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에서 다수의 형사사건을 처리해 온 천주현 박사(대구·경북 1호 형사전문변호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영상녹화의 활성화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26회차]

‘영상녹화의 활성화①’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1절 과학수사와 디지털증거

제2절 영상녹화의 활성화

1. 영상녹화물의 의의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반영하고 수사과정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영상녹화물에 관한 일련의 규정을 마련하였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새로이 규정한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그 진술을 영상녹화하여 기록해 놓은 것을 말한다.(각주 1)

피의자신문의 경우에 영상녹화는 수사기관의 재량에 의하지만(법 제244조의2 제1항) 참고인진술청취의 경우에는 참고인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영상녹화를 할 수 없다(법 제221조 제1항).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 녹화하여 기록해 놓은 것을 ‘영상녹화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 이외의 사람이 본인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을 영상 녹화해 놓은 기록물은 영상녹화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경우를 가리켜서 별도로 ‘비디오테이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법 제292조의3).(각주 2)

2. 영상녹화물의 장·단점

장점으로는, 실체적 진실발견에 유용,(각주 3) 사건관계인의 인권보호에 기여, 수사의 효율성 확보, 피의자진술의 임의성 유무 등에 관한 사후확인가능성, 수사기관의 선진화 및 형사절차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각주 4)할 수 있다.(각주 5)

단점으로는, 소송지연 및 공판중심주의의 형해화, 조작의 위험,(각주 6)(각주 7) 법관에 대한 올바른 심증형성을 방해할 위험성, 사실상 진술거부권 형해화, 수사기관의 본증화 시도, 조서의 사실상 대체화로 조서작성방식 위배사례 속출, 소위 ‘chilling effect’의 가능성(각주 8) 등을 들 수 있다.

3. 도입 배경

영상녹화물에 관한 규정의 신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판례와 관련이 깊다. 대법원은 2004년의 판례변경을 통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법관 면전에서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여야만 그 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하였고,(각주 9)이를 통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 요건을 크게 강화하였다.(각주 10)

이러한 판례의 태도변화와 관련하여 검찰실무에서는 실질적 진정성립의 증명과 관련하여 검사 면전의 피의자신문과정을 영상 녹화하여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방법이 모색되었고, 심지어 조서의 작성이라는 번거로움을 배제하고 처음부터 검사 면전의 피의자신문 내용을 영상으로 녹화하여 그 영상녹화물만을 증거로 제출하자는 제안도 나오게 되었다.(각주 11)

엄격한 절차를 거쳐 작성된 조서임에도 불구하고 우월한 신뢰도를 부여하기는커녕 불신의 대상으로 삼아 증거적 기능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오히려 다른 입증수단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어서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조서를 작성치 않고 그 진술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영상녹화물을 선택하는 것은 그러한 진술이 있었음을 입증하는데 있어서 조서보다 더 확실하고 우수한 입증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이를 탓할 이유가 없고, 형사소송법은 수사절차에서 어떠한 진술이 행해졌음을 입증하는 수단으로서 조서, 진술서 등 서면뿐만 아니라 녹음테이프 등 다양한 수단을 등장시키고 있으므로 증거제출의 권한과 책임을 부담하는 검사는 그 다양한 방법 중에서 구체적 사건에 따라 영상녹화물 등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그 선택에 의하여 입증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았다면 책임도 검사가 지면 된다는 주장이었다.(각주 12)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찬반양론이 대립하던 중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절충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각주 13) 따라서 우리나라의 영상녹화물 규정 입법은 투명한 수사와 이로 인한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입법된 외국의 경우와는 다른 입법배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입법경과를 보면,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2005. 4. 23. 최초 안에는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진술조서 및 진술서 등에 대하여 모두 원칙적으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거나 증거사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가지도록 하는 한편, 영상녹화물을 처음으로 형사소송법에 도입하여 별개의 규정을 두면서 피의자신문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조서에 준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상실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반발에 부딪쳐 최종 법무부 개정안에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같이 ‘성립의 진정’을 증거능력부여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 복구 되었고, 영상녹화물은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법 제312조 제2항), 아울러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법 제318조의2 제2항).(각주 14)

4. 수사기관 영상녹화물의 근거규정

가.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 할 수 있다(법 제244조의2 제1항 1문). 이 경우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 하여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1항 2문).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2항). 이 경우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3항).

