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범어동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시민 형법_살인죄_가중처벌(2)’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297회차]

‘시민 형법_살인죄_가중처벌(2)’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제2편 전문분야 이야기

제3편 시민 형법

[27] 살인죄

3. 가중처벌

나. 존속살해죄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1) 직계존속

(가) 직계존속은 법률상의 개념이고, 민법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사실상 혈족관계가 있는 부자관계일지라도 법적으로 인지절차를 완료하지 아니한 한 직계존속이라 볼 수 없고, 아무 특별한 관계가 없는 타인 사이라도 일단 합법적 절차에 의해 입양관계가 성립한 뒤에는 직계존속이라 할 것이다.(각주 1) 심지어 다소간의 형식상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면 이 경우의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므로 자신을 계속 양육하여 온 사람을 살해했다면 존속살해죄가 성립한다.(각주 2)

(나) 혼외 자와 생부 사이에는 인지절차가 필요하나, 생모는 인지나 출생신고 없이도 출생으로 당연히 직계존비속 관계가 성립된다.(각주 3) 혼인외 생모자 관계는 분만하였다는 사실로써 명백한 것이며, 생부의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한 인지가 형성적인 것에 비해 생모의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한 인지는 확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각주 4)

(다) 전부 소생자와 계부, 인지된 서자와 적모는 직계존비속 관계가 아니다.

(라) 배우자는 민법에 따르므로, 사실혼관계의 상대방 존속을 살해한 것은 일반살인죄가 된다. 또 현재의 배우자만을 의미하므로, 처 사망 후 일자의 간격을 두고 장모를 살해하면 보통살인죄가 된다.

(2) 고의

직계존속을 살해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직계존속임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존속을 살해할 의사를 갖지 않았다면 동조의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보통살인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분을 이기지 못해 칼을 마구 휘두르다가 예상과 달리 존속을 살해한 경우

▶ ｢원심이 일건기록에 의하여 제반증거를 종합하면 1심이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여 그대로 유지한 1심판결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1975. 12. 26. 23:00경 자기 집에서 동리거주 피해자 1 경영의 상점에서 피해자 1이 피고인의 부 피해자 2에게 피고인이 음주 후 피해자 1에게 행패를 부린 사실에 관하여 고자질하자 피해자 2가 피고인을 “그놈 쳐넣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분개하여 피해자 1에게 이를 따지려고 식도를 가지고 나가려 할 때 피고인의 모 피해자 3이 그 식도를 뺏으려 하자 식도를 휘둘러 피해자 3에게 전치 10일을 요하는 우전박부외측가상의 상해를 가하고 피고인은 동 식도를 가슴에 숨기고 동소에서 약 100미터 가량 떨어진 피해자 1의 집으로 가서 동 식도를 꺼내들고 휘두르며 피해자 1에게 죽여버린다고 찌를 듯이 협박을 하고 동소에 치재된 상품인 환타 등을 밖으로 내던져 손괴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자 4의 흉부를 1회 찔러 동인에게 전치 2주일을 요하는 우전흉부자창의 상해를, 그곳에 있던 피해자 5의 머리를 식도로 1회 때려 동인에게 전치 1주일을 요하는 우두정부절창의 상해를, 동 피해자 장△△의 우둔부를 1회 찔러 동인에게 전치 10일을 요하는 우둔부자창의 상해를 각 가하는 등 무차별 횡포를 행하고 있을 때 피고인의 부인, 피해자 2가 나타나 피고인의 뺨을 수회 때리고 욕을 하면서 꾸중을 하자 동 식도로 피해자 2의 조전 흉부를 1회 찔러 쇄골하동정맥절단으로 인한 실혈로 동인을 현장에서 사망케 하여 살해하였다고 인정하고 위 각 소위 중 피고인의 부 피해자 2를 살해한 점에 대하여 형법 제250조 2항을 적용하여 이상 수회인 경합범의 처벌로서 존속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했다.

