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성범죄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영장실질심사 개선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40회차]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영장실질심사 개선점’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6장 수사서류의 증거법상 기능

제7장 수사의 객체

제2편 변호

제1장 변호인 제도

제2장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

제1절 서론

제2절 내사단계 변호권 행사

제3절 수사단계 변호권 행사

제4절 신병결정단계 변호권 행사

라. 영장실질심사 개선점

위에서 불구속수사(재판)원칙이 왜 타당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의 현실적 실현이란 점에서도 조명해 보았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불구속재판을 위해 수사 중 구속시키는 총 피의자 수가 급감했음을 볼 수 있어 종래의 문제점이 큰 그림 하에서는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과 같은 아쉬운 점을 추가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구속절차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1) 변호인에 의한 피의자신문절차 부재

영장실질심사는 원칙적으로 판사에 의해 직권 진행된다. 따라서 실제 영장심사에 변호인으로 참여하였더라도 법관은 피의자에게 범죄사실을 낭독한 후 인정하는지를 묻고, 주거가 어디인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를 물은 후 변호인에게 의견진술기회를 주고 심문기일을 대체로 조기 종결한다.

물론 재판장이 직권으로 상당시간을 할애하여 기록을 토대로 피의자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고, 변호인 역시 사전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한 후 의견서 기재 내용을 장시간 구술 변론할 수 있기는 하나, 아쉬운 것은 변호인에 의한 피의자신문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함으로 인하여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을 통해 현출시키고 싶었던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대로 현출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즉, 상세한 인부, 부인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경위, 방법에 있어 범죄사실과 구체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인지, 피해변제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조만간 어떤 방법으로 변제가 가능할 것인지, 고소인과의 관계는 어떠하며 고소내용 중 불순한 동기에 기인한 것은 무엇인지, 수사과정상 진술획득방법이 위법한 것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사실과 다르게 진술기재된 것은 무엇인지, 구속시 초래될 수 있는 막대한 피해는 무엇이며 그것이 피해변제에 어떠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사회적 유대관계는 어떠하며 다급한 가정사 또는 신변문제는 무엇이어서 구속되어서는 안 되는지, 추가로 어떠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어 불구속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받으며 재판을 받고자 하는지 등에 대해서이다.

(2) 수사기록 열람·등사의 현실적 어려움

(가) 열람·등사 그 자체의 어려움

체포피의자의 경우 48시간 이내 곧바로 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청구사실을 변호인이 통지받은 시점에는 이미 영장실질심사일이 너무나 목전이다. 영장심사를 대비하기 위해 피의자로부터 그간의 수사내용을 듣고 통지된 영장 범죄사실만을 토대로 변론을 준비하기란 대단히 어려우므로 변호인은 기록열람·등사가 시급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록열람·등사신청을 법원에 할 경우 법원은 아직 기록이 검찰에서 넘어오지 않았다거나 넘어왔다 하더라도 영장법관이 기록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제때에 기록을 등사할 수 없다. 검찰에 기록열람등사신청을 하더라도 민원실을 경유하여 수사검사실에 등사신청시 위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겪게 됨은 물론 나아가 수사상 이유로 등사가 거부되거나, 이미 법원에 기록이 송부되었다는 사실을 통지받기도 한다. 설사 등사가 허락된다 하더라도 기록 전체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 부분만 등사하여 주기 때문에 올바른 변론이 되기 어렵다. 심지어 피의자신문조서 조차도 등사는 불허하고, 열람만 허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열람·등사 범위의 문제점

판단하는 법관은 전체기록을 숙지하고 있는데, 변호인은 고소장, 참고인진술조서 등 고소인의 주장요지, 계좌내역 등 객관적 증거자료, 수사보고서 등 수사기관의 자기보고적 보고서조차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미흡한 상태에서 영장심문을 준비한다면 이는 패착의 기본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 변론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구속적부심을 준비 중인 피의자 및 변호인에게조차 기록 전체를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모조리 등사 거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으므로 영장실질심사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이제는 검찰에 기록등사를 신청해 볼 근거라도 생겼지만, 종래에는 위와 같은 사정으로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통지된 영장 범죄사실만을 토대로 변론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등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완전한 변론이 되기 힘든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영장을 기각시키기 위해서는 만연히 피의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변명하여서 될 것이 아니다. 고소인의 주장 및 객관적 증거에 상세반박 할 수 있고, 반증자료를 충분히 제출할 때에만 비로소 법관은 혐의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심증을 가질 수 있고,(각주 1) 그렇다면 이와 같이 다툴 여지와 용의가 있는 피의자라면 도주하지 않을 것이란 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준비를 하도록 방어권을 보장해 주어야겠다는 점에까지 생각이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충실한 변론을 위해서 변호인의 기록전체 열람·등사권은 최대한의 분량으로 가장 신속히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다) 개선책

