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국가기관을 속인 가짜 보증업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6회차]

‘국가기관을 속인 가짜 보증업체’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6] 국가기관을 속인 가짜 보증업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수천억 원대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거액의 수수료를 편취한 혐의로 무자격 보증업체 운영진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대기업과 유사한 업체명으로 사무실을 차려 정상적인 금융회사로 행세하며 가짜 지급보증서를 발행했다. 피의자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자본금 100억원을 가진 금융회사’라고 적극적으로 허위 홍보하며 5년 간 지급보증이 필요한 수백 군데에 2,542억 상당의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3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실제로는 보유한 자본금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에 보증보험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자격업체였으며, 이들이 발급한 지급보증서를 받은 곳 중에는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이들의 허위보증으로 인해 실제 보증사고가 발생하였는데도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한 회사는 27개, 보증금 미지급액은 152억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엄벌이 요구되는 사건이다.

법적인 평가는 어떠할까(물론 수사기관이 보증서를 수령해 간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로만 기소했다면 불고불리 원칙에 따라 법원은 그에 따른 결론만이 가능하다.(각주 1)

이 사건의 지급보증업체는 무허가이며 구체적 상술도 거짓이었다. 상술이 상관행상 일반적으로 시인되는 범위 내의 추상적 과장광고라면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지만(예컨대 상등품, 인기품목으로 표현), 거래상 중요한 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들어 신의칙상 용인될 수 없는 방법으로 허위광고를 한 것은 구체적 과장광고로써 용서받을 수 없다(예컨대 한우표시 허위기재, 백화점 변칙세일).

그렇다면 피의자들이 회사 홈페이지의 구체적 허위광고를 믿고 보증서 발급을 의뢰한 피보증인들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편취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하고(형법 제347조 제1항), 피해금이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가중처벌 대상이므로 최소한 주범은 당연히 구속기소 됨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보증인을 속여 가짜 보증서를 건네주자 피보증인들은 이 보증서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에 제출하여 계약을 딸 수 있었다. 그리고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지만 보증금이 지급될 리 없었다. 이러한 피해는 보증서를 믿고 거래한 기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러한 후발피해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이는 피고인들이 허위의 보증서를 피보증인들을 이용하여 해당 기관에 제출하게 한 데에서 기인하고, 이러한 행위는 보증서 수령기관의 공정하고 적법한 계약체결의무를 위계로써 방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사기업이 속아 계약을 체결했다면 업무방해죄, 지방자치단체가 속아 계약을 체결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한편 이 피해는 애초부터 피고인들이 예상한 피해일 뿐만 아니라 보증서 발급 시 피해 입힐 상대방이 특정된 고의적 행위이므로 위에서 언급된 ‘수수료를 지급한 피보증인에 대한 사기피해’와는 ‘별도의 사기피해’가 될 수 있다(형법 제347조 제2항). 강학상(講學上) 고의가 없어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이용하는 방식인 ‘간접정범의 구조를 띤 사기’로써 실제 재산상 이득자는 계약을 딸 수 있었던 피보증인인 제3자가 되는 구조이다.

< 각주 >

1) ▶ ｢…(전략) 4. 검사의 판단누락 주장에 관하여

불고불리의 원칙상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으면 법원이 심판할 수 없고, 법원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에 한하여 심판해야 한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304 판결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13. 4. 1. 및 2013. 4. 2.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회계분식과 신용등급 조작 등의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여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라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로만 기소한 것으로 보아, 법원으로서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에 관하여는 심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없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649 판결)

이상으로 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국가기관을 속인 가짜 보증업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과장광고, 허위광고, 업무방해죄, 사기죄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