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피해자 변호사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61회차]

‘피해자 변호사례’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6장 수사서류의 증거법상 기능

제7장 수사의 객체

제2편 변호

제1장 변호인 제도

제2장 피의자 변호권 강화방안

제3장 피해자 변호권 강화방안

제4장 실제 변호사례

4. 피해자 변호사례

가. 사건 (대구지방법원 2012고합***호 살인)

피고인 신**이 이혼한 전처와 평소 양육권 문제로 다투어오던 중 자(子)를 강제로 데려가기 위하여 전처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후 다투다가 가정폭력사건으로 출동한 경찰관이 돌아간 직후 칼로 등과 배 부위를 수차례 찔러 살해하여 살인죄로 공소제기 되었으나, 피해자 유족들은 대구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호 공소장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피고인이 중한 형을 선고받기를 바란다며 계약을 요청하였다.

당시 피해자 유족들이 말한 ‘사실과 다르다는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욕설을 하여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기재된 부분(각주 1)이었고, 공소장 기재와 같다면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정상 참작되어 선처될 가능성이 있었다.(각주2)

따라서 피해자를 위한 변론의 방향은 피고인이 귀책 없는 피해자를 죽일 결심을 하고 찾아왔으며, 그 범행 장소와 방법도 공소장과 같이 안방에서만 수차례 찌른 것이 아니라, 도망하는 피해자를 좇아 아파트 7층에서 1층까지 추격하며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므로 오히려 가중 양형요소가 존재할 뿐 감경 양형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재판과정에서 자 2인 중 1명이라도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진술권을 행사하게 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수용하여 아래와 같은 변론을 시작하였다.

나. 변론

제1회 공판기일에 앞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여 공소장 열람·등사를 하였고, 이어 피해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참고인진술조서 및 탄원서와 현장사진 등을 열람·등사하였으며, 이 사건 발생 전 피고인이 평소 전처였던 피해자와의 혼인생활 관계에서 가하였던 다수의 폭력 증거를 수집함과 동시에 피해자들 및 관련자들이 확인서를 징구하였고, 필요서류의 수집이 끝난 직후 다음과 같은 목차를 담은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하였다. 「1. 탄원의 요지, 2. 피고인의 악성격과 피해자의 생전 고통, 3. 이 사건의 발단과 잔혹한 범행수법(가. 피고인의 주장대로 우발적 살인인지, (1) 증거물인 칼에 대하여, (2) 범행경위에 대하여 - 모살, 잔혹한 범행수법), 4. 범행 후 피고인의 태도, 5. 공판심리 중 유족들의 소망(가. 공소장변경요구를 통한 실체진실 발견,(각주 3) 나. CCTV 동영상 및 칼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다. 녹음기의 제출, 라. 피해자 재판절차 진술), 6. 결어」의 체계를 갖춘 의견서로서, 실체진실에 반한 공소사실의 변경을 요구함과 동시에 피고인의 가중 양형요소를 드러내면서 감경 양형인자를 제거하며,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1회 공판 후 공판검사가 미리 제출된 피해자대리인의견서를 읽고 공판에서 중점으로 할 부분을 논의하여 와 필자는 유족의 억울함, 피고인의 계획적이고도 잔혹한 범행방법, 평소 악성격 및 악행, 공소장변경의 필요성, 중한 구형의 필요성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였고, 이후 증거기록 일체를 등사하여와 검토 후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을 반박하는 내용의 2차례의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였으며, 4회 공판 후에는 공판검사와 피해자 측 증인의 신문방법을 상의하여 유의할 점을 피해자들에 알려주어 절차권을 충분히 보장받게 하였다.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변호인의 요청을 수용하여 가중 양형인자를 충분히 지적하면서 징역 17년을 구형하였다.