그러나 1심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종합하여 보면 1심 판시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1이 피고인이 음주 후 행패를 부린 사실을 피고인의 부 피해자 2에게 고자질한 것에 분개하여 피해자 1에게 이를 따지려고 식도를 가지고 나가려 할 때 그 식도를 뺏으려 하던 피고인의 모 피해자 3에게 식도를 휘둘러 상해를 가하고 이어 피해자 1의 집으로 가서 동 식도를 꺼내들고 휘두르며 죽여버린다고 찌를 듯이 협박을 하고 동소에 치재된 상품인 환타 등을 밖으로 내던져 손괴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자 4의 흉부를 그 식도로 그곳에 있던 피해자 5의 머리를 1회 때리고 피해자 6의 우둔부를 1회 찔러 각 상해를 가하는 등 무차별 횡포를 하고 있을 때 피고인의 부 피해자 2가 나타나 왜 이러느냐고 피고인의 뺨을 때리고 욕을 하면서 꾸중을 하자 피고인의 동 식도로 피해자 2의 좌전흉부를 1회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을지라도 피고인이 그 부 피해자 2를 살해하기로 결의할만한 동기나 이유 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 2가 피해자 1로부터 피고인이 음주 후 행패를 부린 사실을 듣고 피고인을 “그놈 쳐 넣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피고인이 들었다는 것만으로서 그 부 피해자 2를 살해할 결의를 하였다고 볼만한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거기에다 이건 범행전모의 경위와 순서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것임을 아울러 고찰하여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 1에게 위 고자질한 일을 따지러 가서 식도를 꺼내들고 죽인다고 협박을 할 때 피해자 1이 무서워서 그 자리를 피해 버리자 제분에 이기지 못하여 식도를 휘두르는 피고인을 말리거나 그 식도를 뺏으려고 한 그 밖의 피해자들을 닥치는 대로 찌르는 무차별 횡포를 부리던 중에 그의 부까지 찌르게 된 결과를 빚은 것으로 엿보일 뿐 피고인이 칼에 찔려 쓰러진 피해자 2를 부축해 데리고 나가지 못하도록 한 일이 있다는 1심 채택 증거 중의 일부 진술정도로써 피고인이 그의 부 피해자 2를 살해할 의사로 식도로 찔러 살해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1심의 법령적용에 있어서 피고인이 식도를 휘둘러 그의 모 피해자 3에게 자상의 상해를 가한 점에 대하여는 존속상해죄를, 그 밖의 피해자들을 식도로 찌르거나 때려서 자창이나 절창을 가한 점에 대하여는 각 상해죄를 적용하였음에 그쳤음을 보면 피고인의 부 피해자 2를 찔러 사망케 한 행위만을 존속살해죄로 의율한 것은 이유에 서로 맞지 아니한 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존속살해사실을 인정 처단해 버린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심리미진 이유불비의 잘못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할 것이므로 논지들은 이유있음에 돌아간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91조, 제397조에 의하여 원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각주 5)

(3) 이처럼 존속을 객체로 하였을 때 가중 처벌되는 죄는, 존속살해죄(형법(각주 6)제250조 제2항), 존속상해죄(제257조 제2항), 존속중상해죄(제258조 제3항), 존속상해치사죄(제259조), 존속폭행죄(제260조 제2항), 존속유기죄(제271조 제2항), 존속유기치사상죄(제275조 제2항), 존속학대죄(제273조 제2항), 존속학대치사상죄(제275조 제2항), 존속체포‧감금죄(제276조 제2항), 존속중체포‧감금죄(제277조 제2항), 존속체포‧감금치사상죄(제281조 제2항), 존속협박죄(제283조)가 있다.

< 생각할 점 >

(1) 살인죄는 살인의 고의, 존속살해죄는 존속이라는 정에 대한 인식 및 살해의 고의를 각기 필요로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로 사람 또는 존속이 사망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살인죄, 존속살해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사람’이라는 객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 사실의 착오로 형법 제13조에 의해 고의가 조각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의 살인죄, 고의 존속살해죄는 성립할 수 없다. 이 경우 과실범 처벌규정이 있고 정상의 주의의무 태만이 있다면 동법 제14조에 의해 과실범으로 처벌된다.

그리고 형법은 명문으로 제15조 제1항에서 가중구성요건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위가 너무 어두운 나머지 원수라 생각하고 힘껏 칼을 휘둘러 목표물을 살해했는데, 쓰러진 사람이 뜻밖에 피고인의 부(父)였다면 위 규정에 따라 존속살해죄가 아닌 보통살인죄가 성립하게 된다.

