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구·경북 1호 형사전문변호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를 통하여, ‘수사방식의 변화: 과학수사와 디지털증거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와 변호 24회차]

‘수사방식의 변화: 과학수사와 디지털증거①’

‘수사와 변호’ (박영사)

제1편 수사

제2장 수사기관

제3장 수사의 방식과 종류

제4장 위법수사 규제의 필요성

제5장 수사방식의 변화

제1절 과학수사와 디지털증거

1. 디지털증거의 출현

종래 진술(자백)에 의존한 수사기법으로 인해 고문·회유·협박·기망을 이용한 자백수사, 피의자신문조서를 회피하여 진술서 작성강요, 진술강요를 위한 과도한 구속수사, 사람을 지치게 하는 반복수사·밤샘수사 등의 수사폐단은 이미 언론과 학계에서 무수히 지적되었다.

이에 법원은 사법민주화가 완성됨에 따라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판결을 통해 수사관행의 개선을 촉구해왔고, 법률의 개정 또는 엄격한 해석으로 인해 최근 형사절차에서 눈부신 변화가 있었다. 자백보강법칙의 확립, 전문법칙의 엄격한 적용, 자백의 임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검사에게 부과하고 임의성에 대해 엄격판단,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적용 및 명문화, 독수독과이론의 원칙적 적용 및 희석이론의 예외적 적용, 영상녹화제도 도입으로 사실상 불법수사 관행 억제, 피의자신문시 수사과정 확인서 작성 의무화 및 변호인의 신문참여권 신설, 구속전피의자심문 의무화, 국선변호제도의 확대 및 근거규정 마련, 구속영장 발부요건 엄격화 및 불구속재판 원칙 명문화, 피의자에게 전면적 보석제도 확대가 그것이다. 실로 적법수사 확립을 위한 진통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은 수사민주화의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고 종래 자백위주의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발달된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객관적 증거에 터 잡아 범죄의 혐의를 입증하기 시작했다.(각주 1)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디지털증거(각주 2)라 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증거 이외에도 그간 과학수사의 방법으로, 법의학을 동원한 철저한 현장조사, 혈액·정액·지문·체모·DNA를 통한 과학수사,(각주 3)(각주 4) 금융거래내역의 압수·수색 및 분석능력 제고, CCTV 등 영상물의 효과적 분석·복원·제출,(각주 5) 음성(성문감정, 聲紋鑑定) 및 필적감정 기술의 발전 등 과학수사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수사의 가장 최근의 문제이자 결정판은 바로 디지털증거에 대한 수사라 할 것이고, 법률의 세계에서는 증거의 수집방식과 증거능력 및 증명력의 문제로 나타난다.(각주 6)

2. 디지털 증거의 의의

디지털증거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거나 전송되는 증거가치 있는 정보(각주 7)를 말하고, 이러한 정보로부터 출력된 문건도 디지털증거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각주 8)

일상의 예로는, 이메일(전자우편), IP 내역, 워드프로세서 문서, 페이스북 또는 블로그 게재글, 파일 업·다운로드 내역, 인터넷 임시보관함, 검색 히스토리, 스마트폰 사진·문자·통화내역, Wi-Fi 접속내역, 카카오톡 저장내역,(각주 9) CCTV, 블랙박스, 금융거래내역 등 현대사회에서 무궁무진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각주 10)

실로 정보화 사회에서 한 개인은 종전과 달리 사이버 상에서 별도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로 인해 자발적으로 디지털증거를 양산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수사기관은 디지털증거로부터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찾고, 증거에 부합하는 공소사실을 구성하여 소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증거는 다른 증거들과 비교하여 ① 비가시성, 비가독성, ② 원본성의 중요성과 인위적 조작의 가능성, ③ 증거와 디지털 매체의 상호독립성,(각주 11) ④ 증거와 디지털 매체의 이중증거성, ⑤ 강력한 복제가능성, ⑥ 대량성, ⑦ 익명성과 무국경성의 특징을 갖는다.(각주 12)

디지털 증거를 분류하는 가장 핵심적 기준으로는, 저장된 증거인지, 전송 중인 증거인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고, 전자(前者)의 경우라면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이, 후자(後者)에 따른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따른 수집이 가능하다. 그 외 이메일과 같은 전자우편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제3항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각주 13)(각주 14)

한편, 소리를 담은 대표적 디지털증거를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분류하면, 아날로그 저장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VHS비디오테이프, 녹음테이프가 있고, 디지털 저장방식으로는 DV(Digital Video), MP3를 들 수 있다.(각주 15)

지금부터 본서에서 논할 부분은 서버 등에 저장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에 대한 것이다.

