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공격적 민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15회차]
‘공격적 민원’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15] 공격적 민원
지난해 12. 6. 울산지방법원은 특수상해,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노조 간부에 대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18고단558 판결). 검찰이 집행유예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실형을 선고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A노총 간부인 피고인은 산재보험 불승인 문제와 관련한 민원항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근로복지공단 지사장과 사전 약속 없이 방문하여 업무개선을 요구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한 민원항의를 넘어섰다고 봤다.
A노총 산하 전국○○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인 피고인은 조합원 10명과 함께 울산 남구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실에 들어갔다가 자리를 옮겨달라는 말을 듣고 화를 내며 화분을 차고, 벽면과 칸막이에 화분을 집어 던져 손괴했다고 한다.
또 자신을 촬영하는 직원에게 깨진 화분 조각을 집어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후 퇴거하지 않고, 태연하게 중국음식과 술을 시켜 먹은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행동이 적법한 사법절차를 통하지 않고 다수인의 위력으로 목적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상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은 깨진 화분 조각을 던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점에서 특수상해죄로 처벌되었는 바, 화분은 본래부터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깨진 화분 조각은 사용용도에 따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화분조각을 사람을 향해 집어던진 이 사건의 쟁점은 ‘깨진 화분 조각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가’였을 것이다.
나아가 피해자가 전치 2주의 비교적 가벼운 상처만을 입었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 되어 장래 2심에서 다투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치 2주의 상처인 경우 특수상해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해죄는 인정되지 않고 단순히 특수폭행죄로만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상해죄는 일상생활 중에서 저절로 완치될 수 있을 정도의 상처는 상해로 보지 않고,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하고 약을 복약하는 등 의료처치가 추가로 필요했던 경우 본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특수상해죄와 관련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본건과 같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서 상해를 한 경우에도 특수상해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위력을 보이는 방법으로 가해자 전원이 폭행할 필요가 없다. 일부는 직접 폭행을 가하고, 일부는 욕을 하며 주위에 서 있었다 하더라도 본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다중의 위력을 보인다는 점을 함부로 제한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편 본건 피고인은 재물손괴죄로도 처벌되었는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며 손괴한 경우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손괴한 경우 특수손괴죄로 가중처벌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본건 피고인을 특수손괴죄로 처벌했다 하더라도 법리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의 승인여부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에 따르며, 외부 의사와 공단의 자문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더불어 공단직원 및 자문변호사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 결과 불승인처분이 내려지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재판과정에서는 신체감정 및 상해의 원인사실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진다.
위와 같은 법적 불복절차를 밟지 않고 다중이 위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칫하면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환기시킨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의 항소심은 원심의 형을 유지하되 피고인의 지사 방문이 정당하고, 손괴 및 폭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반성하고 있는 점을 토대로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울산지방법원 2019. 2. 15. 선고).
이상으로 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공격적 민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특수상해, 재물손괴죄, 특수손괴, 폭행, 집행유예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