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범어동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자발적 음주와 심신미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17회차]

‘자발적 음주와 심신미약’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17] 자발적 음주와 심신미약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2019. 1. 22. 묻지마 흉기 살인미수범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부수처분으로는 2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포함됐다. 피고인은 심야시각에 귀가 중이던 여학생을 뒤 따라가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7차례 가슴과 목을 찔러 우발적으로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상해, 폭행죄가 아니라 살인의 고의가 맞다. 이 사건은 이처럼 살해행위에 나아갔으나 우연히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라서 살인미수죄가 적용됐다.

그런데 문제는 피고인이 알콜의존증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형법 제10조 제2항의 임의적 감경사유인 심신미약 주장이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이므로 작량감경에 앞서 법률상 감경을 받아 보겠다는 심산이다.

법률상 감경사유로는, 자수, 미수, 방조, 심신미약이 대표적인데, 이 중에서 심신미약은 술, 약물, 정신병에 의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약하므로 그가 한 행위를 온전히 그의 것으로 돌릴 수 없다는 취지에서 감경사유로 규정됐다. 책임감경 사유인데, 이 조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수적 감경사유였다가 김성수 사건으로 개정되어(2018. 12. 18.) 현재는 임의적 감경사유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결과적으로 심신미약 감경을 받지 못했다.

심신미약을 인정받기 위해 알콜의존 주장을 하는 것은 실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대 정신질환이거나 마약 등 환각물질에 취해 심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범행에 나간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사건 피고인은 생활고를 비관해 음주 후 범행에 나갔다고 하는 바, 이는 위험을 예견하고도 스스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것이어서 책임조각도, 책임감경도 받지 못한다고 형법 제10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이 사건 재판부도 피고인의 행위를 자발적 음주로 보았고, 범행전후 태도를 볼 때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

한편 미수감경과 관련해서는, 외부적 요인으로 결과발생에 장애가 초래된 것을 장애미수라고 하여 자의로 중지한 중지미수와 완전 다르다. 장애미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해 법관이 미수감경을 하지 않아도 되고, 중지미수일 때만 필수적 감면이 요구된다. 이 사건 법관이 미수감경을 했는지, 작량감경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살인미수죄에 징역 10년이 선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므로 감경 판단 없이 가중판단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피고인이 주점 여주인을 살해했을 때에도 피고인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었다.

이상으로 대구범어동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자발적 음주와 심신미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대구지방법원, 살인미수, 피고인 자수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