 피의자·피고인 아닌 자에 대한 수색의 기본권침해는 피의자·피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대한 것이므로 발견혐의도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예컨대 피의자 소재에 대한 목격자의 정보제공 등)에 근거해야 한다.(각주 6)

사후에도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없다.(각주 7)

(나) 제216조 제1항 제2호 -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

1)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통상체포)·제200조의3(긴급체포)·제201조(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체포)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제216조 제1항 제2호).

2) 이 조문의 성질과 관련하여서는, 긴급행위설(緊急行爲說)(각주 8)과 부수처분설(附隨處分說)(각주 9)의 대립이 있다.

긴급행위설은 본호의 예외는 피의자가 체포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할지 모르는 무기를 제거하거나 피의자가 증거를 은폐·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부수처분설은 수사상 기본권 침해의 가장 강력한 형태인 신체구속이 적법하게 허용되는 경우이므로 이에 수반하는 보다 경미한 비밀 또는 소유권의 침해도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각주 10)

그러나 부수처분설은 대인적 강제처분과 대물적 강제처분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를 강조할 경우 중요 압수물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경우 경한 여죄로 체포하면서 부수적으로 압수의 강제처분을 조장할 위험이 있어 적어도 현재의 우리 수사현실을 감안하면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어서 필자는 찬동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긴급한 경우 피의자의 저항 흉기 등을 압수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긴급행위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체포가 종료된 후 상당 시간이 흐른 후 수색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수색하는 행위 등은 금지될 것이다.

3) 체포가 착수되었다면 설령 그 후 체포가 실패하더라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체포가 현실로 성공한 경우에 한하여 압수·수색을 허용할 경우 체포의 성공이라는 불확실 조건에 의존하여 긴급행위를 자제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예외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이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피의자가 현장에 있고, 체포의 착수가 있기만 하면 가능하다고 해야 한다(逮捕着手說).

반면, 체포가 현실로 성공한 경우에 한정하는 견해(現實逮捕 限定說)(각주 11)의 논거는, 긴급행위설에 서더라도 일단 체포가 실패한 경우 경찰관의 안전이 우려되거나 피의자가 증거를 파괴, 은닉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거의 없으므로 일단 피의자가 도주한 경우라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함이 타당하고,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할 경우) 및 제217조 제1항(긴급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 사후영장 발부를 조건으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아도 되었던 제216조 제1항의 체포현장의 의미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두 번째 논거는 이제 설득력이 없어졌다. 개정 형사소송법(각주 12) 제217조 제2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 또는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제216조 제1항 제2호의 압수·수색도 이제 사후 영장을 청구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 제216조 제3항 - 범행 장소에서의 압수·수색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법 제216조 제3항).

이 예외는 현행범 체포에 실패한 경우 발생할 범죄 상황에 긴급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의 보충적 성격만을 갖는다.(각주 13)

(라) 제217조 제1항 - 긴급체포시의 압수·수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에 따라 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법 제217조 제1항 내지 제3항).

종래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은 “긴급체포할 수 있는 자의 소유,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기간 내에 영장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영장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있는 기간을 한정해 놓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실제로 “긴급체포된 자”로 축소해석해야 한다는 비판에 따라 개정되었다. 이제 이 조항의 의미는 긴급체포된 경우 체포현장이 아니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한 헌법적 평가로는, 긴급체포 자체가 사후 체포영장에 의해 통제되지 않음에도 긴급체포의 경우 영장 없는 대물적 강제처분도 인정하는 것은 영장주의를 사실상 형해 화시켜 위헌의 소지가 있고, 체포영장의 제약에서 해방된 긴급체포제도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의 제약도 풀어주는 것은 수사편의적 사고이며, 긴급체포의 경우에는 헌법상의 근거(제12조 제3항 단서)라도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의 긴급압수·수색은 헌법적 근거가 모호하므로 장차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다.(각주 14)

(마) 제218조 - 임의제출물 압수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법 제218조).