나. 참고인진술의 영상녹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고 이 경우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 할 수 있다(법 제221조 제1항 2문).

5. 획득절차

가.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

(1) 검사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을 조사함에 있어 피의자 등의 진술이 공소사실 입증에 반드시 필요하고, 사안의 중대성, 죄질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진술번복 가능성이 있거나 조서의 진정성립, 진술의 임의성, 특신상태 등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면 조서작성과 병행하여 영상녹화를 실시하고(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 제3조 제1항), 피의자 등을 조사함에 있어 다른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 입증이 가능한 경우 또는 불기소 사건의 경우에는 사건의 특성, 조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조서작성 없이 피의자 등의 조사과정을 영상녹화 할 수 있다(동 지침 제3조 제2항).

(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은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사실대로 녹화하여 재생시킬 수 있는 과학적 증거방법이지만 조작의 위험 때문에 법은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의 절차를 법정하고 있다(법 제244조의2).(각주 15)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 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 하여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1항 2문).

피의자에게 미리 영상녹화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족하며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경우에도 사전 동의를 요건으로 한다면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실체진실규명이 좌우될 개연성이 커 부당하고, 조서의 경우 피의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는 것과도 배치되므로, 결국 동의를 실시요건으로 할 경우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증거확보수단이 결정되는 모순이 발생하여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나아가 영상녹화물에 녹화된 피의자의 영상은 오로지 증거로만 사용되는 것이므로 피의자의 초상권 침해와도 관련이 없고, 피의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외국 입법례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각주 16)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이란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되어 피의자가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한다(규칙 제134조의2 제3항). 따라서 당해 조사에서 그 일부분만을 선별하여 영상녹화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에 최초의 조사부터 모든 조사과정을 영상녹화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각주 17)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2항). 다만, 디지털 파일 생성 방식으로 영상녹화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디지털 파일형태가 아니라 생성된 영상녹화물이 최초로 저장된 매체를 원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에 봉인하면 족하다고 해야 한다.(각주 18) 이 경우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해야 한다(법 제244조의2 제3항).(각주 19)

(3) 변호인의 참여 여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피의자신문과 그 범위가 중복되는 경우 수사기관의 선택에 따라서 그 권리의 존부가 좌우될 수 없는 점, 변호인에게 내용에 대한 이의진술권이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영상녹화조사만을 할 때에도 피의자 신문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참여권이 보장된다고 해석된다.

일단 변호인이 참여할 경우 공판에서 이 영상녹화물의 획득과정 또는 진술의 임의성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므로, 조사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이의하고 조사완료 후 이의한 사정을 조서 말미 등에 기재하여 두어야 한다.

(4) 영상녹화조사의 주체를 피의자신문과 마찬가지로 검사에 한정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현재 영상녹화조사의 주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기존의 조서와 달리 영상녹화물은 허위녹화의 우려가 매우 낮은 것은 맞다. 그러나 피의자에 대한 영상녹화조사는 피의자신문에 준하는 수사방법으로 인정되고 있고 그 결과물인 영상녹화물의 증거가치가 매우 높은 점, 형사소송법이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갖춘 검사를 피의자신문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점,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 등을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수사의 주체인 검사가 영상녹화를 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다만 피의자신문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영상녹화 전 과정에 참여할 필요는 없고 조사과정을 주재하되 핵심사항을 질문하는 등 주도성을 가지면 족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각주 20)

나. 참고인진술의 영상녹화

(1) 참고인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아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할 수 있으며(법 제221조 제1항 2문), 참고인을 조사하는 경우에도 수사과정을 기록해야 하는 것은 피의자신문의 경우와 같다(법 제244조의4 제3항). 다만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에 있어서는 참고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점에서 피의자 진술의 영상녹화의 경우와 구별된다.

