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논문은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논문으로써,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지인 「형평과 정의」 제32집(2017년)에 수록된 것입니다.
[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논문 ]
구속제도 연구
- 실무운용상 문제점과 해법을 중심으로 -
천 주 현*
Ⅰ. 서설
현대적 법치주의에 앞선 봉건적 군주제는 특히 인신의 처리에 대한 기준이 없고 예측불가능하여 시민은 실로 수범자로 전락하여 지대한 인권의 침해를 받았다. 군주제에 대항한 근대 유럽의 연속된 혁명으로 인해 입헌군주제와 민주공화정이 탄생하게 되면서 비로소 시민은 법률에 의해 인신의 자유를 보장받게 되었고, 이것이 각국의 헌법상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 기본권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인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곳곳에 존재하며, 특히 수사의 영역에서는 무죄추정원칙, 강제처분법정주의, 불구속수사원칙이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파생된 기술적 제도가 바로 영장제도이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시민을 장기간 구금할 수 없고, 재산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법률가에게 있어 영장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중요하고, 영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곳은 대부분 구속과 관련되어 있다.
아래에서는 구속제도를 둘러싸고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피면서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이어서 수사단계 구속제도의 의의와 운영실무,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실무적 관점에서 조명하기로 한다.
Ⅱ. 구속제도를 둘러싼 최근의 문제와 연구주제의 선정
1. 4가지 문제점
형식적 민주화에서 실질적 민주화로 변화되고 그 속도가 고도화됨에 따라 구속제도도 존재 그 자체에서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적‧역할적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능적 측면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그렇다면 현재의 구속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는 부족하고, 또 몇 가지 점과 관련하여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구속제도는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그리고 투명성 부족으로 변호인의 변론권에 제약요소가 존재하지는 않는가(운영상의 투명성 문제).
둘째, 불구속수사원칙이 2007년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검찰의 불만이 여전한 것은 실제로 법원이 검찰의 수사권 약화를 의도하여서인가(불구속수사원칙의 작동원리와 이유).
셋째, 영장기각과 관련한 법원의 의도가 수사방해나 수사권 약화가 아니라면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가 실무상 세밀한 기준으로 정립되어 있지 아니한 까닭이고,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의심을 받아온 것이 아닌가(구속기준의 미정립, 미공개 문제).
넷째 구속영장청구권한을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는 헌법 규정(제12조 제3항)이 경찰의 수사권을 위축시키고, 경찰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것인가(영장청구권의 독점과 남용 문제). (각주 1, 2)
2. 변호인의 입장에서
위 네 가지의 문제점 중 변호인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는 것은 투명성 문제(첫째 문제)와 구속기준의 미정립‧미공개(셋째 문제)로 보아야 한다.
투명성과 방어권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실무상의 구체적 의문은 다음과 같다. 「미체포 피의자마저도 영장심문기일은 왜 그리 촉박하게 잡혀 왔는가. 구속영장청구서 확보는 왜 그리 어려웠는가. 실제에서 영장청구서 이외의 수사서류를 열람‧등사하여 변론에 사용할 수 있는가. 영장심문기일에 변호인의 역할은 왜 그토록 미미한 수준으로 보장된 것인가.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는 누구를 위하여 허술하게 작성되는가. 변호인에 대한 영장결과통보는 은혜적인 것인가. 발부에 따른 구속영장 등본과 기각에 따른 구속영장불허이유를 확보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구속의 재판에서 결정문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불복방법이 없는데, 이는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인가, 피의자를 위한 것인가, 검사의 수사기밀유지와 재영장청구를 위한 공익적 배려인가.」(각주 3)
구속기준과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구속기준이 정립되어 있다면 법원도 비교적 상세한 결정문을 작성하게 될 것이고, 오판단에 대해 불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각주 4, 5) 재영장청구와 구속적부심사청구가 직접적 불복방법이 되겠는가.(각주 6) 이 제도는 법관의 전지전능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인가.」
3. 기관 간 충돌문제
법원과 검찰의 충돌문제(위 둘째 문제)와 검찰과 경찰의 갈등부분(위 넷째 문제)은 불구속수사원칙을 주요한 기준으로 해석상 해결될 수 있다.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말라는 점,(각주 7) 구속은 피의자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고통이란 점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거듭 확인되었다. 그 결과 탄생한 원칙이 불구속수사원칙이고,(각주 8) 실현수단으로 경찰권에 대한 검찰권의 합리적 통제, 검찰권에 대한 법원의 합리적 통제를 두고 있음은 헌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각주 9)
따라서 검찰제도가 본래의 모습인 지구상에서 가장 객관적 관청을 유지하는 한 검찰의 경찰영장반려를 비난할 수 없고,(각주 10) 법원이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한 법원의 검찰영장불허에 문제를 제기하여서는 아니 된다.(각주 11)
그렇다면 위 4가지 문제 중 두 가지는 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기관 간의 불만이 있다 하여 지금처럼 언론을 통한 난타전을 벌여서는 아니 되고, 기관 상호간 이해와 소통을 토대로 법이 부여한 상대방의 권한을 존중하여야 한다.
애초에 기관 간의 상호견제를 통해 헌법이 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 인권보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종국적 해결을 돕는 방법도 있다. 구속제도 운영상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구체적 구속기준을 정립하여 공개하는 것이다.
4. 연구주제의 선정
本誌의 특성과 지면을 감안하여 위 4가지 문제 중에서 기관 간의 충돌문제는 현재 수사권 조정문제와 검찰‧경찰의 자체 개혁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고, 제도 불투명성과 구속기준의 문제에 대해 논의의 주제를 제한하기로 한다.
이하에서는 구속제도의 일반론과 문제점 및 해결방안에 대하여 변호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Ⅲ. 구속제도 일반론
1. 구속 제도
가. 구속의 의의
구속은 피의자․피고인을 구금하는 강제처분으로, 기간이 체포에 비해 장기이다. 구속은 반드시 체포를 전제하지 않는다. 사전영장에 따라 미체포피의자에 대하여 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01조의2 제2항, 이하 형사소송법을 ‘법’이라 한다).
반면, 체포 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하는 경우를 실무상 사후영장이라 한다(법 제201조,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은 체포와 달리 무영장구속이라는 예외가 없다. 오직 법관에 의해 발부된 영장에 의해서만 구속이 가능하다.
2014 사법연감에 따를 때, 2013년 구속영장은 33,116건이 청구되고 27,089건이 발부되어 81.8%가 발부되었고,(각주 12)2016년 구속된 인원은 32,396명으로 늘어났다.(각주 13)
나. 제도의 목적
구속은 형사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재판출석보장, 증거인멸에 의한 수사와 심리의 방해제거, 확정된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수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각주 14)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는 체포제도로 충분하다. 재판 확정 전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으므로 구속이 사전형벌의 성질을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각주 15)
따라서 구속의 위와 같은 목적을 고려하여 검사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의 사항을 유의하여야 한다. ①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소명되었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② 범행의 성격, 예상되는 선고형량, 피의자의 성행, 전과, 가족관계, 직업, 사회적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가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며, ③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이유 또는 그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인권보호수사준칙 제16조). 나아가 검사는 공익의 수호자로서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 인권침해가 의심되거나 그 밖에 구속 사유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피의자를 면담·조사하여야 한다(동 준칙 제17조).
위와 같은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고도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하여야 한다(법 제198조 제1항).
구속은 사전형벌이 아니고, 법 제70조 제3항, 제201조 제1항 단서를 보아도 구속제도에는 비례성 원칙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예컨대 구속기간이 선고될 형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경우,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집행유예판결을 선고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을 계속하는 경우, 구속사유가 소멸되었거나 구속의 집행정지나 보석에 의하여 구속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 (각주 16, 17)
다. 구속의 요건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의 하나에 해당할 경우 구속할 수 있다(법 제70조, 법 제201조).
