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반려견주의 눈물겨운 희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34회차]

‘반려견주의 눈물겨운 희생’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34] 반려견주의 눈물겨운 희생

보통은 개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괴한에게 달려들다 총에 맞거나 술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불을 끄다가 죽고 만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았거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실제로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이 매우 강하다. 소년과 늑대가 생태계의 적수로 만났다가 늑대의 생명을 구해준 이후 그 늑대가 소년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마을로 돌아와 개가 된 영화(알파 : 위대한 여정)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은 보통 개를 사냥에 사용하기는 하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잡아먹는 경우가 많아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없을까. 놀랍게도 자신의 반려견이 우연히 만난 개에게 물려 죽지 않도록 온 몸으로 막아낸 개 주인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담으로 보도돼야 했던 이 사건은 불행히도 소송당사자가로 소개되어 안타까움을 준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5단독은 자신의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덤벼들던 진돗개에 맞섰다가 전치 12주와 영구 노동능력상실 16%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공격견의 주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했다.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있던 원고는 평소 목줄을 묶어두지 않고 생활하던 피고의 집 대문에서 뛰처나온 진돗개를 보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개를 보호하게 됐다. 진돗개는 애완견을 얕잡아 보고 공격했고, 원고는 진돗개를 막다가 손을 물리고 넘어져 허리를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았던지 피해자는 치료비, 위자료 등 4,300만원의 배상청구를 했고, 피고는 동물 점유자 책임을 지고 2,9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다만 원고도 진돗개를 안전하게 피하지 못하고 스스로 넘어진 과실이 있다며 과실상계를 30% 당했다.

앞서, 갑자기 달려나온 개를 피하지 못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칼럼(‘개를 안전하게 피해야 할 의무?’)을 쓴 적이 있다. 그 사건과 이 사건의 차이는, 이 사건 원고는 혼자 걷다가 개로부터 공격당한 것이 아니라 가해견이 자칫 흥분할 수 있는 상태, 즉 자신도 애완견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가해견을 맞닥뜨린 점이 다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사건 역시 가해자의 책임을 100%로 보고, 영구 노등능력 상실 16%의 손해를 입은 원고에게 과실상계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문제 있는 이 사건 판결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2018가단209302 판결이다.

사람을 무는 개를 묶어두지 않은 과실은 의외로 중할 수 있다. 만약 가해견주가 중과실치상죄로 기소됐다면 원만한 배상합의가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민사소송에 앞서 형사고소를 선행했더라면 좋았을 사건이다.

이상으로 대구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반려견주의 눈물겨운 희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형사고소, 중과실치상죄, 민사 손해배상 사건 등 다수의 형사 및 민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