(2)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성폭법 제30조 제1항). 제1항에 따른 영상물 녹화는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가해자가 친권자 중 일방인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동법 제30조 제2항).

다. 영상녹화의 독립성 문제(각주 21)

통상 피의자에 대한 영상녹화조사는 피의자신문과 동시에 영상녹화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경우 영상녹화조사가 피의자신문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수사방법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문제된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에게 ‘피의자신문’이라는 하나의 수사방법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하되 그 결과인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영상녹화물의 2가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인지(부수절차설), 또는 수사기관에게 ‘피의자신문’과 ‘영상녹화조사’ 2가지의 수사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인지(독립적 수사방법설)에 대해 논의가 있고, 특히 검찰(檢察)에서는 독립적 수사방법설을 취하면서 독립된 증거능력이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1) 부수절차설(附隨節次說)은 영상녹화조사를 피의자신문에 부수된 절차로 이해하여, 영상녹화조사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며 참여제도 등 피의자신문이 요구하는 법적 절차를 모두 준수해야 한다고 해석하며, 더 나아가 영상녹화조사의 결과물인 영상녹화물에 관하여도 본증으로서의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부인하게 된다.

이 견해는 ①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제244조가 유지되고 있는데, 동조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의무가 인정되는 점, ② 입법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의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한 조문 안이 삭제된 점, ③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2항의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는 영상녹화물은 탄핵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인 점에 비추어 독립적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한 점, ④ 영상녹화물이 심증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다하여 이른바 ‘극장재판’이 될 우려(각주 22)가 있는 등 공판중심주의에 역행하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

(2) 독립적 수사방법설(獨立搜査方法說)은 영상녹화조사를 피의자신문과 독립된 의미를 가진 수사방법으로 이해하여 피의자신문조서와는 별도로 영상녹화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하며, 피의자신문이 요구하는 참여제도 등의 법적 절차에서도 자유롭다고 해석한다.

이 견해는 ①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1항의 조서작성 의무규정은 증거능력을 부여받기 위한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수사절차상 직권성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은 필요한 수사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점, ② 입법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의 독자적 증거능력을 인정한 조문만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나 독자적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조문도 없는 점에 비추어 결국 영상녹화물의 성질에 대한 일반이론에 의하여 해결함이 상당한 점, ③ 제318조의2 제2항은 탄핵증거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탄핵증거와 무관하게 기억환기용 자료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규정으로 신문보조수단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점, ④ 영상녹화물은 조서작성시 오류개입과 협박 내지 강압에 의한 허위기재를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술자의 진술태도나 어조 신문방식과 대화내용을 모두 공판에서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는 점 등을 논거로 한다.

(3) 대법원은 부수절차설(附隨節次說)과 영상녹화물의 독립적 증거능력을 부정(獨立的 證據能力 否定)하는 전설(前說)을 취하였다.

「 (1)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제221조 제1항에서 수사기관은 피의자 아닌 자(이하 ‘참고인’이라 한다)의 동의를 얻어 그의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하면서도, 제312조 제4항에서 위 영상녹화물과 별도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참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작성됨을 전제로 하여 영상녹화물로 그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또는 참고인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한 제318조의2 제1항과 별도로 제318조의2 제2항을 두어 참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참고인이 진술함에 있어서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참고인에게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참고인의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은, 성폭법 제30조 제1항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본서에서 ‘아청법’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및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에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성폭법 제30조 제6항 및 아청법 제26조 제6항에서 위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일정한 성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할 경우에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영상물 녹화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의 진술을 영상물로 녹화할 의무를 수사기관에 부여하고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그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과 다르다.