(1) 범죄혐의는 무죄의 추정을 깨뜨릴 정도로 유죄판결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되어야 한다.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고도의 개연성은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그것은 입증의 정도에 이를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가변적인 수사실무를 고려하면 완벽한 입증까지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소명으로서도 족하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고도의 개연성(또는 상당한 이유)을 소명하여야 한다.(각주 18)
범죄혐의는 구속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수사나 심리의 진행에 따라 더 이상 구속할 필요가 없을 경우 검사는 구속취소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만 실무상 범죄혐의가 있어 구속시킨 검사가 수사 중 혐의소멸로 구속을 취소하는 사례는 없고, 구속의 필요성이 소멸하여 구속취소를 하는 경우는 있다.(각주 19)
(2)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구속사유는, 주거부정, 증거인멸 염려, 도망 또는 도망염려이다(법 제70조 제1항).(각주 20)
구속사유는 구체적 사실을 기초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검사는 구속영장의 청구 시 구속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201조 제2항).
(가) 도망할 염려(逃亡念慮)란 구체적 사정을 평가한 결과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형사소송에서 떠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각주 21)
선고될 형량은 도망염려를 판단할 중요한 자료가 되고, 특별히 중형이 선고될 것이 예상되는 때에는 그 사유만으로 도망할 염려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가 나온다.(각주 22)그러나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각주 23)
실무상으로도 영장 발부사유로 「■ 도주 우려, 그 이유 란에 ”중형 선고 예상“ 또는 ”실형 선고 예상“」이라고 기재한 사례가 흔히 존재했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성급하다. 피의자가 어떤 논리로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지, 향후 어떤 변론을 통해 구체적 입증이 가능할 것인지를 감안하여 과연 본안에서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 고민한 흔적이 없으며, 나아가 본안판단을 선취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본안의 법관이 아닐진대 함부로 중형 또는 실형 선고가 예상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상당기간 수사한 결과를 불과 하루 이틀 만에 검토하여 중형·실형 선고를 단정한다면 이는 무리이다.
특히 수사가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였다면 아무리 기록을 상세히 검토했다 하더라도 오판의 위험이 상당하다. 나아가 오판하여 구속시킬 경우 구속영장 판단법관은 통상 부장판사이고, 구속된 후 이어지는 본안 중 단독법관은 후배법관인 경우가 많으므로 실무상 구속기소 사건의 경우 암묵적으로 실형선고를 통해 구속이 유지되는 관행이 많아 한 번 오판으로 입게 될 피의자, 피고인의 피해도 상당하다.
또 실형 선고가 예상된다 하여 미리 도주할 것으로 곧바로 연결한다면 이도 무리이다. 기소 당하더라도 소송절차에서 끝까지 다투는 경우도 흔히 있으므로 구속영장 발부법관은 신중을 기해 도주우려를 판단해야 한다.
향후 충분한 해석론이 공론화되어 도주우려 부분이 세밀한 방식으로 보강 입법된다면 법관의 자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양형에 대한 통제방안은 수십 년 전부터 학계에서 주장되다가 대법원이 이를 수용한 후 권고적 기준을 만들자 일선 법관 중 상당수가 이를 준수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구속영장 심사와 관련해서도 현재와 같은 판단기준과 발부관행으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미리부터 형해화하기 쉬우므로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구속법 법리가 충실하게 발전하여 구속영장 발부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 주거부정(住居否定)에 대해서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도망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한편 주거가 일정하다고 하여 도망의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이를 독립된 구속사유로 규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가 유력하다.(각주 24)
(다) 증거인멸 염려(證據湮滅念慮)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방법을 훼손·변경·위조하거나, 공범자·증인·감정인에게 허위의 진술을 하게 하여 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각주 25)
부정한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현저한 우려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히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거나, 피의자가 자백하지 않고 다투고 있다거나 하는 사정만으로 증거인멸의 위험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방어를 위하여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부정한 방법이라 할 수 없으므로 증거인멸의 위험을 인정할 자료가 되지 않는다.(각주 26)
실무상으로는 이미 대부분의 중요 증거가 압수되어 더 이상 은닉할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다고 보고, 또 적극적으로 피의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의 제출을 충분히 하여 더 이상 은닉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보장을 받으며 추가로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도주의 우려 및 증거인멸의 위험 모두 없다고 보아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반면 객관적 증거는 별반 없고 참고인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서 참고인과 피의자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진술을 번복시키거나 말을 맞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인적 증거의 인멸 위험으로 보고 있다.
(3) 법원은 위 3가지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각주 27)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법 제70조 제2항). 이러한 고려사유는 독립된 구속사유가 아니다.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속사유가 없는 경우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을 이유로 구속할 수는 없다. 실무상으로도 구속과 관련한 재범의 위험성이 발부영장에 표시되기는 어렵다.
비록 검사가 재범의 위험성도 함께 표기하여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어디까지나 주거부정, 도주우려, 증거인멸위험을 공식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발부한다.
그러나 만약 현주건조물방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자백하고 주거도 일정하나, 석방된 후 병적으로 다시 방화한다면 영장법관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결국 특정 위험한 범죄군은 구속사유와 더불어 재범의 위험성을 명시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독립적으로는 고려되지 못하더라도 도망염려의 요소로 작동하거나,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우려가 증거인멸염려의 내용으로 포함되어 해석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각주 28)
(4) 다액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주거부정을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법 제70조 제3항, 제201조 제1항 단서). 비례성의 표현이다.
2. 영장실질심사
가. 필요적 실시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제201조의2에서 기존의 임의적 심문을 필요적 심문으로 변경하였고, 10년간 운용되었다.
체포된 피의자의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법 제201조의2 제1항), 미체포 피의자의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한(곧바로 영장을 기각할 사안이 아닌 한) 필요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법 제201조의2 제2항 본문).
다만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의자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법 제201조의2 제2항 단서).
이 제도는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하여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법관이 직접 피의자를 심문하여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판단함으로써 영장주의의 실효성을 담보함과 동시에 법치주의의 보루로서의 기능을 한다.(각주 29)
담당법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대면하고 수사기록 속에 나타나지 않는 피의자만이 알고 있는 변소내용을 들어본 후 발부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더욱 정확한 판단이 될 수 있고, 수사절차의 위법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각주 30)
나. 실시시기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제200조의3 또는 제212조에 따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심문하여야 한다(법 제201조의2 제1항).
법문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으므로 영장담당 판사가 판단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이 아닌 그 이후에 실시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각주 31) 이때의 피의자는 체포된 피의자이므로 부당한 구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타당하지 않은 해석이다.(각주 32)
제1항외의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법 제201조의2 제2항).
미체포피의자에 대한 심문기일은 관계인에 대한 심문기일의 통지 및 그 출석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가 법원에 인치된 때로부터 가능한 한 빠른 일시로 지정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2 제2항, 이하 형사소송규칙을 ‘규칙’이라 한다).
다. 심문기일의 절차
판사는 피의자가 심문기일에의 출석을 거부하거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출석이 현저하게 곤란하고, 피의자를 심문 법정에 인치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 없이 심문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나(규칙 제96조의13 제1항), 그 외의 경우에는 피의자와 대면하여 심문한다.
관계인에 대한 심문기일의 통지는 서면, 구술, 전화, 모사전송, 전자우편, 휴대전화 문자전송 그 밖에 적당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통지의 증명은 그 취지를 심문조서에 기재함으로써 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2 제3항). 판사는 지정된 심문기일에 피의자를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심문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22).
피의자 심문에 참여할 변호인은 지방법원 판사에게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 및 그에 첨부된 고소․고발장,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피의자가 제출한 서류를 열람할 수 있으나 그 외의 서류를 열람할 수는 없다(규칙 제96조의21 제1항).
위와 같은 서류라도 검사가 증거인멸 또는 공범자의 도망염려 등 수사에 방해가 될 염려를 이유로 지방법원 판사에게 열람 제한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고 판사가 검사의 의견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구속영장청구서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이 제한된다(동조 제2항).