동의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자발적 동의 여부는 제출자의 나이, 교육정도, 지능, 정신적 및 육체상태, 체포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제출자가 동의를 할 수 있는 정신능력이 부족하였거나, 수사기관의 기망이나 협박이 있었던 경우, 영장이 없으면서도 영장이 있다고 속여 동의를 받은 경우, 혈액채취의 목적을 속이고 다른 목적에 사용할 용도라고 고지한 경우, 동의하지 않으면 차량을 압수하겠다고 말하여 동의를 받은 경우는 모두 본조의 자발성 요건을 결한 하자 있는 동의에 터 잡은 제출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각주 15)

자발적 동의를 위한 전제로 수사기관의 피의자에 대한 제출거부권 고지도 필요할 것이다.

영국의 '실무규정'(Codes of Practice)에서도 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압수·수색에 대한 동의의 의무가 없고 압수된 물건들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음을 고지한 후 피의자가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 동의에 기초한 수색을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주 16) 수사기관과 피의자의 관계, 임의제출물 압수규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고려할 때 인신에 대한 강제처분의 경우와 같이 반드시 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여야만 진정한 자발성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이와 같이 수집된 증거라야 임의의 증거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할 것이어서 수사기관의 고지의무를 인정할 것이다. (각주 17)

현재 수사실무상 증거물을 임의제출하는 피의자들의 심리상태는 양형에서 수사비협조로 인식되어 중벌을 받거나 혹은 신병단계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될까 두려워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임의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이는 바, 위와 같이 고지의무를 명문화하고 불제출로 인한 양형 불이익을 주는 실무가 개선될 수 있어야만 본조가 의욕하는 진정한 자발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특수논점 - 수사상 강제채혈

특수한 문제로 수사상 강제채혈이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로 타인을 사망하게 하고 본인도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상태에 빠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운전자에 대해 신고를 받고 따라온 경찰관이 음주운전 여부를 수사하기 위하여 의사를 통하여 혈액을 긴급채혈 하였으나, 당시 영장이 없었고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경우 적법한 수사인가(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가), 또는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경우 채혈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있는가(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및 독수독과이론, 희석이론)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다.

(가) 영장 없는 채혈의 가부

1) 종래의 논의

위와 유사한 사례에서 경찰이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였으나, 운전자는 당시 긴급 체포된 상태가 아니었고 또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자가 도망의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긴급체포의 요건도 아니며, 응급실은 범행 장소가 아니고, 환자는 아직 살아 있으므로 변사자에 준해 볼 수도 없으므로 종래 법원은 요건불비로 기각하였다. 즉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주 18) 이 같은 법리적 문제로 인해 실무상 필요성 또는 관행은 위법수집증거와 관련하여 논의가 되어왔다.

2) 종래 논의를 뒤집는 최근의 판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도로교통법이 음주운전의 제1차적 수사방법으로 규정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 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 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혈중알코올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단서, 형사소송규칙 제58조, 제10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사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각주 19)

이 판결은 예외적으로 영장 없는 압수가 가능한 경우를 소개하였으나, 결과에 있어서는 이 사건 채혈이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주취운전자 정황보고서 등의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고, 피고인의 자백 외에 달리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보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각주 20)

(나) 적합한 영장의 문제

채혈과 관련하여, 1) 신체검사로 볼 경우 검증(檢證)영장, 2) 혈액을 분석하는 일은 전문적 식견을 요한다고 볼 경우 감정(鑑定)영장, 3) 신체검사와 감정이 혼합된 것으로 볼 경우 검증영장과 감정처분허가장의 병용(檢證·鑑定), 4) 신체로부터의 혈액분리는 수색이고 분리된 혈액의 점유취득은 압수로 볼 경우 압수·수색영장(押收·搜索), 5) 압수·수색영장과 감정처분허가장(押收·搜索·鑑定)모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최고재판소는 소변을 신체로부터 강제 분리하는 행위를 압수·수색으로 보았다. (각주 21)

이에 대하여 앞서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감정처분허가장도 가능하며, 압수 영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혈액을 취득·보관하는 행위는 법원으로부터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 제173조 제1항에 의한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도 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1항에 정한 압수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고, 압수의 방법에 의하는 경우 혈액의 취득을 위하여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는 혈액의 압수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에 정한 ‘압수영장의 집행에 있어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각주 22)

이로써 감정영장 및 압수영장을 모두 발부받을 경우 실무상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거나, 그 성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하나의 영장만이 가능하므로 그 성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다툼은 의미가 없어졌다. 둘 중 하나만 발부받으면 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다) 영장 기재요소