이와 같이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없던 수사기관에 의한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를 새로 정하면서 그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 내용을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청법 제26조 제6항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도5041(각주 23) 판결)

생각건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 제1항이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 녹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수사기관에게 영상녹화조사 여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영상녹화제도가 피의자신문과는 별개의 절차로 진행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어차피 영상녹화물에 대해 독립적 증거능력을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우리 입법자의 결단이라면 굳이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의무를 피해 영상녹화물 만을 제출하겠다는 것은 조서작성방식의 엄격성을 회피하여 증거능력 없는 녹화물 만을 내어 증거조사방식을 번거롭게 하고 재판의 지연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므로, 결국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에 병행하여 할 수 있는 부수절차설이 타당하고 녹화물의 독립적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각주 24)

< 각주 >

1)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74면; 신동운, 간추린 신형사소송법, 제5판, 법문사, 2013, 402-403면.

2)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74면; 신동운, 간추린 신형사소송법, 제5판, 법문사, 2013, 403면.

3) 종래 조서에 의한 수사는 근본적으로 조서작성시의 오류개입과 협박 내지 강압에 의한 허위기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피의자신문시 영상녹화를 한다면 수사기관의 의도로 진술자의 진술내용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동수사시 확보할 수 있는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최초진술의 증거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정웅석, “피의자신문의 영상녹화에 관한 연구”, 「법조」57권 10호, 법조협회, 2008. 10, 4면).

4) 피의자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윽박지르기나 회유 등은 녹화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전자조사실·전자법정 등 현대 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형사사법제도의 운영을 위해 획기적인 전기도 마련될 수 있다(정웅석, “피의자신문의 영상녹화에 관한 연구”, 「법조」57권 10호, 법조협회, 2008. 10, 5면).

5) 미국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지적하였다고 한다. 1. 피의자의 행동징후를 분석하는 데 도움, 2. 피의자의 부인과 진술의 비일관성을 기록, 3. 수사관들의 조사나 신문기법을 향상, 4. 미란다 권리의 고지사실과 피의자의 미란다 권리 포기사실을 기록, 5. 신문 중 피의자의 표정을 기록, 6. 수사관들의 기억을 환기시켜 재판에서의 증언에 대비, 7. 자백의 자발성을 기록한다는 내용이다｛법무부,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 이렇게 바뀝니다(선진형사사법제도 입법관련 Q&A).", 2010. 10, 69면 참조｝.

6) 영상녹화물 자체가 가지는 편견 제공의 우려, 촬영자나 편집자의 일방적인 영향력 및 촬영이나 편집기법에 따른 조장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더욱이 피의자가 경찰이나 검찰청에 입장한 후 조사가 개시되기 직전까지 사이 또는 조사 종료 직후 다음 조사 일까지 사이에 전화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피의자에게 가해진 회유·협박·강박 등 그 진술의 임의성을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테이프에 기록될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서보학, “피의자진술의 비디오녹화 도입에 따른 법정책적 검토 및 재판상 증거능력”, 「수사연구」, 수사연구사, 2004. 4. 26면).

7) 이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보면, 현행 형사소송법상 영상녹화제도는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모두 녹화하도록 하고 있으며(법 제244조의2), 검사 또는 수사관이 영상녹화를 종료한 때에는 그 내용이 저장된 영상녹화물(CD, DVD 등) 2개를 제작하여 사건번호, 죄명, 피의자 등의 성명이 기재된 라벨지를 그 표면에 부착한 후, 피의자 등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받고, 영상녹화물 1개는 피의자 등 또는 변호인 앞에서 봉인한 후, 봉인한 봉투 겉면에 피의자 등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받아 기록과 별도로 보관하고, 나머지 1개는 봉인 없이 기록에 첨부하여 수사 등에 활용하게 되며(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 제9조 제1항 및 제2항), 생성된 영상녹화물에 대한 편집이나 내용변경은 엄격히 금지되며(동지침 제9조 제4항), 검사는 수사 중 기록에 첨부된 영상녹화물의 위·변조 주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당 피의자 등 또는 변호인의 참석 하에 봉인된 영상녹화물을 개봉할 수 있을 뿐이어서(동 지침 제15조 제1항), 봉인된 영상녹화물이 조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현재 과학기술의 발달로 설사 영상녹화물이 조작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그 조작 여부까지도 쉽게 판별할 수 있으므로 영상녹화물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법무부,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 이렇게 바뀝니다(선진형사사법제도 입법관련 Q&A).", 2010. 10, 74면 참조｝.

