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형사 이혼 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법관의 재판 불공정 염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141회차]

‘법관의 재판 불공정 염려’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141] 법관의 재판 불공정 염려

법관은 심판자이다. 심판권을 보유한다는 것은 남의 생사와 다툼을 공식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판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유능함이 아니다. 인자함도 아니다. 신속함도 아니다. 제 일의 덕목은 바로 공정성이다.

그런데 최근 편향된 판결로 어찌어찌 되었다는 둥, 심지어 하급심 법관의 판결 내지 심리과정에 전직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다는 둥 해괴한 일이 무수히 보도되었다. 실제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기소된 상태고, 몇몇 고명하던 대법관과 고위직 법관들이 추가 기소될 것이라고 한다.

만약 형사사건이건, 행정사건이건, 민사사건이건, 심지어 이 글의 바탕이 된 이혼사건이건 공정하지 않은 법관이 심리하고 판결할 경우 상급심에서 시정될 확률이 높다고 볼 것인가. 이는 시간의 차이를 둘 뿐 진실은 반드시 규명될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암장될 것인가의 절대절명의 중요한 문제다.

필자는 그간 여러 기회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려 왔다. 수사와 재판은 공정해야 하며, 법집행자인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촘촘한 제도를 설계해 자의를 막아야 하고, 수사와 재판과정은 철저히 공개돼야 하며, 검증받아야 한다는 말도 함께였다. 그리고 이미 엉망이 된 하급심 증거조사와 자의적 사실인정은 상급심 시정이 어렵다는 것도 여러 곳에서 말씀드렸다. 그만큼 재판의 공정이 중요한데도 불공정이 시정되기 어렵다면은, 불공정 의심 판사를 미리부터 교체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법에 두고 있는 제도가 바로 제척, 회피, 기피 제도다.

제척은 법상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별도 재판을 기다리지 않고(재판 유무에 관계없이) 법관을 당연히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며, 기피는 법상 제척사유 이외 재판의 불공정 사정이 있을 경우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재판에 의해 배제시키는 것이며, 회피는 제척사유 내지 불공정사정이 있을 경우 법관이 스스로 재판에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규정한 법률은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이고, 가사소송법과 행정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민사소송법은 제41조 내지 제50조에서, 형사소송법은 제17조 내지 제25조에서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가사소송법은 제12조에서, 행정소송법은 제8조 제2항에서 각각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위 법률의 규정들을 보면,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가사소송이든, 행정소송이든 어느 것 하나 재판 공정성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제척사유는 생각보다 좁고, 기피신청은 거의 백발백중 기각시켜 온 점, 회피신청을 스스로 하는 법관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삼성가 A 사장과 남편 B 전 고문의 이혼소송에서 대법원이 이혼소송의 항소인이자 기피신청 결정에 불복한 즉시항고인 B의 손을 들어 주어 화제다.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재판장에게 재판 불공정 의심 사정이 있다고 본 것이다. 과거 10여 차례나 재판장이 삼성그룹 고위직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재판부는 “기피신청 대상 법관과 C의 관계, 원고와 C의 삼성그룹에서의 지위 및 두 사람 사이의 밀접한 협력관계 등에 비춰보면,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인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기피 신청을 기각한 원심 판단에는 기피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힘들게 구한 ‘라이언 일병’ 선례가 되었다.

그간 기피신청을 심리한 재판부와 상급심인 대법원은 거의 항상 신청을 기각 내지 각하해 왔고, 변호사와 소송당사자의 막대한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동료 법관을 보호해 왔다(국민의 관점에서 추측하여 비난하는 바이다). 대법관이 민의의 총체인 위 각 명문법률을 사문화시키면서까지 법관 구성원을 보호할 권한은 없는 것인데도, “재판불공정성을 의심할 증거가 없다”라거나 “이미 재판부가 교체되어 신청의 이익이 없어 각하한다”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려온 셈이니, 비판이 당연하다. 그래서 필자가 금번 대법원 특별2부의 2018스563 결정을 ‘라이언 일병’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판결의 특색 내지 속마음을 보면, 과거에는 대법원이 법관의 기준에서 불공정 의심 여부를 판단했다면은 이번에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아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관계 내지 법관과 사건 사이의 특별이해관계 등)로 인해 불공정 재판 의심 사정이 발견되는지를 판단하여 차이가 있다. 관점의 전환이다. 그리고 불공정 재판 의심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하되, 그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되기만 하면 기피가 허용돼야 한다고 봄으로써 허용기준을 다소 완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국민의 관점에서 불공정 재판을 의심하기 시작한 대법원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공정한 재판 운운 구호만 천명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뒤에서 졸속재판, 기획재판, 편파재판을 한 사례들이 우리 사법역사상 매우 많았다. 적폐의 근본이 수사와 사법에서 시작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등으로 우리 사회를 부끄럽게 한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전향적 태도는 너무 늦었고, 그러나 환영한다.

한 가지 대법원에 더 당부하자면 앞으로 ‘재벌가’ 소송이라고 하여 이 같이 장고 끝에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말고, 돈없고 힘없는 일반 국민이 낸 각종 신청, 소제기에 대해서도 거의 항상 특별한 결정을 내려 주길 바란다. 재정신청, 이의신청, 재항고 등에 대해 순식간에 기각하는 버릇, 기각 주문 밑의 이유는 한 두 줄로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부실한 재판은 이제 멈춰져야 한다.

필자는 법률소비자와 시민을 위해 변론과 연구의 흔적을 상세히 남겨 왔다. 전국의 법조인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성실한 족적을 남겨 국민을 위한 법치를 실현해야 할 것으로 본다. 부실변론과 부실수사와 부실재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상으로 대구 형사 이혼 전문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법관의 재판 불공정 염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구속기소, 형사사건, 행정사건, 민사사건, 이혼사건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