위와 같은 문제점은 미체포피의자(사전구속영장)의 경우라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차피 예고 없이 신속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청구사실을 통지받은 시점부터 영장심문기일까지는 불과 수일 이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체포 피의자와는 수차 만나 수사변호관계로 사건파악이 어느 정도 되어 있고, 피의자의 회사관계자 또는 가족 등과도 연락이 닿는다는 점, 검찰에 제출한 변호인의견서가 존재할 경우 영장심사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마저도 미체포 피의자가 수사 중 이미 당 변호인을 선임하여 둔 상태에 국한한 이야기다. 따라서 만약 검찰수사변호인은 따로 있고, 영장심사를 대비해서는 법관 출신 변호사를 새로 선임한 경우 영장심사에 들어가는 변호인은 미리부터 활동하고 있던 변호인으로부터 다급히 검찰에 그간 제출된 기록을 신속히 입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구속영장의 심사를 위해 충분한 변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검찰은 애초부터 법원에 기록 2부를 제출하고, 변호인은 그에 맞는 복사비용 등을 지급하고 즉시 법원으로부터 기록 1부를 수령하는 방향 등 극단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인의 변론권 행사가 단순히 개인의 영업에 불과하다면 그 같은 수고는 당연히 사치이나,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국가기관의 일(사무)로 보아야 한다면 위와 같은 조치에 일응 수긍이 될 수도 있다. 충분한 변론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는 나라, 세밀한 심사 끝에 신병의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국가, 한 사람의 억울한 구속도 없는 사회야말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사법모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늘 이상 또는 법의 정신과 실무가 어긋나는 불일치 현상에 대해 주목해야만 한다.

(3) 구속영장 발부기준 문제

구속영장발부기준은 주거부정,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위험이다. 각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숙고해야 함은 구속제도 부분(제1편 제3장 제3절 2.의 나.항 참조)에서 기술한 바 있으나, 바람직한 운용방향을 위해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 추가로 비판키로 하며, 이러한 건설적 논의를 시작으로 향후 구속법리가 지속적으로 발전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럴 때에만 인신구속과 관련한 국가 사법기능에 대해 국민적 신뢰가 형성될 것이고, 법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도 자리 잡을 것이다.

인신구속의 문제에 대해 실체재판에 부수하는 2차적 의미로만 바라보는 법조계 내부의 인식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의 변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봄이 맞다.(각주 2)

(가) 도주우려

실무상 가장 문제되고 흔한 사유이다. 통상 법정형이 높은 사건의 경우 “중형예상, 도주우려”라는 이유만을 기재한 후 영장을 발부하는 관행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찰은 검찰대로 영장심사 단계에서부터 미리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사를 통제하거나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며 불만을 갖고 있으나, 변호인으로서는 ‘미리부터 유죄예단을 갖고 실형이 선고될 사건이라느니, 중형이 선고될 사건이라느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그것에 대한 확신은 본안 법관이 할 일이다.(각주 3)

특히 부인사건의 경우라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데 부인까지 하는 것을 볼 때 도주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예단해 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왜곡된 단순 도식이라고 본다. 본안에서 다투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미리부터 배제한 것이고, 유죄선고의 예상 또는 심지어 중형선고의 예상이 있더라도 반드시 모든 피의자가 도주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도주우려 자체가 영장발부사유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라 실형선고 또는 중형선고 예상을 곧바로 도주우려로 직결시키는 판단은 대단히 성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이 점에서 현재의 실무는 다소 극단적 판단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증거인멸 위험