영장기재의 요소로,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필요하다. 그 정도는 수사개시의 요건인 구체적 범죄혐의보다는 강하고 구속영장에 필요한 현저한 범죄혐의보다는 약한 정도로 봄이 타당하며, 대상자의 혈액 그 자체의 특성이나 혈액 속에 함유된 다른 물질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대상자의 혈액 속에 찾고자 하는 증거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때의 가능성은 높은 개연성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혈액이 갖는 정보의 다양성과 인권침해 가능성에 비추어 강제채혈로 입증하려는 범죄가 중대해야 할 것이다. (각주 23)

(라) 예외요건 미충족의 불법채혈과 증거능력

1) 대법원은 영장 없는 채혈을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즉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 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 장소에 준하여 허용하고, 이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 그렇다면 피의자가 술 냄새가 강하게 나지 않는 경우여서 바로 위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고, 또 당사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영장 없이 채혈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적법한 수사인가.

종래의 논의 및 대법원의 태도를 모두 보더라도 이 경우는 적법하지 않은 강제수사가 된다. 따라서 강제채혈 자체가 위법하므로 그로 인한 혈액 및 감정결과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종래 우리 판례는 비진술증거인 증거물에 관하여는 압수절차가 위법이라 하더라도 물건 자체에 성질·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그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였으나,(각주 24)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위법수집증거배제의 명문규정에 따라 증거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3) 다만, 이 같은 경우라도 ‘적법절차’의 의미를 헌법상의 기본권인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변호인의 조력권(헌법 제12조 제4항, 제5항), 영장주의(헌법 제12조 제3항),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3항)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즉 중대절차침해에 국한) 비로소 위법수집증거로 보아야 하므로, 증거수집절차의 하자가 경미하여 본질적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수집증거로 볼 수 없고, 채혈의 위법성이 있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각주 25)

이 견해는 의식 잃은 만취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에 대해서, 호흡측정이 불가능하므로 달리 혈액검사 이외에 달리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마땅한 방법이 없고, 교통사고 피해자는 물론 본인의 피해회복을 위하여 음주운전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필요성이 매우 크며,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이 병원응급실에서 의료진에 의해 이루어졌고 채혈량도 소량에 그친 것으로 운전자의 신체를 해칠 위험성도 거의 없으며, 수사기관의 긴급채혈은 이를 허용하는 법 규정의 불비에서 비롯된 것일 뿐 필요성과 당위성이 현저하다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4) 이에 대해서는 향후 학계에서 더 깊이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필자는 위와 같은 급진적 증거허용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다는 이유로 증거수집의 방식과 관련하여 법에도 없는 예외방식을 허용할 경우 더 이상 강제수사법정주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영장주의 위배가 중대절차위반이 아니라 할 수도 없다. 인신보호의 핵심적 제도는 바로 영장주의이다. 만약 영장주의 위배 사안마저도 중대절차위반이 아니라 보아 파생증거에 대해 증거로 삼을 경우 그것은 강제수사법정주의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증거재판주의로 이어지면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본권 보장, 자의적 수사 억제의 이념을 일시에 도미노 식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대법원이 허용하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하는 입법(각주 26) 전까지는 일체 그 같은 불법적 압수·수색·검증은 금지되어야 하며 증거로 채택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각주 27)

나아가 이렇게 수집된 혈액을 감정하여 얻은 감정서 등의 별도 증거도 독수독과이론(각주 28) 에 따라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된 것(각주 29)으로 볼 수 없는 한 역시 증거능력을 상실시켜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입장도 같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원칙적으로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각주 30)

「헌법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위와 같은 법리는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그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원칙적으로 그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각주 31))

< 각주 >

1)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9판, 법문사, 2013, 242면.

2)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9판, 법문사, 2013, 242면.

3)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65면.

4) 백형구, 형사소송법, 법원사, 2012, 92면;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9판, 법문사, 2013, 242면; 배종대/이상돈/정승환/이주원, 신형사소송법, 제5판, 홍문사, 2013, 199면.

5) 임동규, 형사소송법, 제9판, 법문사, 2013, 242면; 배종대/이상돈/정승환/이주원, 신형사소송법, 제5판, 홍문사, 2013, 199면.

6) 배종대/이상돈/정승환/이주원, 신형사소송법, 제5판, 홍문사, 2013, 199면.

7) 백형구, 형사소송법, 법원사, 2012, 92면.