8) 진술의 녹음·녹화 시실을 알고 있는 피의자로 하여금 얼어붙게 만들어서 침묵을 선택하도록 하는 효과를 말한다(하태훈, “미국 수사과정 영상녹화제도와 영상녹화테이프의 증거능력”, 「비교형사법연구」8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6, 457-458면).

9)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판결.

10)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74-975면;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18면, 926면 각 참조.

11)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75면.

12) 이완규, “개정 형사소송법상 조서와 영상녹화물”, 「비교형사법연구」9권 2호, 2007, 164-166면.

13)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75면.

14) 이완규, “개정 형사소송법상 조서와 영상녹화물”, 「비교형사법연구」9권 2호, 2007, 190-191면;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919-920면.

15)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36면 참조.

16) 법무부,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 이렇게 바뀝니다(선진형사사법제도 입법관련 Q&A).", 2010. 10, 76면 참조.

17) 법무부, 개정 형사소송법, 2007, 124면.

18) 법원행정처, 새로운 형사재판의 이해, 2008, 110면.

19)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37면 참조.

20) 법률신문, 연구논단, “독립적 수사방법으로서의 영상녹화조사”, 2010. 6. 3.

21) 아래 논의는 법률신문, 연구논단, “독립적 수사방법으로서의 영상녹화조사”, 2010. 6. 3.을 주로 참고하였음

22)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법원 측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허용하면 법정이 영상녹화물을 재생하는 극장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공판중심주의에 반하고, 법원 업무량의 폭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영상녹화물의 증거사용을 반대하여 검찰의 독립된 증거능력 부여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2010년 12월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한 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러한 우려가 없음을 설명하였다. 즉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원진술자의 법정진술이 가능할 경우 공판정 진술이 우선적으로 증거로 사용되게 되고, 조서 또한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어 있으므로 모든 사건에서 조서가 우선적으로 증거로 사용되나, 다만 영상녹화물의 재생이 필요한 경우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진술이 다른 일부 사건만 해당될 것이고(수사기관에서 자백, 공판정에서 부인시), 그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북마크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재생하여 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어서, 모든 재판이 영상녹화물을 재생하기만 하는 극장재판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이다｛법무부,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 이렇게 바뀝니다(선진형사사법제도 입법관련 Q&A).", 2010. 10, 73면 참조｝.

23)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하면서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증거에 부동의 하자, 1심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살인방조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여 무죄선고, 2심도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이상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작성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만을 독자적인 증거로 쓸 수 없고, 그 녹취록 또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위 영상녹화물의 내용을 그대로 녹취한 것이므로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 영상녹화물 및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아니한 제1심의 증거결정이 위법하다는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사례.

24) 이에 대하여 백형구 변호사는 위 대법원 2012도5041 판결의 평석에서, 대법원의 태도는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참고인 진술이 영상녹화 되어 제출되었고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면, 이는 실체진실 발견과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영상녹화물 만에 대한 우리 형사소송법의 증거능력 규정을 제313조 제1항 본문으로 보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참고인이 출석하여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할 경우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 때 성립의 진정은 진술과 녹음의 일치를 의미하며, 진정성립이 인정될 경우 자필 또는 서명·날인은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니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법률신문, 판례평석,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도5041 판결-”, 2014. 10. 23, 11면 참조).

이상으로 대구형사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수사와 변호’를 통해 ‘영상녹화의 활성화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 절도, 강도, 강도상해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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