실무상 부인하고 있으며 참고인들이 피의자의 회사직원 등일 경우, 진술을 짜 맞추거나 회계장부 등을 은닉·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 증거인멸의 위험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진술번복 또는 회유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그것은 신속히 참고인 조사를 마쳐두지 않았던 수사기관의 수사미숙에 터 잡은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 참고인 조사에서도 동의를 전제로 영상녹화를 할 수 있고, 허위진술에 대해 범인도피 또는 위계 공무집행방해를 고지함으로써 고의로 진술을 바꾸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세련된 수사방식이라 할 것이어서 피의자와 참고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바로 구속사유로 삼아 피의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봐야 한다.

물적 증거의 은닉·훼손의 염려가 있다는 것도 그러하다. 미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기관의 잘못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피의자가 은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증거인멸의 위험 속에는 많은 경우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는 점이 전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인하는 피의자는 항상 증거를 인멸할 생각만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기에도 바쁘다. 따라서 지나친 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범죄의 은밀성과 참고인 진술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증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범죄 군이 있다. 바로 부패범죄이고, 타당한 구속건도 많을 것이다. 부패범죄는 수사의 시작부터 재판을 거쳐 집행이 완료되기까지 어려움이 산적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부패범죄는 우선 범죄의 은밀성 및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적발하기 쉽지 않고, 주요 참고인(공여자 및 관계인)이 보복이 두려워 범죄의 내용을 자세히 진술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각주 4) 기소시 수사기록이 외부에 노출되면 관련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여 진술을 못하게 하거나 진술을 번복하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각주 5) 이런 이유로 부패범죄의 경우 부패범죄 척결의 필요성과 피해의 성격을 고려하여 일정 금액 이상을 수수한 경우 반드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예정하고 있고, 실제 구속율도 일반범죄보다 상당히 높다. 2009년의 경우 전체 범죄자 중 구속기소율은 34%인데, 뇌물수뢰 피의자 537명 중 309명은 구속 기소되어 구속율이 57.5%인 점을 보면 구속율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각주 6)

요컨대,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범죄 군에 대해서는 증가하는 구속사유에 대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고, 세계적으로도 부패범죄에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세계적 기준에 부응하는 것일 뿐 역행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하겠으나, 일반범죄에까지 증거인멸의 위험을 추측하여 영장을 남발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4) 충실한 이유기재 필요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때 통상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또는 “범죄혐의 인정되고”, 또는 “범죄혐의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기재하고, 기각할 때에는 ‘구속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혹은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이고 짧은 이유기재는 검찰이나 피의자에게 실제로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아서, 검찰은 어느 부분이 미진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피의자는 왜 구속돼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범죄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혐의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맞지 않는 일로 보아 오히려 간단한 이유만을 기재하는 것일 수 있으나, 향후에는 구체적 사유를 밝혀 검찰과 피의자 모두를 납득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고, 원님 재판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어서 장래에는 대법원 재판예규 등에 구속영장 이유기재 방법을 상세하게 정립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각주 7) 그래야만 장차 영장발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향상되고, 방어권 보장에 충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맞출 수 없다는 점에서 ‘로또영장’이란 비판적 신조어가 있다.

(5) 문제 있는 변론방식

변호인 중 상당수가 영장심사를 대비해 하는 첫 번째 일은, 뜻밖에도 법률전문가답게 법리대응을 하거나 증거의 수집·제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피해회복 노력이다.(각주 8)

이에는 (가) 공탁 또는 피해금 송금의 방법, (나) 공정증서를 작성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실 변제는 아니나 그 약속조치를 취하는 방식, (다) 피해자가 피의자 운영 회사라면 회사의 통장에 피해금을 입금하여 피해변제가 되게 하여 그 즉시 잔고증명원을 제출하고, 그 후 피의자는 돈을 임의로 빼내는 방식, (라) 피해액이 천문학적이란 점을 강조하고, 피의자의 사업계획과 사업진척도가 상당에 달하여 현 시점에서 피의자가 구속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추가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고 고소인의 피해금도 전혀 변제할 수 없을 것이기에 석방시켜 사회활동을 하며 사업을 성공시켜 변제할 기회를 달라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 법원에서는 (나)의 방식은 실제 변제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또 언제든 근저당을 상호 양해 하 말소할 것으로 보고 피해변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다)의 방식은 설령 운 좋게 그것으로 법관의 눈을 속여 영장기각을 시킨다 하더라도, 수사검사에 의해 다시 재영장이 청구될 운명에 놓이는 것으로 종국적으로는 피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행위이다. 위 두 사례는 결국 변호사의 윤리 문제이며, 택할 방법이 아니다. (라)의 방식은 피해확산을 두려워한 법관이 석방 시켜도 문제이며, 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실제 확산피해를 감안하면 문제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가)와 같이 ‘실제 피해변제’를 변호전략으로 삼아야 함이 타당한데, 피의자들은 순순히 그에 따르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마. 소결