8)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318면; 차용석/최용성, 형사소송법, 제4판, 21세기사, 2013, 254-255면;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67-768면. 조국 교수는 영국 PACE. art. 32 (1)-(2)가 긴급행위설과 같은 입법으로 보고 있다. 「체포에 기초한 수색(search upon arrest)은 체포된 자가 자기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경우 가능하며, 또한 체포된 자가 합법적으로 인신구속되어 있는 타인의 도주를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나 관련 범죄의 증거일 수 있는 물건에 대한 수색이 가능하다」

9)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293면.

10) 부수처분설로 해석될 수 있는 미국 판례로는, United States v. Robinson, 414 U.S. 218 (1973). 「상당한 이유에 기초한 합법적인 인신구속적 체포가 있었다면 그 체포에 수반한 수색을 위하여 별도의 정당화가 필요하지 않다」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67면 참조).

11)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69면.

12) 법률 제8496호, 2007. 6. 1, 일부개정.

13)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71면.

14)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71-772면.

15)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73면.

16) Code of Practice for the Searching of Premises by Police Officers and Seizure of Property Found by Police Officers on Persons or Premises, para. 4.2.(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76면 참조).

17) 조국,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비교형사법연구」제5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775면. 같은 논문에서 소개되고 있는 同旨의 미국 판례로는, United States v. Griffin, 530 F.2d 739 (7th Cir. 1976).

18) 김하중, “수사상 강제채혈의 법적 문제점과 해결방안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중심으로-”, 「법조」 57권 9호. 법조협회, 2008, 6-7면.

19)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20) 이러한 대법원의 결론에 대하여, 법률신문, 판례평석, “의식없는 음주운전자로부터 채혈한 혈액 감정서의 증거능력-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2014. 3. 17.자, 13면에서 형사정책연구원의 김영규 부장검사는, 본 판례는 사전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긴급채혈을 허용하고, 법적 근거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의한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수색임을 밝히면서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시한 점에 의미가 있으나,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채혈임에도 법원으로부터 사후적 허가장의 성질을 갖는 사후 영장이 기각되어 발부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혈액채취가 소급하여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 대상 판결에 따라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채혈한 다음 사후압수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긴급성‧현행범성 등 요건충족에 대한 견해차이, 특히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에 대한 해석상 차이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기각되어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긴급채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영장이 기각된 때에는 채혈 자체가 위법이나, 요건을 갖춘 적법한 긴급채혈에 대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한 경우에는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나아가 김영규 검사는 사후영장의 부당 기각에 대한 해결책으로, (1) 법원의 사후영장기각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에게 혈액을 반환하면서 사전 영장에 의하여 그 혈액을 다시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형식으로 재압수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2) 사후영장이 기각되어 채취한 혈액을 즉시 반환(법 제217조 제3항)해야 할 때 이미 혈액 감정이 완료된 경우 감정을 하고 남은 혈액을 계속 보관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즉시 반환하되, 혈액을 기초로 하여 취득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공판간계에서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판에서 긴급채혈 자체의 적법성 여부를 ‘채혈시’를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그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긴급채혈이어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하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채혈 자체가 적법하므로 혈액 감정서도 적법한 채혈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독수독과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21) 日本最高裁判所1980. 10. 23, 刑集34-5, 300.

22)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23) 김하중, “수사상 강제채혈의 법적 문제점과 해결방안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중심으로-”, 「법조」 57권 9호. 법조협회, 2008, 29면.

24) 대법원 1968. 9. 17, 선고 68도932 판결;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초88 결정.