심문기일에 지방법원판사는 구속사유를 판단하기 위하여 피의자를 심문하고, 통지받은 검사와 변호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법 제201조의2 제4항). 심문을 함에 있어 지방법원판사는 공범의 분리심문이나 기타 수사상의 비밀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법 제201조의2 제5항). 심문은 법원청사 내에서 하여야 하나,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하거나 출석할 수 없는 때에는 경찰서, 구치소 기타 적당한 장소에서 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5).
피의자에 대한 심문절차는 공개하지 아니하나, 다만 판사는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의 친족,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의 방청을 허가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4).
심문에 앞서 판사는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익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규칙 제96조의16 제1항). 판사는 피의자를 심문함에 있어서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신속하고 간결하게 심문하여야 한다.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경력, 가족관계나 교우관계 등 개인적인 사항에 관하여 심문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6 제2항).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의 심문이 끝난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심문 도중에도 판사의 허가를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6 제3항).
피의자는 판사의 심문 도중에도 변호인에게 조력을 구할 수 있고(규칙 제96조의16 제4항), 판사는 구속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심문 장소에 출석한 피해자 그 밖의 제3자를 심문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16 제5항).
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변호인의 선정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어 효력이 소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심까지 효력이 있다(법 제201조의2 제8항).
이에 의하여 모든 구속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수 있게 되었다. 법원은 변호인의 사정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 선정결정이 취소되어 변호인이 없게 된 때에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다시 선정할 수 있다(법 제201조의2 제9항).
라. 변호인의 의견진술
검사와 변호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나(법 제201조의2 제3항), 심문기일에 심문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6 제3항은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의 심문이 끝난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심문 도중에도 판사의 허가를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종전의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의 심문이 끝난 후에 판사의 허가를 얻어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다.”는 규정을 현재와 같이 개정하였기 때문이다.(각주 33)
그러나 이는 판사의 질문취지를 효과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피의자가 충분한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방식이므로 변명에 불충분하고 변호권 행사의 제약이 된다고 본다. 변호인이 심문 또는 신문할 수 있어야만 통상의 공판절차에서처럼 피의자에게 구속사유가 없다는 점을 폭넓게 현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각주 34) 장차 변호인의 신문권(또는 심문권 (각주 35))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후술한다.(각주 36)
현재도 판사의 허가를 얻고 피의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라면 변호인도 심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각주 37)가 있으나, 과연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변호인의 피의자심문권을 동의라는 점을 매개로 법관의 허가를 얻어 실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상 변호인이 의견진술을 길고 상세하게 할 경우만 하더라도 영장법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간결히 의견진술을 마무리 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보면 그 전망이 어둡다고 본다.
마. 조서작성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법원이 구속전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사무관 등은 심문의 요지 등을 조서로 작성하여야 하고(법 제201조의2 제6항), 법원이 피의자심문조서를 작성하는 때에는 조서 작성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서 기재의 정확성 여부를 진술자에게 확인하고, 조서에 간인하여 서명날인을 받아야 하며, 검사·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조서 기재의 정확성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때에는 그 진술의 요지를 기재하여야 한다(법 제201조의2 제10항, 제48조).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1조의 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제315조의 기타 특히 신빙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서류로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다.(각주 38)
법 제48조와의 관계상 구속영장심문조서에 진술자인 피의자의 간인, 서명날인을 받아야 하므로 법원사무관 등의 업무가 너무 번거롭게 되었고,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1쪽으로 작성된 간략한 심문조서에 피의자의 서명, 무인만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는 견해가 있는데, (각주 39) 이러한 관행은 잘못되었다. 법관의 묵인 아래 법원사무관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 된다.
구속을 결정하기 위해 법관이 피의자를 심문하는 절차이고 단 1회 만에 구속·불구속이 판가름 나는 심문절차에서 역사적 근거로 피의자심문조서만이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피의자의 간인, 서명날인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 법원사무관에게 번거로운 일이 되어 간인을 피하게 되었고, 따라서 1쪽짜리 조서관행이 생겼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앞으로 영장전담법관은 법문의 취지를 헤아려 심문의 요지에조차 이르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조서작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야 하며, 조서는 1쪽을 넘어서는 것이 맞고, 간인을 회피하기 위하여 조서를 고의로 1쪽으로 축약기재하면 아니 된다. 그것이 올바른 형사법관의 책무이다.
현재 심문조서를 보면 대개 「피의자 “선처를 바란다고 진술”」, 「변호인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진술”」로만 기재되는 관행이 심한데, 변호인 입장에서는 범죄혐의, 구속사유, 구속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답답한 점이 많다.(각주 40)
따라서 향후에는 피의자가 자신이 받은 신병재판에 대해 실질적 불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심문조서에 심문의 요지 등을 기재한다’고 애매하게 규정하지 말고, 상세하게 기재되도록 입법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세한 조서에서 연속성을 입증하는 간인은 당연하다.
또 조서작성의 정확성에 대해 변호인에게 확인시키지 않고 피의자에게만 열람케 하고 서명날인케 하는 실무관행도 법 제48조 제5항(조서의 작성방법), 제51조 제2항 제11호(공판조서의 기재요건 중 변론의 요지)의 취지에 반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각주 41)
바. 심문조서에 대한 검찰입장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는 거의 모든 법원에서 간략히 작성하는 바 증인신문조서와 같은 문답식이 아니라 개괄식으로 간략하게 기재되고,(각주 42) 이러한 심문조서는 법원이 보관하고 검사의 청구 시 사본을 교부한다.
그간 법원이 교부를 거부한 사례는 없었고, 검찰 또한 조서 사본을 증거로 제출하거나 채택한 사례는 없었다.(각주 43) 그러함에도 법원의 심문조서의 간략한 작성방식에 대해 검찰은 검찰대로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일선 법원에서는 구속 전 심문조서를 작성하고 법원에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 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 조서 사본을 교부하는데, 법률에서 조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피의자의 진술 취지를 충실하게 기재하고 사건 기록에 편철한 다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활용하게 하려는 취지로 보이는데도 지나치게 짧아 법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 작성방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각주 44)
그렇다면 결국 검찰도 필자와 같은 변호인과 동일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Ⅳ. 영장실질심사 개선점
구속전피의자심문은 수사권의 남용을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피의자의 부당한 구금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헌법 실현수단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실무상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인권친화적 제도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변호인의 변론권도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1. 촉박한 영장심문준비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나(법 제201조의2 제1항), 제1항외의 피의자(미체포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하고(법 제201조의2 제2항), 그 심문기일은 관계인에 대한 심문기일의 통지 및 그 출석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가 법원에 인치된 때로부터 가능한 한 빠른 일시로 지정하여야 한다(규칙 제96조의12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장판사는 구속영장청구일로부터 매우 촉박하게 심문기일을 정하는 경우가 통상인데,(각주 45) 그 같은 경우 영장심문통지를 받은 피의자나 그의 가족이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변호인이 영장청구서를 확보하고 변론에 착수하는 시점은 이미 심문기일의 전날 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충실한 변론을 준비하는 것은 눈앞의 심문기일을 감안할 때 거의 불가능하고,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도 희망에 불과하다. 결국 피의자와의 면담 과정에서 범죄사실과 관련한 인부를 놓고 합의 아닌 합의를 하고 나서 서둘러 정리하는 주된 부분은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우려와 관련한 부분으로, 정상도 아닌 것이 구속불비사정도 아닌 어정쩡한 변론의 모습이 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검사가 구속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기 위해(법 제201조 제2항) 상당한 기간 동안 갖가지의 방법으로 수사한 것과 비교하면 애초부터 많은 차이를 가져오게 한다.
