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범죄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경찰 채용시험 개편과 헌법, 형사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08회차]

‘경찰 채용시험 개편과 헌법, 형사법’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08] 경찰 채용시험 개편과 헌법, 형사법

2018. 12. 14. 경찰청은 경찰공제회관에서 ‘경찰 채용시험 과목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이번 공청회는 2021년부터 경찰이 개편할 경찰관채용시험 과목 시행에 대한 사전 논의 자리였다.

현행 순경공채시험의 과목은 필수적으로 한국사, 영어를, 선택적으로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요구하고 있다. 선택과목은 3과목을 택하면 되고, 반드시 형법, 형사소송법을 택할 의무는 없다. 경찰청은 앞으로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영어, 한국사, 헌법, 형사법, 경찰학의 필수 5과목으로 시험을 실시, 그 중 영어와 한국사는 검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또 경력채용시험은 형법, 형사소송법, 행정법, 경찰학개론, 수사로 치뤄온 종전 방식에서, 헌법,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 범죄학, 영어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결국 앞으로 신규채용에서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합체과목인 형사법, 헌법 두 과목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높고, 경력직채용은 헌법에 대한 새로운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헌법과 형사법(형법 및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덕목으로 얼마만큼 중요하다고 볼 것인가.

우선 신입채용시험에서 그간 헌법이 필수과목도, 선택과목도 아니었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의 열거와 예시를 통해 기본권수호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기본권 수호를 위한 통치체제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을 모른다는 것은 헌법제정권력자이자 동 개정권력자인 국민의 열망을 알지 못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간 경찰관의 인권침해가 어디서부터 원인된 것인지 추측해 보는 중요지표가 된다.

최대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로 헌법은 통치기구를 두고 있고, 대한민국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3부가 주된 통치기구다. 경찰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국무총리, 국무위원의 하급에 위치한다. 국무위원 중 한 명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외청으로 경찰청이 존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경찰청은 국민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명예권, 인격권, 사생활에 대한 권리, 거주이전의 권리, 재산권,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헌법을 공부한 경찰이라면 인권에 대한 각별한 주의력이 고양될 수밖에 없는 반면 헌법을 듣도 보도 못한 경찰이라면 인권을 침해하는 주된 공권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구속제도 연구”,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 강화방안”,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각계 입장연구” 등 주요 논문에서, 그리고 ｢수사와 변호｣ 및 본서 곳곳에서 헌법합치적 형법, 형사소송법, 즉 헌법적 형사관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 형사규범에 대한 실정법적 해석이 필요하고, 또 그 해석이 엄격해야 하는 것은 형법의 보장적 원칙에 비추어 바람직하나, 그 해석이 모호할 경우 수사기관과 재판기관 편의 위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최고 목표로 하는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통해 자의적 공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다수의 국민과 법조인도 동조해 왔다.

다음으로, 그간 순경공채에서 형법, 형사소송법을 택하지 않고도 시험에 합격해 왔다는 사실 또한 매우 의아하다. 

형법은 죄와 벌을 규정함과 동시에 죄의 성립요소를 해석하는 방법론도 담고 있다.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그것이 구속사유나, 체포사유, 압수수색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행위가 구속과 체포, 압수․수색의 대상인 ‘범죄’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간 형법 과목이 선택에 불과하여 형법과목을 피하고도 경찰로 채용된 분들이 있다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도 법률가의 입장에서도 끔찍하다. 시민의 행동은 형법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거의 무한대로 자유롭고, 형법의 선 안에 들어오면 범죄로서 단속되는 것이므로, 어떠한 행위가 범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상세한 학습을 한 사람만이 경찰공무원이 돼야 한다는 당위는 자명하다.

나아가 형사소송법은 범죄로 의심된 자에 대한 내사, 소환, 신문, 체포, 구속, 압수․수색, 구금에 대한 요건과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형사소송법의 정신에 따라 하위법인 형사소송규칙, 범죄수사규칙이 정해졌고, 만약 하위 규칙이 형사소송법과 같은 상위법의 규정에 위배된다면 무효이기까지 하다. 가령 종결사건에 대해서도 사건관계인의 복사를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검찰보존사무규칙은 대외적으로 사용되는 한 무효라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일반법원 판결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을 잘 알면 범죄혐의자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준수하고 상대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되고, 반대로 형소법 대신 범죄수사규칙만 일정 수준 익히고 수사업무에 종사할 경우 하위규정에 메여 상위법의 정신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헌법, 형법, 형사소송법은 국민의 마그나 카르타이자 공권력 종사자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므로, 지금보다 더욱 철저히 교육시키고, 실력자만을 경찰관으로 채용하는 것이 옳다. 앞으로 수사권도 대부분 이양받게 된 경찰조직에서, 위 과목들에 대한 필수적 도입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실력이 있고, 인권을 철저히 준수하는 경찰들이 포진해 있어야만 수사권을 완전히 이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대구성범죄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경찰 채용시험 개편과 헌법, 형사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형사범죄, 체포, 구속, 압수, 형사소송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