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범어동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무참히 깨진 귀농의 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36회차]

‘무참히 깨진 귀농의 꿈’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36] 무참히 깨진 귀농의 꿈

2009. 6. 전원생활을 꿈꾸던 부부는 운행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처에 대한 음주측정요구에 항의한 남편 A씨. 경찰관은 A가 팔을 꺾어 폭행했고 공무를 방해했다며 현행범 체포 후 검찰에 동영상을 제출했다. 보통 동영상과 같은 강력한 증거가 있으면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기소한다. A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주장했고, 부인 B씨는 A를 위한 증인으로 출석해 “내 남편은 경찰의 팔을 꺾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에게 공무집행방해죄 유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부인 B를 위증으로 기소했다. 이후 B가 위증 유죄 판결을 받고 교직에서 파면되고 보니, A, B 부부는 처지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부인의 위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편 A씨는 이번에는 위증죄로 추가 기소됐다. 법정에서 A는 “내 아내는 위증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법원은 A에게 위증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고, A는 항소했다.

거듭된 불복에 의문을 품은 재판장은 증거조사방법의 객관화를 시도했다. 국과수에 영상감정을 한 것.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에 대해 화질개선을 해 본 결과 경찰관의 몸이 숙여지는 순간 A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보통의 가해자의 시선과는 다른 것이었다. 법원은 “팔이 꺾이는 장면이 확인이 안 되고, (중략)”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간 총 8년간 부부는 악몽의 시간을 보내며, 직업도, 꿈도 잃었다. 지난 11. 28. A는 재심사건에서 공무집행방해죄 무죄 판결을 추가로 받았지만, 공권력 남용의 그림자는 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불심검문의 한계는 무엇이고, 증거조사의 합리적 방법은 무엇인가.

불심검문은 정지(자동차검문을 포함)와 질문(흉기 등 소지품검사 포함), 동행요구의 3단계로 구성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근거를 둔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만 수사가 아니고, 특히 강제수사는 더더욱 아니다. 행정경찰작용 특히 보안경찰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찰활동이 수사로 둔갑되거나, 특히 인신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로 발전하면 위법하다.

그리고 이 대상은 거동불심자이지, 귀농 중인 교사부부가 아니다.

정지와 질문은 임의의 수단이어야 하고, 떠나려 할 경우 설득을 넘어선 강제력은 쓸 수 없다. 동행의 요구를 받게 되면 대상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고,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심리적 압박과 강제로써 동행하면 이는 강제연행이며 불법체포다.

나아가 경찰관이 도로교통법(제44조 제2항)에 따른 음주측정을 요구할 때에도 주취운전을 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 없이 측정을 강요한다면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이 되고, 음주측정거부죄(동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가 성립하지 않는다. 측정거부죄가 성립되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체포하면 이 역시 불법체포가 된다.

한편 본건에서 재판장의 국과수 감정요청은 돋보였다. 앞으로 형사변호인의 증거신청을 형사법관이 자의적으로 기각할 수 없도록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증거판단이 항소이유가 되긴 하나 상급심에서 바로잡히는 경우가 드물고, 1심은 사실확정의 전진기지로서 자신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검찰은 불심검문을 비롯한 경찰력 행사의 남용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칫 단속관이 매복군이 되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한다.

< 생각할 점 >

‘형사법관의 증거신청 자의(恣意)적 기각’ 제도개선(改善) 필요성

(1) 현재 변호인의 증거신청을 법관이 채택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불법한 재판이 아니어서 문제다.그리고 이의나 상소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이다.더군다나 불법, 불공정에 대한 현실적 존재를 입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입증 또는 기피신청까지 실패하거나 기각될 경우 대립각을 세워 단단히 벼르고 있을 법관을 상대로 무죄 주장을 계속해야 하는 아이러니 상황(위험부담)에 빠지게 된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수사와 변호｣에서 수년 전부터 주장해온 것이다.