그 와중에 부딪히는 뜻밖의 난관도 있다. 예컨대 대구지방법원과 같은 본원은 야간 당직실을 통하여 영장청구서 사본 교부가 신속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으나, 김천지원과 같은 지원에서는 야간 당직실을 통한 절차지원이 불가능한 점을 알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두루 고려하면, 특히 미체포피의자의 경우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만을 우선시하여 영장심문기일이 촉박하게 지정되지 않도록 법문을 명확히 개정할 필요가 있고, 심문기일의 변경도 실무상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며,(각주 46) 심문기일 변경신청이 피의자의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우려를 인정하는 쪽으로 심증 형성되지 아니하도록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2. 열람·등사 문제
체포피의자의 경우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피의자의 가족이 이러한 사실을 우편으로 통지받은 후 이것을 들고 변호인을 선임한 순간에는 이미 영장실질심사 시각이 너무나 목전이다. 이러한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충실한 변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은 상술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은 미체포피의자(사전구속영장)의 경우라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차피 예고 없이 신속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피의자가 그러한 사실을 통지받은 시점부터 심문기일까지는 불과 수일 이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변호인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열람·등사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고 상당부분은 불가능하다.
영장청구서에 대해 본다. 변호인은 판사에게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 및 그에 첨부된 고소장,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피의자가 제출한 서류를 열람할 수 있으나 등사규정은 명백히 존재하지 않고, 일시, 장소가 지정된 후 영장청구서를 열람하여야 하는 시간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규칙 제96조의21,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9조 제1항).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여 통상 법원은 규칙 제101조(각주 47)를 허용근거로 보고 아예 영장청구서 등본을 교부해 온 것으로 보이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 조문은 영장 변호인에게 허용된 영장청구서 등본교부청구권이 아니라 체포적부심사청구를 한 변호인 또는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한 변호인에게 허용된 등본교부청구권으로 읽혀진다.
따라서 장래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1을 명확히 개정하여 영장청구서에 대한 열람을 넘어선 등사청구권을 규정하여야 한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를 개정하여 변호인이 법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영장청구서 사본을 팩스로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적절한 조치 중 하나이다.
나아가 수사서류는 열람의 범위가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검사의 불허의견이 있을 경우 대체로 수용되어 열람이 금지된다는 점(규칙 제96조의21,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9조 제2항), 등사의 규정은 아예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검찰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사건기록열람․등사에관한업무처리지침(대검예규)과 검찰보존사무규칙(법무부령)에 영장 변호인이 수사서류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 규정이 없거나 결국은 검사가 수사기밀로 보아 불허할 것임이 분명한 점을 고려하면 형사소송법 또는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하여 변론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의 수사서류 항목을 예시하여 그 허용을 명시하여야 한다. (각주 48)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판단하는 법관은 전체 기록을 숙지하고 있는데, 변호인은 고소장, 참고인진술조서 등 고소인의 주장요지, 계좌내역 등 객관적 증거자료, 수사보고서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미흡한 상태에서 영장심문을 준비한다면 이는 패착의 기본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 변론이 될 수도 있다.
영장을 기각시키기 위해서는 만연히 피의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변명하여서 될 것이 아니다. 고소인의 주장 및 객관적 증거에 대해 상세반박 할 수 있고 반증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여야만 승산이 있고, 비로소 법관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심증을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관으로서는 다툴 여지와 용의가 있는 피의자가 도주하지 않을 것이란 점, 방어권을 보장해 주어도 되겠다는 점에까지 생각이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충실한 변론을 위해 변호인의 기록 열람·등사권은 최대한의 분량으로 가장 신속히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향후 충분한 변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검찰은 애초부터 법원에 기록 2부(기록 전체의 원본 1부, 기록 일부의 사본 1부)를 제출하고, 변호인은 그에 맞는 복사비용을 지급하고 즉시 법원으로부터 사본 1부를 수령하는 방향 등 극단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인의 변론권 행사가 단순히 개인의 영업에 불과하다면 그 같은 수고는 당연히 사치이나, 그것이 헌법의 핵심적 가치이자 수단이라면 수긍할 점이 있다.
충분한 변론권 보장, 세밀한 심사, 억울한 구속이 없는 사회야말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사법모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늘 이상 또는 법의 정신과 실무가 어긋나는 불일치 현상에 대해 주목해야만 한다.
3. 변호인에 의한 피의자신문절차 부재
영장실질심사는 원칙적으로 판사에 의해 직권 진행된다.
법관은 피의자에게 범죄의 객관, 주관을 질문하고, 부인할 경우 구체적 이유, 주거, 직장, 수입 및 재산, 가족관계,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위해적 접촉사실을 피의자로부터 듣게 된다.
이는 직권심문으로, 원칙적으로 변호인이 중간에 나설 수 없고(예외는 있다), 당연히 변호인에 의한 피의자신문절차(또는 심문)도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인의 역할은 입회와 최후변론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관의 직권심문과 피의자의 답변이 끝나고, 출석한 검사가 있다면 검사의 의견을, 없다면 검사가 선정한 피해자 국선 변호사가 의견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호인의 의견을 청취한다.(각주 49)
그리고 남는 것은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이고,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 조서는 1쪽 짜리에 불과하다. 내용의 기재 또한 심문의 요지만을 간단하게 적고 있어서, 고작해야 조서에 남는 것은 피의자가 “선처를 바란다.”, 변호인이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한 정도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피해자 변호사가 “피해자가 겪은 충격이 크므로, 구속수사하여 주길 바란다. 또는 강력히 처벌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주장한 내용의 취지도 조서에 담기고 있다. 그렇게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는 허무하게도 한 쪽짜리에 불과한 형식적 요점만 남게 되었다.(각주 50)
비록 재판장이 직권으로 상당시간을 할애하여 기록을 토대로 피의자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고, 변호인 역시 사전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한 후 의견서 기재 내용을 장시간 구술 변론할 수 있기는 하나, 변호인에 의한 피의자신문절차가 형사소송규칙에서 삭제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현재의 제도로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통해 현출시키고 싶었던 다음의 사항들을 제대로 현출시키지 못한다. 부인하는 부분과 구체적 이유, 해당 사건의 특별한 경위, 고소인과의 관계 및 고소내용 중 불순한 부분과 그 동기, 수사과정 중 진술획득방법의 위법성, 조서작성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기재된 부분과 그 이유, 피해변제를 위한 노력과 구체적 계획, 구속 시 초래될 수 있는 막대한 피해와 피해변제 이행에 미칠 영향, 현재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남은 절차에서 계획된 변론방법 등이 그것이다.
4. 구속영장 발부기준 문제
주거부정,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위험의 각 사유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상세한 것이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48조, (각주 51) 제49조인데, (각주 52)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없이 상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검찰이 법원의 각개 영장판단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도 구속기준이 일정치 않아 각 사건에서 복불복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금번 연구와 같은 논의가 앞으로 심화되어 향후 구속법리가 지속적으로 발전됨으로써 인신구속과 관련한 국가 사법기능에 대해 국민적 신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인신에 대해 법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정확히 적용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고 중요하다.
그간 인신구속의 문제에 대해 실체재판에 부수하는 2차적 의미로만 바라보던 법조계 내부의 인식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의 변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각주 53)
가. 도주우려
실무상 가장 문제되고 흔한 사유이다.
통상 법정형이 높은 사건의 경우 “중형예상, 도주우려”라는 이유만을 기재한 후 영장을 발부하는 관행이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영장심사 단계에서부터 미리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사를 통제하거나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며 불만을 갖고 있으나, 변호인으로서는 ‘미리부터 유죄예단을 갖고 실형이 선고될 사건이라느니, 중형이 선고될 사건이라느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그것에 대한 확신은 본안 법관이 할 일이다.(각주 54) 특히 부인사건의 경우라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데 부인까지 하는 것을 볼 때 도주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예단해 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왜곡된 단순 도식이라고 본다.
본안에서 다투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미리부터 배제한 것이고, 유죄선고의 예상 또는 심지어 중형선고의 예상이 있더라도 반드시 모든 피의자가 도주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도주우려 자체가 영장발부사유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라 실형선고 또는 중형선고 예상을 곧바로 도주우려로 직결시키는 판단은 대단히 성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실무는 다소 극단적 판단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증거인멸 위험
실무상 부인하고 있으며 참고인들이 피의자의 회사직원 등일 경우 진술을 짜 맞추거나 회계장부 등을 은닉·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증거인멸의 위험을 인정한다.
