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내사단계 변호권 행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36회차]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내사단계 변호권 행사’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6장 수사서류의 증거법상 기능

제7장 수사의 객체

제2편 변호

제1장 변호인 제도

제2장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

제1절 서 론

앞서 제1장에서 변호인이 형사소송법상 어떤 지위에 있으며, 기본적 권한으로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필자가 방어권의 핵심전제라고 보고 있는 기록 열람·등사권, 피의자신문참여권에 대해서는 최신의 흐름까지 정리하면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제2장에서는 내사단계, 수사단계, 신병결정단계, 공판준비단계를 거치는 구체적 단계마다의 변호권 행사의 모습과 강화방안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다만 내사단계의 변호권은 피의자에 대한 일반적 변호권 행사에 비해 상세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특성을 감안하여야 한다.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검토될 수 있다. 내사단계에서의 피내사자에 대한 변호권의 보장, 피의자신문시의 변호인참여,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권,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의 실질화 방안, 국선변호의 확대 등이다.(각주 1) 이 중에서 내사단계에서의 피내사자에 대한 변호권의 보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제는 앞서 제1장에서 상세히 살핀 바 있다.

제2절 내사단계 변호권 행사

1. 내사의 개념

구체적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에 나가기 전 단계를 내사단계라고 한다. 내사는 수사가 개시되는 형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수사의 개시와 관련하여 보면, 현행범 체포, 여죄발견과 같은 자기체험적 수사단서의 경우에는 곧바로 수사가 개시되고, 또 고소·고발, 자수의 경우와 같은 타인체험적 수사단서의 경우 내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시 수사가 개시되고 피고소인은 피의자의 지위를 갖게 되지만, 그 외의 수사단서의 경우에는 바로 수사가 개시되지 않고 수사기관의 범죄인지에 의해 비로소 수사가 개시된다. 그 이전 단계를 내사단계(內査段階)라고 한다.(각주 2)

따라서 내사란 수사에 앞서 풍문, 익명의 제보 등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아감이 적합한지 확인하는 내부적 조사절차라고 볼 수 있다. 내사단계에서는 아직 본격적 피의자조사나 참고인조사, 압수·수색 등 정식의 수사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소문의 진위 파악, 정보의 근원지 조사, 사실 확인을 위한 탐문 등의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각주 3)

이와 같이 내사는 수사의 단서로서의 범죄혐의의 유무를 발견하고 결정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며, 형식적으로는 정식수사의 개시 이전의 활동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사실상의 수사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각주 4) 여기서 피내사자에게도 변호권이 보장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 내사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각주 5)

내사에 대한 근거 규정으로는 검찰사건사무규칙, 범죄수사규칙, 경찰 내사 처리규칙, 인권보호수사준칙이 있다.

검사는 범죄에 관한 신문 등 출판물의 기사, 익명의 신고 또는 풍설, 첩보의 입수 등으로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내사사건으로 수리하고(검찰사건사무규칙 제141조 제1항), 경찰관은 범죄에 관한 신문, 출판물, 방송, 인터넷, 익명의 신고, 풍설 등이 있어 내사가 필요한 때에는 수사부서장의 지휘를 받아 내사하여야 한다(범죄수사규칙 제28조).

2. 내사단계 변호권 행사

피내사자단계에 있을 뿐 아직 피의자 신분이 아닌 경우 변호인의 선임이 허락될 것인가.

내사단계에서는 내사의 객체는 수사의 객체인 피의자가 아니고 단지 피내사자이며, 따라서 피내사자에게는 형식적으로는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인정되고 있는 일반적인 방어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내사의 은밀성과 비공개성으로 인한 형평성과 상당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불러오고 사실상의 수사활동에 해당하여 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 내사는 법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사실상의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남용될 소지가 많다는 점, 내사도 수사와 연계되어 광의의 형사소송절차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어서 형사소송전반에 적용되는 지도원리로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하며,(각주 6) 형사소송의 지도원리를 따라 내사의 조건도 수사의 조건과 동일하게 요구된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인 점, 피내사자는 적어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주관적 범죄혐의를 받고 있어 용의자와 피의자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각주 7) 피내사자에게 원칙적으로 일반시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한도 내에서 그 권리를 보호받는데 그치는 정도의 보호만을 할 경우 내사기관의 자의적 조사에 의해서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방어권조차 가질 수 없는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타당하지 않은 해석으로 봐야 한다.(각주 8)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피내사자의 신분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도 형사절차상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 즉, 피의자가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기본권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만약 ‘입건’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느냐 여부에 따라 내사와 수사를 구분할 경우 상대적으로 피내사자가 법상의 절차권을 보장받을 여지가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形式說). 따라서 범죄인지보고서 또는 범죄사건부에 등재하는 등 수사기관의 내부적 절차인 ‘입건’ 여부를 기준으로 내사와 수사를 구별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구별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이 실질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면 이미 내사단계를 넘어 수사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實質說)(각주 9). 대법원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이때에 범죄를 인지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뒤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여 사건수리절차를 밟은 때에 비로소 범죄를 인지하였다고 볼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여 실질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각주 10)