다. 결과

위와 같이 공판검사는 최종의견 진술시 그간 변호인이 주장한 내용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하여 구형 17년과 가중양형의 사유를 밝혔고(공판조서에 상세히 기재), 피해자 변호사의 신청 증인은 모두 채택되어 지도해 준 증인신문요령을 숙지하여 무사히 신문에 응하였으며, 판결 선고 역시 피고인에게 형 15년이 선고되었고, 애초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행위한 것으로 기소된 공소장은 양형과 관련하여 사실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을 모두 빼고 다시 범죄사실이 정리되었던바,

「피해자가 “애 폭행으로 고소하겠다, 고소장을 한 다발 받게 해 주겠다, 마누라도 하나 못 지키는 고자 자식이”라는 말을 하자, 피고인은 순간..」으로 되어 있던 공소사실이 → 판결문상의 범죄사실에서는, 「피해자가 “애 폭행으로 고소하겠다, 고소장을 한 다발 받게 해 주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자, 피고인은 순간..」으로 변경되어 피해자가 욕을 한 유책사유가 빠지게 되었다.

또한 ‘양형의 이유’에서는 가중요소로서 피해자 변호인이 주장‧입증을 위해 노력했던 점들이 ‘잔혹한 범행수법’이란 제목 하에 「피해자가 계단을 통하여 아래층으로 도망갔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멈추지 아니하고 피해자를 뒤쫓아 자식과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등 부위를 2회 더 찔러 피해자를 살해하였는바,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범행을 계속할 정도로 피고인은 당시 강한 살의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자식과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계단으로 달아나는 피해자를 빠른 속도로 따라 붙어 과도로 피해자의 등을 찌를 때까지 피고인의 살의에 직면하여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고통과 더불어 ...(중략)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수법과 내용은 흉기를 사용하여 신체의 급소 등을 수십 차례 찌른 경우에 준하여 양형기준상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로 거시된 잔혹한 범행수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집 안에서만 수회 찌른 것이 아니고 계단으로 추격하여 추가로 찌른 것이라는 피해자 변호인의 주장을 그대로 양형사유에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감경요소는 ‘없음’으로 설시되었다.

< 각주 >

1) “고소장을 한 다발 받게 해 주겠다. 마누라도 하나 못 지키는 고자 자식이” 라는 부분.

2) 본래의 공소장의 핵심적 오류는, “피고인이 신**의 머리를 때리려고 하면서 끌고 가려는 것을 본 피해자가”, “애 폭행으로 고소하겠다. 고소장을 한 다발 받게 해 주겠다. 마누라도 하나 못 지키는 고자 자식이”, “피고인은 순간 피해자를 죽이려고 마음먹고 주방 식기건조기 안에 있던 과도를 가지고 나와” 라는 부분이었다.

이는 ① 실제로는 피고인이 자 신**을 때렸기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음에도, ‘때리려 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에 반하고, ②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고자 자식” 등 살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의 폭언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러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어 실체진실과 차이가 있었다.

3) 필자는 본래의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여 줄 것을 주장하였다. 판결 결과 정식의 공소장변경절차는 거치지 않았지만, 실제 판결문상 「범죄사실」에서는 유족이 소망했던 피해자의 귀책발언은 삭제되었고, 아래 필자가 주장한 내용들은 판결문상 「양형의 이유」 란에 대부분 반영되었다. 「“피고인이 신**의 머리를 마구 때리는 것을 본 피해자가”, “현관문을 열고 경찰관을 불렀으나 이미 경찰관이 7층에서 내려가 버려 황급히 안방으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자”, “피고인은 미리 준비하여 온 칼로 안방에서 피해자의 정면 부위를 1-2회 찌른 후 계단으로 도망하는 피해자를 쫓아 내려가면서 4층 계단에서 다시 등 부위와 팔 부위를 수회 찌르고, 1층으로 다시 도망하는 피해자를 또 쫓아가며 추가로 등 부위를 찔러”」

이상으로 대구형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해 ‘피해자 변호사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가정폭력, 살해, 고소, 피고인, 형사재판, 피해자 대리, 형사공판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