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나라다운 나라, 갑질 없는 세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5회차]

‘나라다운 나라, 갑질 없는 세상’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5] 나라다운 나라, 갑질 없는 세상

갑질은 폐쇄성, 힘의 불균형, 압도적 부당성, 피해구제의 어려움을 특징으로 하고, 마치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처럼 피해자의 신고가 쉽지 않아 실제 범죄의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촛불혁명의 영향 때문인지 부당한 갑에게 저항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최근 심각히 문제가 된 갑(甲)은 대학교수, 프렌차이즈 본사, 대기업 오너, 청와대 등으로, 예전 같았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사안이다.

제자가 써낸 논문을 새로운 실적으로 보고하여 연구비를 타냈다가 파면당한 성신여대 교수, 제자를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여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천대 교수 6인, 국가지원 연구프로젝트에서 허위 인건비를 받고 나아가 실제 연구비를 받은 제자들의 돈을 회수하여 구속된 서울대 교수, 허위자료로 국가보조금을 편취하고 연구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가로채 실형 선고된 경북대 및 대구한의대 교수, 조교 월급 일부를 사용하여 감사받은 포스텍 교수, 학생회 간부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여 기소유예 처분 후 사직한 A대 총장, 여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한 은행 간부, 결혼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강요하거나 인사차별을 강행한 주류회사,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수사 중인 치킨사 회장 사례가 화제가 되던 중 최근 보도된 피자회사의 사례는 갑질의 결정판이다.

해당 회사의 본사는 주 재료인 치즈 통행세를 부당하게 물려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입히고(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3조 제1항 7호 나 위반), 신고한 가맹점주에 대해 집요한 보복조치(위 공정거래법 제23조의3) 등 불공정행위를 하다가(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1,2,3호 위반) 금번에 검찰이 직접 나서서 최근 회장을 구속했다. 본사는 치즈비, 시설비, 간판비 등 여러 명목으로 부당하게 금원을 착취하고, 착취한 돈을 횡령했으며, 저항하거나 탈퇴한 업주에 대해서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집요하게 보복했다고 하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관련보도를 보면 비슷한 이유로 장래 검찰의 도마에 오를 다른 피자회사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을 전속적으로 처리해온 공정위의 자세다. 공정위는 2015년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후 2년 넘게 고발하지 않다가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로부터 고발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늑장고발을 했다. 고발 하루 만에 검찰이 특경가법 횡령‧배임죄와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본사 회장을 구속한 속도를 보면, 공정위의 대응이 안이했음이 확인된다.

더구나 공정위는 검찰의 고발요청이 있어 부득이 따라야만 했던 이 사례를 제외한다면 최근 3년간 프렌차이즈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고발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공정위는 치즈 통행세에 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7호 나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고, 가맹점에 대해 치즈가격‧간판설치비와 관련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점에 대해서는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 위반으로 시정조치, 상품‧용역공급‧영업지원을 부당하게 중단‧거절하거나 현저히 제한,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제한,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점에 대해 동법 제12조 위반으로 시정조치 후 불응 시 신속히 검찰에 고발하였어야 했다(동법 제33조, 제44조 제1항).

이 가운데 새로 취임한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공정위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민원처리 기관이 아니다’, ‘제한적인 공정위의 자원을 개별 민원을 해결하는 데 소진하게 될 우려가 큰 상황’, ‘공정위 역할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고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 보호가 아니다’, ‘개별 민원은 당사자, 각종 분쟁조정기관을 거쳐서 해결해야 한다’, ‘을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건 직접적 보호가 아니라 정보공개’, ‘민원해결을 해준다면 각광받겠지만 실패를 자처하는 일이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수많은 을의 권리구제를 후순위로 미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쯤 되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 제71조,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44조)은 폐지하고, 모든 지방검찰청에 공정거래부를 신설‧강화하여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각주 1)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별도로 두고 있지만, 대구지검은 형사2부에서 3명의 검사에게 공정거래Ⅰ, Ⅱ, Ⅲ을 전담시키고 있을 뿐이다.

< 각주 >

1) 2018. 8. 2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에 대한 증거가 있는 경우 위법 판단이 쉬운 가격 담합, 공급 제한(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입찰 담합의 4개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외 자진신고 정보를 두 기관이 공유키로 하고, 주요 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우선 수사키로 하였으므로 수사와 형사처벌이 행정처분보다 앞설 수 있게 됐다. 이제 담합 혐의에 대한 자진신고 접수 시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기다릴 필요 없이 검찰이 해당 기업의 임직원을 소환하고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2018. 8. 27.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배임죄와 더불어 이제는 담합이 기업을 옥죄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을 우려하였다(매일경제, 2018. 8. 22.자, 1면 기사 참조).

이상으로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 갑질 없는 세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국가보조금, 사기, 성추행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