따라서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진 경우 입건 여부에 관계없이 변호인은 변호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에 선임계를 제출할 수 있고, 비록 참고인조사의 명목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실질적으로 피내사자 신분에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며 조사의 성격 자체가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수사의 성질을 띠고 있다면 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며, 참여한 변호인은 피내사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점을 고지해 줄 수 있고, 부당한 수사가 이어질 경우 이의할 수 있으며 수사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인정이 당연한 전제가 되므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에게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연행된 피내사자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여 피내사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인정하고 있다.(각주 11)

다만 경찰이 범죄수사 목적이 아니고 강제력이 수반된 경우도 아닌 방식으로 범죄예방활동 또는 단순한 정보수집활동을 한 것에 지나지 않다면 이 경우는 형사변호인이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각주 12)

< 각주 >

1) 권오걸,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방안”, 「법학연구」제18집, 한국법학회, 2005. 6, 227면.

2) 권오걸,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방안”, 「법학연구」제18집, 한국법학회, 2005. 6, 228면;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00면.

3) 권오걸,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방안”, 「법학연구」제18집, 한국법학회, 2005. 6, 228면.

4) 권오걸,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방안”, 「법학연구」제18집, 한국법학회, 2005. 6, 228면.

5) 수사기관은 내사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은 언론보도, 익명이나 가공인물의 신고·제보, 풍문 등으로 범죄정보를 입수하였을 때에는 그 신빙성 유무를 신중하게 검토하여 내사의 착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신고·제보에 의하여 내사에 착수하려고 할 때에는 신고자·제보자와 피내사자의 관계, 신고·제보의 동기 등을 면밀히 살펴 그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하며, 범죄정보 자체의 신빙성이 없거나 명백히 내사의 가치가 없는 정보에 의하여 내사·수사를 진행하여서는 아니 된다(인권보호수사준칙 제11조). 내사한 결과 범죄혐의가 없다고 인정되면 신속히 내사를 종결함으로써 피내사자가 불안정한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 부당히 내사를 부당하게 장기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동 준칙 제12조).

6) 권오걸, “수사절차로서의 내사에 대한 고찰”, 「형사법연구」제15호, 한국형사법학회, 2001. 6, 270면.

7) 권오걸, “수사절차로서의 내사에 대한 고찰”, 「형사법연구」제15호, 한국형사법학회, 2001. 6, 244면.

8) 권오걸, “수사절차에서의 변호권의 확대방안”, 「법학연구」제18집, 한국법학회, 2005. 6, 228면. 228-229면; 권오걸, “수사절차로서의 내사에 대한 고찰”, 「형사법연구」제15호, 한국형사법학회, 2001. 6, 241면.

9) 황문규, “개정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수사개시권 및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내용과 한계”, 「형사정책연구」제22권 제3호(통권 제87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1, 235-236면.

10)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대법원 1989. 6. 20, 선고 89도648 판결.

11) 대법원 1996. 6. 3, 선고 96모18 결정.

12) 단순한 내사활동은 대외적인 효력이 없는 수사기관의 내부적 사건처리방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내사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종결처분을 하더라도 진정인은 재정신청(대법원 1991. 11. 5, 선고 91모68 결정)이나 헌법소원(헌법재판소 1990. 12. 26, 선고 89헌마277 결정)을 제기할 수 없다. 또한 형사 입건된 피의자와 달리 내사단계에서의 조사대상자는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의한 증거보전을 청구할 수도 없다(대법원 1979. 6. 12, 선고 79도792 판결; 광주고등법원 1979. 3. 8, 선고 78노440판결. “형사입건되기 전의 증거보전은 있을 수 없고, 실시하여도 증거법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황문규, “개정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수사개시권 및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내용과 한계”, 「형사정책연구」제22권 제3호(통권 제87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1, 236면; 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36면 참조}.

이상으로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해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내사단계 변호권 행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공무상비밀누설, 선거방해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