< 각주 >

1) 과학수사에 입각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사미진으로 인한 무죄판결의 부담은 검찰이 안을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 발간 2013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1심 형사공판사건의 무죄율이 2008년 1.7%에 불과하였으나 2012년 23.49%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무죄확정사건 중 54.2%가 검사의 수사미진으로 인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같은 보고서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줄이고 국민에 대한 검찰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철저한 수사, 신중한 기소, 무죄판결이 많은 검사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법률신문, 기사, “대법원 공개변론 온라인 중계… 사법 민주화 촉진”, 2014. 4. 3, 7면 참조).

2) 과거 컴퓨터로 한정되었던 디지털 방식은 정보통신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각종 전자기기에 응용되고 있으므로 디지털 정보를 컴퓨터로 한정하는 용어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권오걸, “디지털증거의 개념‧특성 및 증거능력의 요건”, 「IT와 법 연구」제5집, 경북대학교 IT와 법 연구소, 2011. 2, 294면; 곽병선,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상 문제점과 개선방안”, 「법학연구」제51집, 한국법학회, 2013, 251면; 탁희성/이상진, “디지털 증거분석도구에 의한 증거수집절차 및 증거능력확보방안”, 「연구총서」06-21,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6. 12, 32면).

3)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DNA 감식은 국립과학연구소, 대검찰청 유전자분석실, 서울대학교 및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서 실시되고 있었으나(조성용, “DNA 지문감식과 피해자의 권리보호”, 「비교형사법연구」6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4, 241면 주2) 참조),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등과 같은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많은 사기관에서도 DNA 감식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수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크게 발전하였다.

4) 미국 법원에서는 DNA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많이 활용되는 반면 또한 이미 유죄선고를 받은 자들이 재심을 받기 위하여 이용하며, 48개 주 및 연방은 수형자로 하여금 DNA 증거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McDaniel v. Brown, No. 08-559, Decided January 11, 2010. 판결에서도, DNA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이 사건의 본래 쟁점은 DNA 일치 확률에 대한 증언의 신뢰성 도는 증언능력 문제였다). 즉 DNA 증거는 피고인의 유죄 인정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박용철, “미국의 형사법 연구의 쟁점과 동향-2007년~2010년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비교형사법연구」14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2, 255-258면 참조).

5) 예컨대, 국과수의 CCTV 영상 선명화 기법, 얼굴 비교 기법, 동영상 복원 기법 등.

6) 필자가 본서 제1편 수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이 과학수사와 인신침해 최소화인데, 탈고 직전 드디어 대검찰청은 종래 과학수사기획관실을 과학수사부로 승격시키고 검사장이 초대 부장이 되는 조직개편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학수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법률신문 기사에 따르면, 2014년 약 100만 건의 검찰 사건 중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한 증거분석이나 감정을 한 사건이 10만 4,000여건에 달하고, 특히 2011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농협 전산망 마비사건, 한국수력원자력 자료 유출사건, 세월호 침몰사고 조사과정에서 음성·영상 분석과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동원됐다. 이 같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범죄수법이 갈수록 첨단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금번 대검찰청의 과학수사부 승격은 시대흐름에 부응한 결과이며, 이제 과학수사부에는 과학수사1과(문서감정, 범죄수사 감식)·2과(유전자와 법생화학 감식), 디지털수사과(전자적 증거의 수집과 분석), 사이버수사과(사이버범죄 수사지원)의 4개 부가 활동하게 되었고, 소속직원은 검사 6명을 포함한 전문인력 130명으로 구성된다. 위와 같은 조직 확대 개편 이외에 김오수 부장(검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증거능력에 관한 사례집’을 발간하여 공판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나 이메일 등 디지털 증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검찰 내부에 통일된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부인돼 기각당한 실패를 교훈삼아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요건 등 법리를 사례집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필자가 보기에는 늦은 감조차 있다(법률신문, 기사, “디지털 증거, 증거능력 인정받게 통일된 체계 구축”, 2015. 2. 23, 6면 참조).