▶ ｢실무상 증인신청에 대한 채부와 관련하여 재판부의 자의적 처리방식에 당사자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가 흔했다. 그간 증거채부와 관련하여 민사든, 형사든 딱 부러진 채부결정의 기준이 없어 법관과 변호인간 크고 작은 마찰이 있어온 점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이 개선책을 내놓았다. 2014. 3. 2.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이 발표한 재판제도 개선과 관련한 ‘로드맵’에는, 법에서 정한 증거채부의 기준을 구체화해 재판부마다 편차를 줄이도록 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필요성이나 관련성이 부정되는 유형을 제시하고, 같은 증인에 대해 재신문을 할 때의 기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채부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진작에 통일된 기준을 상세하게 마련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증거채부(민, 형사)나 실권효 각하(민사) 등 당사자에게 절대적 영향을 주는 증거조사방식과 관련한 절차들을 그간 각 법관들의 양심에 맡겨두었던 것에 대한 반성적 측면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증거의 채택결정에 대해 이의할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의 불복방법은 없다. 다만 증거채택에 대한 결정이 잘못되어 그로 인하여 사실오인 등 항소사유를 발생시킨 경우 항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심 중 제1심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며, 불필요한 남상소를 촉발할 뿐이므로 조속히 대법원의 로드맵이 법규화될 필요가 있다.｣(각주 1)

(2) 대법원(大法院)이 증거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원심의 재판절차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視角)은 다음과 같다.

▶ ｢…(전략) 5. 공판심리절차상의 위법에 대하여

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한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불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25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변호인이 신청한 조○○와 제1심에서 이미 증언한 공소외 2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유죄의 예단을 드러내어 피고인의 진술권, 변호인의 신문권과 변호권을 박탈 내지 심하게 제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판심리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각주 2)

▶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裁量)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므로,(각주 3)원심이 피고인 2 측의 공소외 1 계좌에 대한 입출금내역 조회신청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하여 반드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기록에 의하면 위와 같은 증거결정으로 인하여 원심이 불충분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2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각주 4)

▶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裁量)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피고인의 현장검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여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각주 5)

▶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裁量)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므로,(각주 6)원심이 피고인의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반드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각주 7)

▶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裁量)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므로,(각주 8)변호인의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치가 반드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각주 9)

▶ 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한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裁量)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불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므로,(각주 10)원심이 변호인이 신청한 검찰조사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논지도 이유 없다.(각주 11)

▶ 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한 법원의 채택여부의 결정은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으로서 이의신청을 하는 외에는 달리 불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다만 그로 말미암아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른 경우에만 이를 상소(上訴)의 이유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각주 12)

▶ 증거조사에 관하여는 사건의 심리에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법원이 판단할 재량(裁量)이 있고,(각주 13)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가 되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自由心證主義)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全權)에 속한다.(각주 14)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검사의 증인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인 후 검사가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위 증인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이를 취소한 후 변론을 종결한 다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급여나 상여금, 퇴직금 명목으로 공소외 1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검사의 증인신청 철회에 따라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한 조치가 위법하다거나 그러한 조치로 인하여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심의 이 부분 무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각주 15)

< 각주 >

1) 천주현, 수사와 변호, 박영사, 2015, 356-357면.

2)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0539 판결.

3)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282 판결 참조.

4)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9963 판결.

5)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6) 대법원 1995. 6. 13, 선고 95도826 판결 참조.

7)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282 판결.

8) 대법원 1977. 4 26, 선고 77도814 판결; 대법원 1983. 7. 12, 선고 83도1419 판결 참조.

9) 대법원 1995. 6. 13, 선고 95도826 판결.

10)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 참조.

11) 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252 판결.

12) 대법원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13) 대법원 1983. 7. 12, 선고 83도1419 판결 참조.

14)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10011 판결 참조.

15) 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1도8870 판결.

이상으로 대구범어동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무참히 깨진 귀농의 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공무집행방해, 음주측정거부, 상해죄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