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형사사건 사실인정의 난해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23회차]

‘형사사건 사실인정의 난해함’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23] 형사사건 사실인정의 난해함

법관은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적용해 분쟁을 해결하고(민사, 이혼, 행정, 특허소송), 검사의 공소에 대해 심판하여 범죄자를 처단한다(형사소송). 위와 같은 법률의 적용과 선언에 있어 가장 앞선 단계는 사실의 확정이고, 사실확정은 자유심증에 따른다.

한편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증거에 따른다는 점은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이나 같다. 그 증거는 직접증거, 간접증거, 정황정거, 보강증거 등 모양과 수준이 다양하고, 그 외 법관은 경험법칙, 공지의 사실, 변론의 전취지를 보충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사실을 인정하는 수단과 수법이 복잡한 이유는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사건이 드물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하는 현장이 촬영된 휴대폰 영상이나 CCTV가 존재한다면, 흉기 구입내역, 흉기를 판매한 상인의 진술, 피해자를 죽이고야 말겠다고 다짐해 놓은 일기장 또는 메모, 피해자의 근무지를 목적지로 한 인터넷 지도 검색내역 등 간접증거, 간접증거는 확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형사사건은 직접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매우 많다.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은 당사자 간 처분문서, 행정청의 처분 및 기초자료가 상세히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형사사건은 우발적 범행이 많아 직접증거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또 계획적 범죄는 범인이 자신의 행적과 증거를 인멸․훼손하는 경우가 많아서 역시 직접증거 확보가 어렵다. 수사기관이 건질 수 있는 실무상 직접증거는 현행범이 아닌 바에야 고작 (흐리거나 각도가 안 맞는) CCTV, 계좌내역, 신용카드 내역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사정을 두루 보면, 직접증거의 확보가 어려우므로 간접증거, 정황증거가 실무의 세계에서는 판을 치고, 경험칙과 공지의 사실, 전문가의 감정의견, 수사와 소송에 임해 온 피고인의 태도(변론의 전취지)까지도 모두 살펴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부득이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두고 있고, 다만 자유가 현저히 자의적인 경우로 판단된 예외적 경우에는 원심을 파기하여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범죄사실, 즉 혐의에 대한 판단이 가장 어려운 순간은 수사단계의 것이다. 기소 전 검사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자백 진술을 보다 용이하게 받아내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경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법관은 주로 수사기관이 수집하여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구속사유를 판단해야 하고, 구속사유의 1순위는 범죄혐의 소명인데, 이것을 판단하는 것이 형사공판에서의 유․무죄 판별보다 더욱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 피의자의 변소와 변호인의 변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범죄를 입증할 것 까지 요구하지 않고 고작 소명할 것만을 요구하는 현행 구속제도 하에서 경솔한 판단을 하기가 쉽고, 그 경우 대부분의 피의자는 오판에 의해 구속돼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영장담당법관의 고충이 시작된다.

사법시험 합격자에 대해 실무교육을 실시하던 곳이 사법연수원이었다. 7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법시험이 사라져 앞으로 이곳은 법관 교육기관으로만 사용될 터인데, 사법연수원에서 가장 어렵다고 강조한 부분이 바로 사실인정과 증인신문기술이었다. 자의적 사실인정을 하고 말았다면 아무리 훌륭한 법규를 적용시켜도 틀린 답이 나오게 되므로, 사실인정론은 참으로 중요하고도 어렵다.

사실인정 화두에 대해 묵직한 걱정을 던진 분으로, 이정봉 검사가 있다. 이 검사는 ‘사실인정이라는 무거움’이라는 제목 하에, 사실인정이란 ‘오류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버거운 짐을 짊어진 채로 운명처럼 꿋꿋이 걸어가야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각주 1)

< 각주 >

1) 법률신문, 목요일언, “사실인정(fact-finding)이라는 무거움”, 2016. 11. 10.자.

이상으로 대구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형사사건 사실인정의 난해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다수의 형사, 민사 재판, 이혼 소송, 영장실질심사 사건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