7) 곽병선,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상 문제점과 개선방안”, 「법학연구」제51집, 한국법학회, 2013, 252면; 권오걸, “디지털증거의 개념‧특성 및 증거능력의 요건”, 「IT와 법 연구」제5집, 경북대학교 IT와 법 연구소, 2011. 2, 296면. 특히 권오걸 교수는, 디지털 증거는 디지털 ‘매체’라는 형식적 요소와 ‘정보’라는 내용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8) 서울고등법원 2013. 2. 8, 선고 2012노805 판결.

9) 참고로 최근 민사소송의 증거(특히 이혼소송 귀책사유)로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것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이었는데, 당사자가 스마트폰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출력한 증거 외에도 ㈜카카오에 대해 사실조회신청을 하여 메신저 내역을 확보하는 방법이 이혼소송에서의 주된 입증방법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주)다음카카오가 장기간 메신저 내용을 보관하지 않고 7일간만 보관한다는 입장을 취한 후 다시 2~3일치만 보관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제 앞으로는 사실상 사실조회를 통한 증거자료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필자가 본 회시결과는 7일 보관원칙에 따라 보관된 메시지 내용이었고, 최근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3일 보관방식으로 단축되어 사실상 입증하려 하는 바로 그 기간의 카카오 메시지는 사실조회 회시로는 더 이상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10) 현재 실무에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열람과 출력이 자유로운 SNS 게시글은 수사기관이 화면을 캡쳐해 파일의 형태로 제시하거나 출력해 사진 파일의 형태로 출력하는 것도 증거로 허용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2013. 2. 8, 선고 2012고합1050 판결). 따라서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게시한 글의 경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뒤져서 수집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해당 화면을 저장한 사진이나 출력한 인쇄물로도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컴퓨터로 문제의 화면을 띄워놓고 이를 휴대전화 등 다른 전자기기로 촬영해 제출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각 형사법관은 매체의 특수성이 전부 다른데도 증거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나 제출방법 등에 대한 참고사항이 없어 재판부마다 결론이 다른 경우가 많아 향후 명확한 기준마련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은 서류 증거를 중심으로 상세히 입법되어 있기 때문이다(법률신문, 기사, “디지털 기록, 증거대책 기준 마련 시급”, 2015. 3. 30, 1-2면 참조).

11) 디지털증거의 본질적 특성을 매체독립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견해로는 김정한, “형사소송에서 디지털증거의 조사방법에 관한 입법론적 고찰-특히 민사소송의 경우와 비교하여-”, 「비교형사법연구」14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2, 52-53면. 김정한 교수는, 디지털방식의 증거는 0과 1의 신호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제대로만 옮겼다면 원형 손상이나 변형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특성에서 매체독립성이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12) 권오걸, “디지털증거의 개념‧특성 및 증거능력의 요건”, 「IT와 법 연구」제5집, 경북대학교 IT와 법 연구소, 2011. 2, 297-302면.

13) 권오걸, “디지털증거의 개념‧특성 및 증거능력의 요건”, 「IT와 법 연구」제5집, 경북대학교 IT와 법 연구소, 2011. 2, 302-303면.

1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BVerfG, 2 BvR 902/06 vom 16.6.2009. 결정에서는, 수사기관이 서버제공자의 메일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이메일의 압류와 압수는 통신비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형사소송법 제94조 이하의 규정은 기본적으로 서버제공자의 메일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의 압수를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으므로 압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제94조 이하의 규정에 근거한 구체적인 침해는 비례성을 지켜야 하며, 기본법 제10조 제1항의 효과적인 보호는 특히 당해 사안의 요구에 상응한 절차의 형성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절차적 보호조치로서는 특히 고지‧알려줄 의무, 정보제공 의무, 삭제의무 및 표시의무, 참여권의 보장, 사용금지 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김성룡, “이메일 압수‧수색에 관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과 그 시사점”, 「법학논고」제32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0. 2, 192면, 202-205면 참조).

15) 곽병선,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상 문제점과 개선방안”, 「법학연구」제51집, 한국법학회, 2013, 251면 주12) 참조.

이상으로 대구형사사건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수사와 변호’를 통해 ‘수사방식의 변화: 과학수사와 디지털증거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도주치사상, 뺑소니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처리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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