한편 형법 제13조의 사실의 착오가 항상 고의가 조각된다고 할 경우 막대한 처벌의 흠결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착오가 어느 정도로 중요해야 고의를 조각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해석과 판례에 맡겨져 왔다. 예컨대, 노루라고 생각하여 총을 쏘았더니 덤불 속에 사람이 있었고 그가 사망한 경우는 과실치사죄로 의율 되어야 하고(추상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 만약 노루가 아니라 애초에 타인소유 재물인 옆집의 시끄러운 개를 고의로 겨냥했었다면 재물손괴미수와 과실치사죄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원수와 똑같은 복장을 한 경호원이 나타나자 원수로 오인하고 총을 쏘아 살해한 경우는 객관적으로 발생한 결과(살인)가 인식(살인)과 부합하여 착오가 법상 의미를 가지지 않으므로 고의를 조각하지 않고 사망한 경호원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되고(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 원수에게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옆에서 말리던 피고인의 부가 재수 없게 맞아 사망하였다면 원수에 대한 살인미수와 부에 대한 과실치사죄의 상상적 경합범이 성립하고(추상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 만약 발사한 총알이 빗나가겨냥한 원수의 옆에 있던 경호원이 사망한 것이라면 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실현한 이상 고의를 조각할 수 없고 고의는 전용되어 사망한 경호원에 대한 살인죄가 성립한다(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

▶ ｢피해자 1인 피고인의 형수의 등에 업혀 있던 피고인의 조카피해자 2(남1세)에 대하여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으니 과실치사죄가 성립할지언정 살인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살피건대,피고인이 먼저 피해자 1을 향하여 살의를 갖고 소나무 몽둥이(증 제1호, 길이 85센티미터 직경 9센티미터)를 양손에 집어 들고 힘껏 후려친 가격으로 피를 흘리며 마당에 고꾸라진 동녀와 동녀의 등에 업힌 피해자 2의 머리 부분을 위 몽둥이로 내리쳐 피해자 2를 현장에서 두개골절 및 뇌좌상으로 사망케 한 소위를 살인죄로 의율한 원심조처는 정당하게 긍인되며 소위 타격(방법)의 착오가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행위자의 살인의 범의성립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니 어느 모로 보나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살인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어 논지는 이유 없다(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각주 7)

(2) 나아가 원래의 고의가 살인의 고의보다 작은 경우가 있다. 즉 폭행의 고의로 살짝 밀쳤더니 피해자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면 살인죄로 의율할 수 없고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며, 각목으로 상대 조직원의 다리를 가격하였는데 하필 각목의 한 쪽 부위에 못이 있어 피해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상해치사죄가 인정된다. 형법 제15조 제2항의 결과적 가중범 사례이고,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이 가능했다면 중한 죄로 처벌된다.

(3) 따라서 행위 당시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와 관련한 변론탐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탐구방법은 면담, 범행도구, 범행방법, 가해정도와 횟수, 피해부위, 피해결과, 범행 후 정황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되 가급적 객관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4) 그러나 불행히도 수사실무, 재판실무는 사람이 죽었다는 피해결과에 주목해 살인죄, 존속살해죄를 고민 없이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단 수사단계에서 살인죄로 수사하고 자백받았다면, 재판부도 당해 범죄의 고의와 관련한 변호인의 주장을 쉽게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배척의 이유기재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법관의 내심적 의사는 어차피 형량에서 적절한 감형이 이루어져 죄명의 변경이 무의미하다거나, 고의의 탐구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재판경제상 유익하지 않다는 것이겠지만, 재판은 경제성이 작용될 수 없는 영역이고 실체진실에 부합하는 죄와 벌을 부과하는 것이 형사법관의 중임(An important duty, A heavy responsibility)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로 검찰과 법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과거 자신의 수사와 재판이 경솔했거나 오류였을 수 있다는 고백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 같은 뒤늦은 후회를 하기보다는, 검사와 법관으로 재직 시 그것이 직위가 아니라 직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하고{검사(檢事)의 한자 표기를 참고}, 피고인이 정당한 재판을 받을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것을 늘 고민해야 한다. 고민과 탐구가 오판을 줄이는 유일한 해법이다.

< 각주 >

1)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1도2466 판결.

2)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333,2007감도22 판결.

3) 대법원 1980. 9. 9, 선고 80도1731 판결; 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도1791 판결.

4) 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도1791 판결.

5) 대법원 1977. 1. 11, 선고 76도3871 판결.

6) 이하 법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형법임.

7)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2813 판결.

이상으로 대구범어동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시민 형법_살인죄_가중처벌(2)’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존속살해죄, 직계존속 살해, 경찰조사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