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성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현장출동 경찰관의 직무유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16회차]

‘현장출동 경찰관의 직무유기’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16] 현장출동 경찰관의 직무유기

지난 달 A노총의 ○○기업 임원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의 당시 대응이 소극적이라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강하다. 그럼에도 12. 17. 경찰청장은 출동 경찰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가 에워싸고 있고, 안쪽에 있는 상황에서 적은 수로는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것이 면책의 항변이다. 경찰청이 11. 29. 특별합동감사단을 꾸려 당시 경찰이 출동 수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한 후 경찰 수뇌부가 밝힌 입장이므로, 거의 확실한 입장표명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11. 22. 발생했고, A노총 조합원 40~50명이 ○○기업 사측과 새 노조가 임금 협상을 벌이던 집무실로 몰려가 노무담당 상무이던 피해자를 폭행한 사건이다. 폭행에 가담한 인원은 피해자를 둘러싼 10여 명이고, 피해자는 집단폭행으로 전치 12주라는 중한 상해를 입었다. 회사가 6차례 112에 신고했고, 첫 신고로부터 10분이 지나 관할 파출소 경관 4명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폭행을 방치했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결국 경찰청은 책임자인 △△경찰서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관리에 대한 체계적 지도가 부족했다는 점으로 서장에게 묻겠다는 책임도 매우 경미할 것은 쉽게 짐작된다.

출동 경찰관은 직무를 유기했는가. 아니면 경찰청장의 발표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름의 소임을 한 것인가. 이는 직무유기와 관련한 해석의 문제이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해야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에서 ‘직무를 유기한 때’란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主觀的)으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과 객관적(客觀的)으로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하므로,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만을 가리킨다(대법원 82도3065 판결; 대법원 95도748 판결; 대법원 2009도9963 판결). 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소정의 특수직무유기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도1739 판결).

그리하여 일단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직무집행의 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것은 아니고(대법원 2003도3718 판결; 대법원 2004도5259 판결; 대법원 2006도1390 판결), 공무원이 태만․분망 또는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한 탓으로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4292형상1081 판결; 대법원 65도984 판결; 대법원 70도1790 판결; 대법원 72도1175 판결; 대법원 75도70 판결; 대법원 82도117 판결; 대법원 81도2538 판결; 대법원 82도1633 판결; 대법원 83도3260 판결; 대법원 91도96 판결; 대법원 2006도1390 판결; 대법원 2011도1739 판결; 대법원 2012도15257 판결; 대법원 2013도229 판결).

결국 법원은 본죄가 성립되기 위해 당해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의식적 방임, 포기, 거부가 있어야 하고, 부족하나마 직무집행의 외관이 있었다면 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인데, 이러한 태도는 공무원의 면책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여 국민의 입장에서 부당하므로 변경돼야 한다. 특히 수사공무원의 수사직무유기사례가 많고, 처분에 불복하더라도 검찰항고 시 수사미진 주장이 좀체 수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의 법원 시각에서 이 사건을 보면, 출동 경찰관들은 출동지령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것은 사실이므로, 자신의 출동의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포기․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리고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지, 자리를 이탈한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그리하여 부족하나마 직무집행의 외관이 있었다는 이유로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경우라도 그 직무집행행위가 위법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대법원 2006도1390 판결 참조).

이상으로 대구수성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현장출동 경찰관의 직무유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집단폭행, 대구경찰청, 민사 손해배상 사건 등 다수의 형사 및 민사 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