불구속재판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영장심사단계에서도 무죄추정원칙을 강조하여 무턱 댄 발부를 지양하는 근거도 타당하다.

그러나 위 몇 가지 문제점(각주 9)을 추가로 개선하여 장래에는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이 신속하고도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심문기일은 통지받은 날로부터 적어도 7일 이상이 되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절차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며(미체포피의자의 경우에 한함), 변호인에게도 심문기일 피의자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중요사항들을 법정에 현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검찰은 ‘체포·구속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범죄 피해자의 법정 출석권을 보장하고 영장발부에 도움을 받기 위해 피해자를 구속전피의자심문절차에 참여하게 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 영장실질심사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지만,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피해자는 판사의 허가를 받고 방청할 수 있고(규칙 제96조의14 단서), 판사가 구속 여부 판단을 위해 필요할 경우 심문장소에 출석한 피해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규칙 제96조의16 제5항)에서 착안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를 때 법무부의 새 지침 시행 이후 서울중앙지법에 피해자가 참여한 영장심사의 건수는 10건 가량이 된다.(각주 10) 검찰이 피해자 진술권을 본안에 준하여 보장하려는 이면에는 영장발부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이유와 피의자 및 변호인의 의견진술을 사실상 제약하는 목적이 있는 만큼(각주 11) 피의자를 위하여 변호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론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크다.

또 영장발부시 각 법관들은 법에 규정된 발부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하지 말고 객관적 시각에서 판단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부장판사급 경륜을 갖춘 판사가 영장전담법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각주 12)

마지막으로 영장기각의 경우에는 그래도 10줄 이상의 기각 사유를 법관이 기재한 후 기각하나, 발부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짧은 사유만(단어의 집합, 예컨대 “중형예상 되어 도주우려 있음”)을 기재하는 것은 쉽게 승복할 수 없다. 세간에 전관예우의 의심이 있다.(각주 13) 그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영장발부 또는 기각사유가 보다 명확히 기재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검사도 재영장을 청구할 때 참고할 수 있고, 변호인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청구시 이를 참고할 수 있다.

< 각주 >

1) 본안이었다면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충분한 유죄의 입증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여 무죄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와 같이 영장단계의 경우라면 검사가 구속의 이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방법을 취하게 될 것이다.

2) 신동운, “한국사회의 변화와 형사법학의 과제”, 「서울대학교 법학」28권 1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87, 86면; 이재석, “체포제도의 운용과 현실”, 「비교형사법연구」1권(창간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1999, 237-238면. 이재석 교수도 인신구속제도 운용의 기본원칙은 그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고 체포·구속기간을 단축함과 함께 체포 및 구속에 있어서 적정절차의 원칙을 유지하여 인신구속의 예외적 성격을 관철하는 것이 그 요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규문적 수사관에 입각한 수사편의를 우선 고려하는 입장에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어 인신구속제도 체계 전반에 대한 상호 제도보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3) 상급법원 또는 법관의 판단을 선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률신문, 오피니언, “법정구속”, 2014. 12. 22.자, 14면.

4) 중국에서는, 사법실천 중에 뇌물범죄는 대부분 일대일의 범죄이기 때문에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많고, 단속의 중점인 뇌물수수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사법기관에서는 주로 소송적인 책략을 펼치는데, 뇌물공여자가 만약 사법기관과 협조하여 뇌물수수자를 지목하고 사법기관에 뇌물수수자의 뇌물수수증거를 제시하였을 경우 사법기관에서는 뇌물공여자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뇌물수수자가 뇌물을 요구한 사건일 경우 뇌물공여자도 피해자라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뇌물을 요구받아 뇌물을 공여한 뇌물공여자에 대해 사법기관에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로건평(卢建平), “중국 반부패 형사정책 및 이에 대한 조정”, 「비교형사법연구」13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1, 579면 참조).