그러나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관계를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진술번복 또는 회유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그것은 신속히 참고인 조사를 마쳐두지 않았던 수사미숙을 나무라야 한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서둘러 참고인 조사를 함과 동시에 참고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를 하고, 나아가 허위진술에 대해 범인도피 또는 위계 공무집행방해죄를 경고함으로써 고의로 진술을 바꾸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세련된 수사방식이라 할 것이므로, 피의자와 참고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바로 구속사유로 삼아 피의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봐야 한다.
물적 증거의 은닉·훼손의 염려가 있다는 것도 그러하다. 미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기관의 잘못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피의자가 은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증거인멸의 위험 속에는 많은 경우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는 점이 전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인하는 피의자는 항상 증거를 인멸할 생각만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기에도 바쁘다. 따라서 지나친 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범죄의 은밀성과 참고인 진술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증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범죄 군이 있다. 바로 부패범죄이고, 타당한 구속 건도 많을 것이다. 부패범죄는 은밀성 및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적발하기 쉽지 않은 반면, 참고인이 보복을 우려하여 진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각주 55) 이런 이유로 부패범죄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을 수수한 경우 반드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예정하고 있고, 실제 구속율도 일반범죄보다 상당히 높다.(각주 56)
요컨대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범죄 군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여도 수긍할 수 있겠으나, 일반범죄에까지 증거인멸의 위험을 추측하여 영장을 남발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5. 충실한 이유기재 필요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때 구속영장 중단 왼편에 구속사유의 해당사항을 체크하고. 오른쪽 빈란에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또는 “범죄혐의 인정되고”, 또는 “범죄혐의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식의 이유를 기재한다.(각주 57)
영장을 기각할 때에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또는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혹은 ‘피의자의 주장과 수사태도, 그의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를 볼 때 장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 증거인멸의 위험 및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기재하고 있다.(각주 58)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이고 짧은 이유기재는 검찰이나 피의자에게 실제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아서 검찰은 어느 부분이 미진하다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피의자는 왜 구속돼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범죄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혐의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으로 보아 간단한 이유만을 기재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향후에는 구체적 사유를 밝혀 검찰과 피의자 모두를 납득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장래 대법원 재판예규 등에 구속영장 이유기재 방법을 상세하게 정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각주 59) 그래야만 장차 영장발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향상되고, 방어권 보장에 충실을 기할 수 있다.
조금 더 바란다면 구속기준이 정립되고 충실한 이유기재도 가능한 정도라면 정형문구가 아닌 상세한 모양새로 「구속 결정문」을 작성하고, 검찰도 변호인도 열람․등사토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6. 발부된 영장(칼)과 기각한 영장청구서 이유(방패) 입수문제
검사는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영장과 증거기록 일체를 반환받는다. 심지어 반환시각도 기재하게 되어 있다(규칙 제96조의18).
발부의 경우 구속영장 중단 왼편에는 발부사유가 체크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그 이유가 기재된 것이 보통인데, 비록 그 내용 전부를 보아도 정형적이고 간단하여 크게 쓸모가 없더라도 변호인은 향후의 다른 절차를 통해 피의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발부된 구속영장 등본의 빠른 입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형사소송규칙이 구속된 피의자와 변호인이 구속영장 등본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규칙 제101조), 일단 검찰로 기록이 넘어가고 나면 검찰은 뜻밖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다. 해당 조문명이 ‘체포․구속적부심사청구권자의 체포․구속영장등본 교부청구등’이므로, 이러한 청구를 받은 검찰 영장계와 수사검사는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하였거나 할 태세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천지원 등 일부 지원(支院)도 영장발부 직후 검찰기록반환 전 교부불가 처분한 사례가 있으므로(각주 60)이 조항은 편협하게 오 해석될 소지를 품고 있다.
따라서 영장이 발부된 바로 그 날이나 익일에 변호인은 검찰을 통해 구속영장의 등본을 교부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장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나 검찰에 변호인이 영장등본교부를 청구할 경우 그가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하였거나 할 태세인 것을 불문하고 즉각 이에 응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다 분명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형사소송규칙 제101조의 조문명을 오해없이 개정하거나,(각주 61) 제100조의 준용규정에 규칙 제50조(피고인 및 그의 변호인에게 인정되는 구속영장등본 교부청구 조항)를 추가로 넣는 것이다. 이로써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에게 인정된 구속영장 등본교부청구권 규정(형사소송규칙 제50조 제1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물론 전항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장래 법원이 「구속결정문」을 작성하고 그것을 열람․등사할 수 있을 때는 이러한 규칙개정은 필요하지 않다.
한편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할 경우 판사는 영장청구서에 그 취지 및 불허이유를 기재하고 서명․날인하여 청구한 검사에게 교부하는데(법 제201조 제4항,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51조), 한 번 검사에게 반환된 영장청구서의 등본을 교부받기는 쉽지 않다. 변호인은 이를 통해 영장불허 사유를 중심으로 검사의 재영장청구에 대비하여야 하는데도 검찰은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사건기록열람․등사에관한업무처리지침(대검예규), 검찰보존사무규칙(법무부령) 어디에도 등사규정(또는 등본교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거나,(각주 62)수사기밀로 보아 열람․등사를 불허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역시 형사소송규칙 제101조를 개정할 수 있다.
결국 청구검사는 발부사유와 불허사유를 실시간으로 알게 되고 후속절차를 도모하는 반면, 변호인은 발부된 구속영장도, 불허이유가 기재된 영장청구서도 받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각주 63)
영장심문기일 직후 변호인의 불충분한 변론권이 피의자에게 이로울 리 없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하여 영장판단 직후 (수사기밀일 리가 없는) 발부된 구속영장과 기각의 이유가 기재된 영장청구서를 변호인이 즉시 입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거듭 밝히지만, 법원이 장래에 「구속결정문」을 작성하고 이것을 변호인이 등사할 수 있다면 이러한 번거로운 주장은 할 필요가 없다.
Ⅴ. 결어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영장심사단계에서도 무죄추정원칙을 강조하여 무턱 댄 발부를 지양하는 근거도 타당하다.
그러나 위 몇 가지 문제점을 추가로 개선하여 장래에는,
(1) 미체포피의자의 경우 심문기일은 변론준비가 충분할 수 있도록 세심히 고려하여 정하여야 하고,
(2) 심문 전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이 신속하고도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3) 변호인에게도 심문기일 피의자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중요사항이 법정에 현출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검찰은 ‘범죄피해자보호및지원에관한지침(대검지침)’ 제17조, ‘체포·구속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구속전피의자심문절차에 참여시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각주 64, 65) 검찰이 피해자 진술권을 본안에 준하여 보장하려는 이면에는 영장발부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이유와 피의자 및 변호인의 의견진술을 사실상 제약하는 목적이 있는 만큼(각주 66) 피의자를 위하여 변호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론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크다.
(4)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법관이 일정한 기준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에 준하여 구속기준을 정립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5) 영장기각의 경우에는 그래도 10줄 이상의 기각 사유를 기재한 후 기각하나, 발부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짧은 사유만(단어의 집합, 예컨대 “중형예상 되어 도주우려 있음”)을 기재하거나 체크하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
(6) 불필요한 의심이 들지 않도록, 그리고 검찰과 변호인이 모두 효과적으로 후속절차를 도모할 수 있게 아예 구속결정문을 작성하여 교부한다면 문제의 상당수를 해결할 수 있다. 끝.
