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범어동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보건단속의 중요성과 의료인의 윤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8회차]

‘보건단속의 중요성과 의료인의 윤리’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8] 보건단속의 중요성과 의료인의 윤리

최근 의사가 단기간에 환자에게 과도한 프로포폴을 투여하여 숨지자 사체를 유기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41세의 여성 환자는 우울증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한 병원에서 수면마취제를 투약 받다가 숨졌는데, 하마터면 억울한 죽음이 될 뻔했다. 위내시경 1회에 보통 1~10cc가 적정량인 프로포폴을 최근 두 달 사이 26차례, 한 번에 50~100cc나 투약 받았다고 하니, 약물 오‧남용에 의한 사망이다. 총 투약량은 1,300cc로, 환자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마약류에 중독된 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자 우선 건물 안팎의 CCTV 영상을 삭제하고, 병원의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후 렌터카를 빌려 환자의 시신을 통영 앞바다에 유기했고 근처 선착장에는 손목시계와 우울증 약도 갖다 놓는 등 자살정황을 꾸미느라 부지런을 떨었다.

마약류의 올바른 취급방법에 대해 전 국민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마약 등의 취급관리를 적정하게 하여 오‧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및 동법 시행령을 두고 있고(동법 제1조), 마약류에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있다. 본 사건에서 사용된 프로포폴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오‧남용 시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물질이다(동법 제2조).

마약류는 취급자만이 사용할 수 있고, 의사는 의료를 목적으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처방할 수 있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이고, 마약류취급업자에 속한다. 마약류 취급자라 해도 품목허가증에 기재된 용량 이상의 마약 등을 남용하거나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야기하게 할 정도로 장기 투약해서는 안 된다(동법 제5조 제3항). 의사는 마약 장부를 갖추고 투약한 마약의 품명, 수량, 사용일, 상대자의 주소, 성명, 주민등록번호, 질병분류기호를 작성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한 후 2년간 이 장부를 보존해야 한다(동법 제11조, 제31조). 그리고 다른 의약품과 구별하여 잠금장치가 된 견고한 장소에 보관해야 함은 물론이다(동법 제15조).

의사라 해도 마약류를 남용하여 환자에게 투약하면 식약처장의 조치를 받게 되고, 조치에 위반하거나 마약 장부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록하게 되면 마약류 취급자 허가가 취소되거나 해당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동법 제44조). 다만 이러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여 1억원 이하의 과징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동법 제46조).

만약 의사가 장부 등에 마약투약 기록을 하지 않거나 허위기재를 하고, 처방전에 따르지 않은 투약을 하거나 처방전에 거짓을 기재하여 마약을 취급하게 되면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동법 제63조), 5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벌금은 병과될 수 있다(동법 제66조).

나아가 마약의 재고에 차이가 있거나(동법 제11조), 마약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경우(동법 제32조)에는 별도로 과태료도 부과당할 수 있다(동법 제69조).

그리고 이 사건처럼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 작성하거나 기재된 내용을 허위로 추가 기재‧수정하면 의료법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해당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 사체유기죄,(각주 1)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 의료법위반죄를 저질렀고,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한 생명을 빼앗은 과실이 있다. 중독이란 이처럼 무서운 것이고, 마약류는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 각주 >

1) 만약 범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통영 앞바다에 유기하지 않고, 화장하여 일반의 장례 의례를 갖추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했다면 사체유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 ｢사체유기죄는 법률, 계약 또는 조리상 사체에 대한 장제 또는 감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그 의무 없는 자가 그 장소적 이전을 하면서 종교적‧사회적 풍습에 따른 의례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방치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일반화장절차에 따라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하여 일반의 장례의 의례를 갖추었다면 비록 그것이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행해졌더라도 사자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침해하여 사체를 유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51 판결)

이상으로 대구범어동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보건단속의 중요성과 의료인의 윤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마약, 프로포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