5)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가 법제화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는, 2011년 7월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형사소송법과 형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던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제’와 ‘내부증언자 형벌감면제’.

6) 류전철, “부패범죄의 척결과 예방을 위한 형사절차상 대응방안”, 「비교형사법연구」13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1, 837-838면.

7) 조선일보, 기사, “[‘사법致死’ 고리 끊자][中] 법원, 영장발부 기준 모호… 이유 설명도 한줄뿐”, 2015. 5. 14.자 참조.

8) 심지어 피해회복이 독일 등에서는 중요한 불벌인자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보아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오스트리아, 독일에서는 피해의 원상회복 시 기소 또는 처벌을 면하는 명문규정이 있다. 즉 (1) 오스트리아 형법 제167조(능동적 후회)에서는 형사소추기관에 의하여 범죄사실이 인지되기 전에 원상회복을 한 경우 법원이 가벌성의 조각을 인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90a조에서는 행위자의 범행이 발각되어 형사절차가 이미 개시된 후에 검사가 원상회복을 이유로 형사절차를 종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독일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53a조에서 1년 미만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Vergehen)의 경우 검사는 원상회복으로 인하여 형사소추에 대한 공공의 이익이 소멸되었고 행위자의 죄책이 중대하지 않을 때라면 원상회복을 조건을 기소를 잠정적으로 중지할 수 있으며(동조 제1항 제1문), 피의자가 원상회복의 조건을 이행한 때에는 기소할 수 없다(동조 제1항 제4문)고 규정하고 있다. 원상회복조건부 불기소처분(Verfahrenseinstellung unter Wiedergutmachungsauflage)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제153b조에서는 검사는 법원이 형법 제46a조에 의하여 형의 면제를 할 수 있는 경우(이미 원상회복을 자율적으로 이행한 경우)에는 법원의 동의를 받아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원형식/김진모, “형사법에 있어서 원상회복”, 「비교형사법연구」6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4, 29-31면 참조).

9) 필자보다도 더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분으로는, 손동권, “한국 형사사법의 현황과 발전방향”, 「형사정책연구」제8권 제3호(통권 제31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7, 33-36면.

10) 법률신문, 기사, “영장실질심사에 피해자 참여 시켜라”, 2015. 5. 18, 1면 참조.

11) 법률신문, 기사, “영장실질심사에 피해자 참여 시켜라”, 2015. 5. 18, 1-2면 참조.

12) 현재 대구지방법원의 경우 두 분의 부장판사가 영장전담법관이고, 본원보다는 작지만 상당한 규모의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의 경우 두 분의 부장판사가 각 형사단독을 맡고 있으면서 영장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 안동지원 등의 지원은 영장전담법관이 별도로 없고, 지원장 이외에는 부장판사가 없으니 영장심사의 경우 전원 부장판사로부터 심사를 받도록 보장되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2014. 7. 11.자 및 2015. 2. 23.자 대구지방법원 및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안동지원 법관사무분담 및 법정개정일람표 참조).

13) 조병선, “부정부패에 관한 형사법적 규제-한국에 있어서 정치윤리·공직윤리와 형사법-”, 「청주대학교 개교50주년 기념 학술대회」학술발표논문, 청주대학교, 1997. 6, 47면에서는,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이 1994년 1년 동안 서울형사지방법원에 접수된 구속적부심 내지 보석의 석방율에 대한 실태분석을 소개하고 있다. 판사직을 그만 둔 지 1-2년 이내의 변호사 10명의 성공률은 평균 77%를 기록하여 평균 석방율인 50%(구속적부심), 54%(보석)를 상회하였으며, 특히 조사대상인 10명의 변호사 가운데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과 보석의 석방률이 87%와 97%에 달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상으로 대구성범죄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해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_영장실질심사 개선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 다수의 성범죄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