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국정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0회차]

‘국정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들’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0] 국정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들

사업 후 남은 돈으로 서울 양재동과 성내동에 대지를 구입하여 주차장을 운영하던 A씨는 사실은 정신분열증으로 평소 정보당국이 자신을 늘 감시 중이며 언젠가는 잡으러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놈이 사기친다 했던가. 평소 이러한 A씨의 푸념과 걱정을 들어온 동네 토박이이자 지인인 B씨의 눈에 A씨의 금싸라기 땅과 그의 약점이 들어왔다. B는 몇 명의 지인과 공모하여 A를 겁주어 땅을 뺏기로 했다. 일당은 A를 찾아가 안기부에서 나왔으니 함께 가자고 하며 전기충격기를 들이댔고, 겁먹은 A는 순순히 따라나섰다.

겁에 질린 A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건네었고, 일당은 땅을 매각하여 30억원을 챙겼다. 그리고도 매수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강제로 끌고 다니며 지방의 모텔을 전전한 후 일이 끝나자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까지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일당 4명을 구속했고, 나머지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러한 지능적 강도범도 실제 칼을 휘두른 강도만큼 중한 벌을 받게 될까.

피의자들은 폭행‧협박으로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여 강도했다. 만약 그 행위가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범한 것이라면 특수강도죄에 해당하여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형법 제334조 제1항). 본 사건에서 야간에 침입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했으므로 역시 특수강도를 범한 것은 맞다(동조 제2항). 그리고 만약 A가 다쳤다면 강도상해‧치상죄(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

겁주어 재물을 빼앗은 이들의 행위는 공갈을 넘어섰기 때문에 강도죄가 성립했다.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 불능케 할 정도라면 강도죄, 그 정도에 이르지 않고 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공갈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의자들은 A에게 전기충격기로 겁주어 매각에 필요한 문서를 강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매각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감금했고, 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특수감금죄를 저질렀으므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에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된다. 이 과정에서 A가 다쳤다면 1년 이상의 형으로 가중 처벌된다.

위 양 죄 간의 죄수관계는 어떠할까.

감금이 처음부터 강도의 수단이 된 경우라면 강도와 감금은 상상적 경합이 되어 중한 죄인 특수강도로 처벌되나(법정형 5년 이상), 감금 중에 새로운 고의로 강도한 것이라면 두 죄는 실체적 경합으로 중한 죄의 장기에 그 1/2까지 가중 처벌된다. 사안은 전자로 볼 가능성이 높다.

한편 본건에서 위 강도들이 매매현장에 피해자를 데려가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의사표시를 강제했다면 문서죄가 성립되지 않지만, 그와 달리 인감증명서 등을 강취한 후 피의자들이 직접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도 별도로 성립될 수 있다. 이 사건과 흡사한 것으로 남편을 정신병원에 불법감금 한 후 재산이전을 요구해 감금과 공갈죄가 성립된 처의 사건(대법원 2000도4415 판결)도 있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 법률 상식 >

형사입건은 범죄인지와 같은 말이다.

▶ ｢형사소송법 제21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검사의 증인신문 청구는 수사단계에서의 피의자 이외의 자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공소유지를 위하여 이를 보전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 증인신문 청구를 하려면 증인의 진술로서 증명할 대상인 피의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피의사실은 수사기관이 어떤 자에 대하여 내심으로 혐의를 품고 있는 정도의 상태만으로는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고소, 고발 또는 자수를 받거나 또는 수사기관 스스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수사를 개시하는 등 수사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외부적으로 표현한 때에 비로소 피의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게 되는 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범죄의 인지라고 부르고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조 내지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여 사건을 수리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친 때에 범죄인지가 된 것으로 볼 것이나, 다만 범죄의 인지는 실질적인 개념으로서 범죄인지에 관한 위 검찰사건사무규칙의 규정은 검찰행정의 편의를 위한 사무처리절차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검사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이 때에 범죄를 인지한 것으로 봐야하고, 그 뒤에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여 사건수리절차를 밟은 때에 비로소 범죄를 인지하였다고 볼 것이 아니다.

소론 당원 1979. 6. 12, 선고 79도792 판결에서 설시한 형사입건이라는 용어는 위에서 말한 범죄인지와 같은 개념이라고 해석되므로 위 견해와 저촉되지 않는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인지서를 1988. 4. 28.자로 작성하였으나, 위 범죄인지서작성 전에 이미 1988. 4. 9. 공동피의자인 피고인 2를 소환하여 피고인들 사이의 뇌물수수내용을 조사하면서 진술서를 작성 제출케 했고 또 1988. 4. 26.에는 뇌물의 중간전달자인 공소외인을 소환하여 피고인들 사이의 뇌물전달내용을 조사하면서 진술서를 작성 제출케 함과 동시에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하였으며, 그 다음 날인 1988.4.27 피고인 1을 피의자로 표시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공소외인에 대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청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검사는 공소외인에 대한 증인신문청구를 하기 전에 이미 피고인들에 대한 수뢰 및 증뢰의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아 공동피의자 중 1인과 참고인을 소환하여 조사를 시행함으로써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위 증인신문청구 전에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사실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공소외인에 대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이 피고인 1이 입건도 되기 전에 시행된 것으로서 피의사실의 존재라는 요건을 흠결하였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논지는 이유 없다.｣(각주 1)

< 각주 >

1) 대법원 1989. 6. 20, 선고 89도648 판결.

이상으로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통해 ‘국정원을 사칭한 영화 같은 강도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특수강도, 강도상해, 강도치상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