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묵비권을 확실히 고지하겠다는 대구경찰청’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07회차]

‘묵비권을 확실히 고지하겠다는 대구경찰청’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07] 묵비권을 확실히 고지하겠다는 대구경찰청

대구지방경찰청은 체포 시 단순히 피의사실 요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 체포․구속적부심사권의 고지 이외에 앞으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본래부터 고지해 온 위 언급된 내용들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규정에 따른 강제규정인데 반해, 진술거부권 고지는 미국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우리 체포실정상으로는 경찰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고지 여부가 일률적이지 않았다. 체포는 기습적 인신확보이므로 사실 체포행위 자체에 곤욕을 치르는데, 몸싸움 등을 거치면서 진술거부권까지 고지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 또 미리부터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신사적 수사방식은 실제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얻을 수 있는 피의자의 조서 외적 진술을 얻는 데에 방해가 되어 수사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대체로는 체포 시에는 묵비권을 고지하지 않고, 피의자신문을 시작하는 시점에 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사실 고지라기보다는 피신조서 앞부분에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불친절한 형태였다.

위와 같은 체포방식, 수사방식이 피의자에게 유리할 일은 없고, 체포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정당한 헌법상,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실정을 감안해 금번 대구지방경찰청이 마련한 경찰청 지침은 체포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묵비권)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체포 시 묵비권을 제대로 고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 연행 후 ‘체포시 권리 고지 확인서’를 작성하겠다고도 한다.

바야흐로 이제 경찰이 민주적 수사, 법 합치적 수사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에 앞서서도 경찰은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참여권을 검찰보다도 더 전향적으로 확대 인정한 사실이 있고, 자기변호노트를 허용하여 피의자가 수사받은 사항을 상세히 알고 변론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가 있다.

수사권 이양 시점에 경찰이 먼저 변하려 한다는 점, 보수색채가 짙은 대구사회의 그것도 경찰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인권 수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은 형사법 학자이자 형사전문변호사인 필자의 마음을 매우 만족시킨다. 필자는 저서 ｢수사와 변호｣에서 2015년부터,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 ‘수사단계의 변호권 강화방안’(2014년)에서부터 제대로 된 진술거부권 고지 등 피의자의 권리가 똑바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같은 경찰의 수사방식 변경은 자백편중 수사의 포기 내지 축소를 의미하며, 객관적 증거를 중시하는 과학수사 자신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과학수사는 객관적 증거를 수집․분석․복원하는 것으로, 국과수 감식과 감정 대부분이 그에 해당했다. 다만 국과수의 업무여건상 일선경찰서의 감정신청 등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각 지방경찰청마다 과학수사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적어도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 수준은 검찰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백은 고문, 협박, 기망, 강요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수사기관은 앞으로도 과학수사 기법을 향상시키고 자백편중 수사를 더욱 축소해야 한다(이 점도 필자는 종전 저서에서 꾸준히 강조해 왔다). 따라서 금번 대구지방경찰청의 당연하고도 새로운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상으로 대구성범죄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묵비권을 확실히 고지하겠다는 대구경찰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체포, 구속, 피의자신문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