25) 김하중, “수사상 강제채혈의 법적 문제점과 해결방안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중심으로-”, 「법조」 57권 9호. 법조협회, 2008, 31-32면. 이 견해는 형식적인 절차규정의 위반이 있을 경우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절차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행위와 회피가능성, 절차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6) 김하중, “수사상 강제채혈의 법적 문제점과 해결방안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제채혈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중심으로-”, 「법조」 57권 9호. 법조협회, 2008, 41면에서는 독일 형사소송법 제81조a를 예시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89조a[신체검사-혈액표본] ① 소송절차상 중요한 사실확인을 위하여 피의자에 대한 신체검사(Köperliche Untersuchung)를 명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검사목적으로 의사에 의하여 의술에 따라 수행되는 혈액표본 채취 및 기타 체내검사(Köperliche Eingriffe)는 피의자의 건강을 손상할 우려가 없다면 피의자의 승낙이 없어도 허용된다. ② 전항의 명령은 법관이 할 수 있으며, 신체검사를 지체하는 경우 그 성과의 저해가 우려되는 때에는 검사와 그 보조인인 공무원도 할 수 있다. ③ 피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표본 기타 신체조직은 그 채취의 근거가 되는 형사절차 또는 다른 계속 중인 형사절차의 수행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이러한 표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27) 同旨 김봉수, “‘재량적’위법수집증거배제(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왜 유독 ‘비진술증거’에 대해서만 ‘재량적 배제’를 인정하려 하는가? - ”, 「비교형사법연구」11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9, 205-208면.

28)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2094 판결.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5항,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제213조의2, 제308조의2를 종합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위법행위를 기초로 하여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는 당해 증거뿐 아니라 그에 터 잡아 획득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2] 위법한 강제연행 상태에서 호흡측정 방법에 의한 음주측정을 한 다음 강제연행 상태로부터 시간적·장소적으로 단절되었다고 볼 수도 없고 피의자의 심적 상태 또한 강제연행 상태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대한 탄핵을 하기 위하여 스스로 혈액채취 방법에 의한 측정을 할 것을 요구하여 혈액채취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위법한 체포 상태에 의한 영향이 완전하게 배제되고 피의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확실하게 보장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개입되지 않은 이상 불법체포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러한 혈액채취에 의한 측정 결과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수사기관이 위법한 체포 상태를 이용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

29)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로는,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526 판결. 「사전에 구속영장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구속영장을 집행하고, 그 구속 중 수집한 피고인의 진술증거 중 피고인의 제1심 법정진술은, 피고인이 구속집행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청구한 구속적부심사의 심문 당시 구속영장을 제시받은 바 있어 그 이후에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구속 이후 원심에 이르기까지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의 청구를 통하여 구속집행절차의 위법성만을 다투었을 뿐, 그 구속 중 이루어진 진술증거의 임의성이나 신빙성에 대하여는 전혀 다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과의 충분한 상의를 거친 후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자백한 것이라면,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30) 본 주제에서 제시된 대상판결에 대해 직접 비판적인 견해는 앞선 각주에서 김영규 부장검사의 것을 소개한 바 있고, 최근의 비판적 견해로는 대한변협신문, 판례평석, “영장주의 예외로서 강제채혈의 요건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2015. 3. 16, 12면 참조.

노명선 교수는 판례평석을 통해 본 판결이 1)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준 현행범성), 2)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에서 사고 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범죄 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어서(준 범죄현장성), 3)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방법의 상당성, 최소성),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정당하고 수사현실의 어려움과 혈액에 대한 긴급보전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4) 반드시 사후영장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례가 준현행범임을 전제로 시간적, 장소적 근접성을 요건으로 하면서도 ‘범죄현장’의 압수에 준해서(법 제216조 제3항) 일률적으로 사후영장을 요구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감정 후 바로 폐기처분하여 더 이상 ‘계속’ 압수할 필요성이 없는 혈액에 대해서까지 반드시 사후영장을 요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은 계속 압수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 지체 없이 영장을 청구)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피의자의 의식이 돌아오면 바로 도주할 수 있으므로 체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에 준해서(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계속’ 압수의 필요성에 따라 사후영장의 필요여부를 판단(법 제217조 제2항)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고, 향후 강제채혈을 형사소송법상 명문으로 긴급대물처분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31)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2109 판결도 그 사안은 거의 같으며, 피고인이 아닌 동서로부터 채혈동의를 받았으며, 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사건이었다. 피고인이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응급실로 호송되자, 출동한 경찰관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또는 검증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동서로부터 채혈동의를 받고 의사로 하여금 채혈을 하도록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피고인의 혈액을 이용한 혈중알콜농도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정당하고, 음주운전자에 대한 채혈에 관하여 영장주의를 요구할 경우 증거가치가 없게 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후송된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의 목적으로 의료진에게 요청하여 혈액을 채취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구 도로교통법(2009. 4. 1. 법률 제9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상으로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수사와 변호’를 통해 ‘압수·수색·검증: 영장주의 예외’ 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영장심사, 구속영장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처리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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