* 형사전문변호사, 형사법 법학박사, 「수사와 변호」저자
▶ 각 주 ◀
1) 일본은 ① 체포영장의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통상체포의 경우 검사와 경부(警部-우리나라의 ‘경감’) 이상의 사법경찰관에게(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긴급체포의 경우 모든 수사기관에게 사후영장을 청구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동법 제210조 제1항), 실무상으로도 당해 긴급체포를 행한 경찰관이 직접 사후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일본범죄수사규칙 제120조 제1항). ② 그러나, 압수·수색·검증영장 및 감정유치장·감정처분허가장은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순사부장 이상의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 제224조 제1항, 제225조 제2항). ③ 기본권 제한이 심각하고 남용의 여지가 매우 강한 감청(通信傍受)영장의 경우에는 체포영장에 비해 보다 엄격한 자격제한을 가하여 국가공안위원회 또는 도도부현공안위원회가 지정한 경시(警視-우리나라의 ‘경정’) 이상의 경찰관, 검찰총장(檢事總長)이 지정한 검사에 한하여 청구할 수 있다(범죄수사를위한통신방수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이동희, “한국과 일본의 체포·구속제도에 대한 비교연구-체포·구속의 법제 및 실무운용을 중심으로-”, 「비교형사법연구」제11권 제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9, 71면 참조｝. ④ 그러나 구속의 경우에는 체포와 달리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점(형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 제205조 제1항)에서 우리와 같다(위 같은 논문, 74면).
2) 경찰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측면의 검찰의 영장반려 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영장청구를 과도하게 행사하는 남용의 문제점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게 한 헌법 규정은 검찰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 관청이라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므로, 객관의무를 위배하여 수사의 무기로 사용할 경우 구속제도가 본질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2014. 1. 춘천지검에 근무하던 현직 검사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에게 압수·수색·구속 등의 위협을 가하여 금품을 갈취한 사건을 보면 영장청구권의 독점문제는 남용될 경우 당사자에게 미치는 해악이 실로 지대하다고 볼 것이다(법률신문, 2014. 1. 27.자 15면; 같은 신문 2014. 2. 10.자 6면). 같은 논리로 전관변호사가 수사변호를 직·간접으로 시작하고 난 후 종전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까지 되었던 피의자를 별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했던 바로 그 검사가 구속취소를 하는 사례도 결국 크게 보면 구속에 대한 결정권을 검사가 전적으로 행사하는 문제점의 단면이다(拙著 수사와 변호, 박영사, 2015, 40-41면).
3) 변호인이 위와 같은 불만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검사는 구속기각 이유가 짧은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기각 사유를 자세히 적어서 주면 수사단계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검찰 측에서도 수사기법이 노출돼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한국일보 2017. 9. 14.자).
4)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인터뷰에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영장전담판사 사이에 축적돼온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고, 사건별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세세하게 기준 자체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하였는데(한국일보 2017. 9. 14.자), 나름대로 축적된 심사 기준이 있다는 것이 통제가능하고 공개된 투명한 심사 기준이 있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 부분의 문제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에 나름대로의 심사 기준이 있건 없건 계속하여 제기될 당위가 있다.
5)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심 영장판사들의 판단에 대해 고등법원에서 재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영장 항고제’가 입법으로 해결되면 검찰의 불만도 줄어들고, 좀더 공정한 영장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한국일보 2017. 9. 14.자).
6) 대법원은 영장재판에 대해 직접적 불복을 금지하고 간접적 방법으로 불복하도록 규정한 것은 입법형성의 자유라고 설시하면서, 검사의 영장기각재판의 변경을 구하는 재항고 신청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6. 12. 18, 선고 2006모646 결정).
7)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은 구속을 제한하는 지도 원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단 구속된 경우에도 가급적 석방되어 시민적 자유를 향유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죄의 추정을 받는 자에게 형벌과 같은 성격의 강제처분은 과할 수 없으므로 인신구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전형벌(vorgenommene Strafe)로서의 성질을 가질 수 없으며, 이것에 의한 형벌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일방예방(혹은 특별예방)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수사의 편의나 자백획득의 수단, 범죄에 대한 응징 그리고 피해회복의 수단으로서 인신구속을 악용하는 것은 허용되어지지 않는다. 위장된 구속사유(apokryphen Haftgründe)는 무죄추정의 법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할 때 구속은 수사 및 재판에 있어서 원칙이 아니라 다른 방법에 의해서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으로 사용될 때에만 정당성이 부여되어진다고 할 것이다(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4-815면).
8)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헌법재판소 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에서 유래.
9)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도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은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만부득이 인정되고 있는 제도이므로 구속이 도망의 방지나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구속의 목적을 넘어서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를 위하여 이용되어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의하여 남용되기 쉬우며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그것만으로도 불안, 공포, 절망, 고민, 정신혼란 등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입상실, 수입감소, 사회활동의 억제, 명예의 추락 등 많은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특히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는 자칫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한 고문·폭행 등이 자행되기 쉽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도 보장되기 어렵게 되며, 구속이 그 목적을 일탈하여 수사편의나 재판편의로 이용될 때 공소제기가 잘못되거나 재판이 잘못되어 원죄(寃罪)사건이 생기기 쉽다.」고 하여 구속제도의 남용을 우려하였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0) 따라서 최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한 종근당 회장의 욕설․강요 사건, 같은 취지로 영장이 반려된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또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참사를 낸 버스회사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영장 반려 건을 함부로 비판하여서는 아니 된다. 불구속수사원칙이 영장반려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면, 이는 검경 수사권 갈등의 현상으로 볼 수 없다(영남일보, 「변호인 리포트」칼럼, 2017. 9. 8.자).
11) 법원과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딸 정유라씨, 비선진료 이영선 전 행정관, '국정원 댓글' 관련자, 한국항공우주(KAI) 관련자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문제를 두고 언론을 통한 공방을 벌였다(뉴스토마토 2017. 9. 14.자). 검찰이 법원의 영장기각을 두고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하자(노컷뉴스 2017. 9. 14.자), 서울 소재 법원 형사재판부 부장판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취지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영장청구를 견제하기 위해 영장판사들이 존재하는데 최근 검찰 행태는 법관에게 모욕감을 줄 정도로 지나치다”며 “검찰이 법원을 수사를 도와야만 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하였고, 한 형사단독 판사는 “영장 기각을 거듭 부각시켜 여론전을 펴는 건 자신들의 수사상 잘못을 광고하는 셈일 수 있다”며 “발부되면 수사가 잘 된 것이고, 기각되면 법원이 무조건 잘못한 거냐”고 반문했다고 한다(한국일보 2017. 9. 14.자).
12) 법률신문, 기사, “법원, 작년 ‘감청 영장’ 발부율 94%"”, 2014. 10. 23, 1면 참조.
13) 조선일보 2017. 9. 28.자 기사.
14)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4면.
15)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4면.
16) 비례성의 원칙(법 제199조 제1항)은 강제처분의 실행과 기간 및 방법을 제한하는 이념이 된다(이재석, “수사와 인권”, 「비교형사법연구」5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815-816면;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8-259면 참조).
17) 비례성의 원칙(Grundsatz der Verhἂltnismἂßigkeit)이 구속법의 지배원리라고 보는 견해로,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5면.
18)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6면.
19)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하였거나 거액의 대출사기를 행하여 구속시켰는데, 사비로 피해액 대부분을 변제하거나 별도의 확실한 담보를 피해변제조로 제공하여 도주우려가 없다고 보아 구속을 취소하는 경우.
20) 일본 형사소송법은 우리 구속사유와 내용적으로 같으나, 다만 학설과 실무는 이에 더하여 구속의 필요성도 구속의 실질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구속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소송조건이 결여되어 기소가능성이 없는 경우, 주거가 부정하지만 확실한 신병인수자가 있는 경우,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지는 않지만 사안이 경미하여 구속함이 비례칙에 반하는 경우 등이 예시되고 있다(이동희, “한국과 일본의 체포·구속제도에 대한 비교연구-체포·구속의 법제 및 실무운용을 중심으로-”, 「비교형사법연구」11권 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9, 74면 참조).
21)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7면.
22)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7면. 물론 이재상 교수도, 이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경제적 지위나 직장 또는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도망할 염려를 부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일단 중형선고예상을 도망우려로 보고 나면 이재상 교수가 주장하는 기타의 예외사정에 주목하여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필자는 후술하듯이 이에 동의할 수 없다.
23) 同旨 하태훈 교수도, 도망의 염려를 판단함에는 병, 주거, 직장, 가족상황 등과 예상되는 형벌의 양, 전과유무, 연쇄범행여부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므로, 어느 하나의 사실만으로 도망의 염려를 인정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며, 또한 범죄혐의가 짙다거나 예상되는 형벌이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정한 주거, 가족상황, 고정된 직업과 지장에도 불구하고 경험상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불충분한 평가라고 보고 있다(하태훈, “인권보장을 위한 수사상의 인신구속제도의 개선방안”, 「안암법학」3권, 안암법학회, 1994, 365-366면 참조).
24)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7면.
25)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8면.
26)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8면; 하태훈, “인권보장을 위한 수사상의 인신구속제도의 개선방안”, 「안암법학」3권, 안암법학회, 1994, 366면. 하태훈 교수는 심지어 증인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있더라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 허용된 방어권행사를 위한 준비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이유이다.
27) 재범의 위험성은 형사소송법에 명문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구속사유로 논의되어 왔다. 당시 재범의 위험성에 대하여 하태훈 교수는, 이는 특히 연쇄방화범, 강도범, 강간 등 성범죄, 마약범죄에서 구속사유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 구속사유는 도망의 염려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개연적인 중범죄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서 구속을 인정하기 위한 사유이고, 이 구속사유는 개개인의 자유와 효과적인 범죄해결이라는 공적 이익과의 긴장관계를 나타내준다고 보았다. 즉 이미 행한 범죄의 침해와 종류와 정도에서 불법이 표현되고 행위자의 범죄적 성향이 표출되어 공동체의 안전성이 동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범죄로부터의 공동체보호가 포기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속이라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나, 다만 개인의 자유권보장을 고려하여 동일한 수법의 범죄를 범할 고도의 개연성이라는 일반적 요건 외에 실제 연쇄적으로 행하여지는 범죄 중 법익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제한적인 범죄영역에서만 구속사유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 교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독일 형사소송법 제120조a의 구속사유로서의 재범의 위험성을 합헌으로 보았다고 소개하였다(BVerf Beschluß v. 30. 5. 1973; BVerfGE 35, 185)｛하태훈, “인권보장을 위한 수사상의 인신구속제도의 개선방안”, 「안암법학」3권, 안암법학회, 1994, 366-367면 및 주33) 각 참조｝.
28)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56면; 오기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운용”, 「저스티스」통권 제103호, 한국법학원, 2008, 75면.
29) 김용세, “형사절차상 기본권 보장을 위한 형소법규정 및 실무현실에 관한 연구: 헌법적 형사소송의 원리에 기초한 분석적 고찰”, 「형사정책연구」19권 3호(통권 제75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8, 87면 참조.
30) 同旨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61면. 이재상 교수는, 형사소송법의 필요적 피의자심문제도는 ① 영장주의와 법적 청문권의 보장은 피의자의 구속을 제한하기 위한 법치국가원리의 내용이므로 비용과 소송경제를 이유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② 임의적 피의자심문제도는 체포 또는 구금된 피의자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관헌에게 신속히 인치될 것을 요구하는 국제인권규약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전피의자심문은 구속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절차이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때에는 그 선정의 효력이 제1심까지 미친다는 점(제201조의2 제8항)에 비추어 타당한 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31) 오기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운용”, 「저스티스」통권 제103호, 한국법학원, 2008, 76면.
32) 영장실질심사가 아니더라도 평소 민·형사 사건을 불문하고, 더러 “추가로 심리할 필요”, 또는 “재판부의 기록검토를 위하여”, 또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지켜보기 위하여” 등의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구속피의자 등 다급한 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인 입장에서는 답답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기일연기 또는 속행사유로 “피고인의 소재탐지를 위하여” 라거나 “합의여부를 지켜보기 위하여” 또는 “증인소환을 위하여”라는 사유일 경우에는 납득할 수 있지만, 재판부의 사정이 뻔해 보이는데 전자와 같은 사유들을 들어 일방적으로 공판기일(또는 변론기일)을 속행하는 경우, 또 심하게는 이미 결심된 사건에 대해 별다른 사정없이 지정된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거나 선고기일을 미루는 경우 사법부의 신의 또는 능력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33) 이와 같이 개악한 이유를 두고(필자가 볼 때에는 분명히 개악이다), 신동운 교수와 노명선 교수 및 이완규 전 지청장, 김인회 교수는 구속재판이 본안재판화되는 것을 막고, 심문이 증거보전절차로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신동운 교수는 이 같은 규칙 개정에 대해 판사를 면전에 두고 검사가 신문하는 것이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손쉬운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을 삭제한 것이라고 호평하였고, 김인회 교수는 영장재판 중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공판중심주의를 지키는 길이며, 이를 임의의 절차에 그치게 한 본안의 피고인신문절차와 균형을 이룬다고 찬동하였다(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8, 233면; 노명선‧이완규, 형사소송법 제4판, SKKUP, 2013, 258면; 김인회, 형사소송법, 피앤씨미디어, 2015, 134면).
34) 물론 통상의 공판절차에서도 피고인신문이 충실히 보장되지 않는다. 형사법관 중 상당수가 증거조사절차 완료 즉시 검사에게 구형의견을, 변호인에게 최후변론할 것을 기계적으로 권고하고 있어서 증거조사와 최후변론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피고인신문절차를 소홀히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임의적 절차로 규정된 피고인신문절차(법 제296조의2)를 필수적 절차로 법조문을 변경하든가 아니면 피고인신문을 할 것인지를 법관이 의무적으로 변호인에게 묻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시급하다. 현재는 다 끝나가는 즈음에 생뚱맞게 변호인이 번거로운 절차를 요청하는 것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점에서 문제이다. 나아가 피고인신문을 실시하는 중에도 법관에 의해 차단되는 경우가 있는데, 소송지휘권이 남용되어 변론권이 형해화되는 경우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 모호하게 입법된 법 제299조의 [불필요한 변론등의 제한] 규정으로 예견된 문제점이다. 소송지휘권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피고인신문절차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장래 피고인신문절차는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적대적 증인이 아닌 우호적 증인과 피고인에 대한 신문에서는 원칙적으로 재판부의 중간개입과 차단을 방지하는 쪽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야 한다(이러한 악용가능성이 있는 또다른 조문으로,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6 항소심에서의 피고인 신문 규정). 참고로 증거조사신청의 채택 확률과 증인 및 피고인신문에서 보여주는 재판부의 태도를 오해하여 비전관변호사와 국민들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35) 명칭은 그 무엇이라도 좋다. 형사소송법 제296조의2와 같이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한 사항에 관한 신문이어도 좋고, 제201조의2와 같이 판사의 심문에 준하는 심문이어도 좋다. 필자가 주장하는 절차는 문언적 의미의 신문과 심문의 차이를 넘어서서 범죄사실 및 구속사유에 대해 상세히 물어 현출시킬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36) 현재 체포적부심 청구사건, 구속적부심 청구사건을 심리할 때도 심문기일에 출석한 검사, 변호인은 피의자를 심문할 수 없으며, 의견을 진술할 수 있을 뿐이다(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9항, 형사소송규칙 제105조 제1항). 같은 지적을 할 수 있겠으며, 현행법은 법관의 전지전능을 전제로 체포‧구속사유를 직권으로 판단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방증이다.
37) 오기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운용”, 「저스티스」통권 제103호, 한국법학원, 2008, 76-77면.
38)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9판, 박영사, 2013, 264면.
39) 오기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운용”, 「저스티스」통권 제103호, 한국법학원, 2008, 77면, 주11).
40) 그렇게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가 허무하게도 한 쪽짜리에 불과한 형식적 요점만 남게 되어 발생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심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변소내용과 변호인의 변론내용이 상세히 남지 않았으므로 장래 석방을 위한 다른 절차를 밟더라도 종전의 심문내용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는 다른 법관을 새롭게 설득해야 하고, 따라서 주된 변론 방향은 사정변경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다. 현재 시점의 구속 계속의 필요성에 대한 것으로, 결국 구속영장 발부를 문제삼는 진정한 불복이 아니다(대한변협신문, 형사전문분야 칼럼, “법원의 영장판단과 남겨진 변호인의 역할”, 2017. 9. 11.자).
41) 대구지방법원과 김천지원의 최근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 작성․확인과정에서 그와 같은 일이 거듭 목격되었다.
42)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다’,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함’ 등.
43)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법학교수·검찰 실무연구회 발표자료, 2008. 6. 3, 170-171면.
44)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법학교수·검찰 실무연구회 발표자료, 2008. 6. 3, 178면.
45) 미체포피의자의 심문기일이 약간의 여유를 갖고 지정되는 경우는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28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피의자가 수사협조를 하였는지가 관건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어 문제이다. “판사는 미체포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하여 조사를 받고 귀가하였거나 수사기관에 임의출석하여 대기하고 있는 등 미리 심문예정일시를 기재하면 그 무렵 피의자가 법원에 인치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구인영장의 ‘인치할 장소’란 옆의 공란에 ‘심문예정일시’를 미리 기재하여 지정할 수 있다.”
46) 현재도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2에서 판사는 지정된 심문기일에 피의자를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변호인의 변론준비 시간부족이 피의자를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해석될 것인지 미지수다.
47) 형사소송규칙 제101조[체포‧구속적부심사청구권자의 체포‧구속영장등본 교부청구 등]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긴급체포서, 현행범인체포서, 체포영장, 구속영장 또는 그 청구서를 보관하고 있는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사무관 등에게 그 등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
48) 현재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9조 제3항도 (영장청구서를 제외한) 영장 청구사건의 소명자료로 제출된 수사기록 전반에 대하여 비공개를 명시하고 있어 함께 개정되어야 한다. “제1항․제2항 및 규칙 제101조에 따라 체포영장청구서 또는 구속영장청구서의 등본을 교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 청구사건의 소명자료로 제출된 수사기록 등은 공개하지 아니한다.”
49) 피의자심문의 정확한 절차에 대해서는,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45조 참조.
50) 대한변협신문, 형사전문분야 칼럼, “법원의 영장판단과 남겨진 변호인의 역할”, 2017. 9. 11.자
51)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내용이다. “1. 인멸의 대상이 되는 증거가 존재하는지 여부, 2. 그 증거가 범죄사실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 3. 피의자측에 의하여 그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 물리적‧사회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4. 피의자측이 피해자 등 증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52) 도망할 염려에 대한 내용이다. “1. 범죄사실에 관한 사정 (1) 범죄의 경중, 태양, 동기, 횟수, 수법, 규모, 결과 등, (2) 자수 여부, 2. 피의자의 개인적 사정 (1) 직업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2) 경력, 범죄전력, 범죄에 의존하지 아니하고도 생계를 유지하였는지 등 그 동안의 생계수단의 변천, (3) 약물복용이나 음주의 경력, 피의자의 도망을 억제할 만한 치료 중인 질병이 있는지 또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지 여부, (4) 다른 곳 특히 외국과의 연결점이 있는지 여부, 여권의 소지 여부 및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빈도, 3. 피의자의 가족관계 (1) 가족간의 결속력, (2) 가족 중에 보호자가 있는지 여부, (3) 배우자 또는 나이가 어리거나 학생인 자녀가 있는지 여부, (4) 연로한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지 여부, (5) 피의자에 대한 가족들의 의존 정도, (6) 가족들이 피의자에게 양심에 호소하는 권고나 충고를 하여 피의자를 선행으로 이끌만한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 여부, 4. 피의자의 사회적 환경 (1) 피의자의 지역사회에서의 거주기간 및 지역사회에서의 정착성의 정도, (2) 피의자 가족의 지역사회와의 유대의 정도, (3) 교우 등 지원자가 있는지 여부”
53) 신동운, “한국사회의 변화와 형사법학의 과제”, 「서울대학교 법학」28권 1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87, 86면; 이재석, “체포제도의 운용과 현실”, 「비교형사법연구」1권(창간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1999, 237-238면. 이재석 교수도 인신구속제도 운용의 기본원칙은 그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고 체포·구속기간을 단축함과 함께 체포 및 구속에 있어서 적정절차의 원칙을 유지하여 인신구속의 예외적 성격을 관철하는 것이 그 요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규문적 수사관에 입각한 수사편의를 우선 고려하는 입장에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어 인신구속제도 체계 전반에 대한 상호 제도보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54) 상급법원 또는 법관의 판단을 선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률신문, 오피니언, “법정구속”, 2014. 12. 22.자, 14면.
55)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가 법제화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는, 2011년 7월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형사소송법과 형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던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제’와 ‘내부증언자 형벌감면제’.
56) 2009년의 경우 전체 범죄자 중 구속기소율은 34%인데, 뇌물수뢰 피의자 537명 중 309명이 구속 기소되어 구속율이 57.5%인 점을 보면 구속율이 대단히 높다(류전철, “부패범죄의 척결과 예방을 위한 형사절차상 대응방안”, 「비교형사법연구」13권 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1, 837-838면 참조).
57)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50조 참조.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 구속영장의 해당란에 구속의 사유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주된 요소를 간략하게 기재할 수 있다.”
58)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51조 참조. “구속영장의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청구서 하단의 해당란 또는 별지에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취지와 이유를 간략하게 기재한 다음 연월일을 적고 서명날인하여 검사에게 교부한다.”
59) 조선일보, 기사, “[‘사법致死’ 고리 끊자][中] 법원, 영장발부 기준 모호… 이유 설명도 한줄뿐”, 2015. 5. 14.자 참조.
60) 법원 공무원의 거부취지는 “해준 사례가 없다. 나가서 안 되는 문서이다. 검찰에 가서 하라. 어차피 기소되면 기록에 붙지 않는가?”였다. 해당 직원은 아마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12조의2(영장 등 공개 제한) 규정(“체포․구속영장 및 그 청구서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근거로 삼은 것 같으나, 형사소송규칙 제101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61) 현재의 조문명인 ‘체포‧구속적부심사청구권자의 체포‧구속 영장등본 교부청구등’을 ‘체포‧구속된 자 및 그의 변호인,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 및 그의 변호인의 체포‧구속 영장등본 등 교부청구’로 개정하여야 한다.
62) 형사소송규칙 제101조를 근거로 (기각이유가 기재된) 영장청구서 등본교부를 청구하여도 검찰(영장계 및 수사검사)은 이미 영장심문이 종결된 마당에 변론목적이 소멸되었고, 피의자는 구속되지 않았으므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해당 조문을 형해화시킨다.
63) 한편 구속영장의 직접적 확보 이외에 구속이유의 통지라도 정확히 이루어진다면 구속영장의 등본을 교부받을 필요성이 줄어들겠지만, 실제 구속사실과 이유의 통지가 변호인에게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도 수사기관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과 동일하게) 변호인에게 법 제87조 제1항의 事項(사건명, 구속일시‧장소, 범죄사실 요지, 구속의 이유)을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7조, 형사소송규칙 제100조, 제51조), 실제 이러한 통지가 잘 되지 않아 변호인이 결과확인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64) 이재상‧조균석, 형사소송법 제11판, 박영사, 2017, 268면.
65)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피해자는 판사의 허가를 받고 방청할 수 있고(규칙 제96조의14 단서), 판사가 구속 여부 판단을 위해 필요할 경우 심문장소에 출석한 피해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규칙 제96조의16 제5항)에서 착안한 것이다.
66) 법률신문, 기사, “영장실질심사에 피해자 참여 시켜라”, 2015. 5. 18, 1-2면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