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폭행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대한변호사협회 대구 경북 현직 1호 형사전문)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하여, ‘시민 형법_상해와 폭행죄_폭행죄(10)’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민과 형법 324회차]

‘시민 형법_상해와 폭행죄_폭행죄(10)’

‘시민과 형법’ (박영사)

제1편 변호인 리포트

제2편 전문분야 이야기

제3편 시민 형법

[28] 상해와 폭행죄

5. 폭행죄

(3) 폭행치사죄와 위법성

살인죄, 상해치사죄는 위법성조각 사례가 매우 드물다. 특히 상해치사죄(傷害致死罪)에서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을 부정하여 기본범죄인 상해로만 처벌하는 사안은 드물지 않게 발견되지만, 위법성을 조각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흔치 않다. 폭행보다 강한 상해의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을 적법한 행위로 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폭행치사죄(暴行致死罪)는 가벼운 유형력을 행사하였을 뿐인데 뜻밖에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고, 피고인의 고의는 상해보다 가벼운 폭행고의에 불과하므로 위법성을 조각함으로써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약한 타격과 상해보다 낮은 고의를 감안해 소극적 저항행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유형력의 행사로 사람이 죽었지만, 처벌을 면한 사례

▶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만 57세 남자인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일 오전부터 술에 만취하여 아무 연고도 없는 피고인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 지하실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의 유리창을 발로 걷어차 깨뜨리는가 하면 성기를 꺼내어 아무데나 마구 소변을 본 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고, 피고인은 가정주부로서 피고인의 집에서 혼자 있는 상태에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다가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동을 보고, 말로 어른이 술에 취해 무슨 짓이냐, 집밖으로 나가라는 요구를 하였으나 피해자는 오히려 피고인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마구 퍼부으면서 횡설수설했고, 결국은 피해자가 집밖으로 나갔으나, 피해자가 유리창을 깬 것을 안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가서 유리창 값을 받을 생각으로 피해자의 뒤를 따라가자 뒤돌아보면서 다시 피고인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할 뿐더러 피고인이 “당신집이 어디냐, 같이 가서 당신 부인으로부터 유리 깨어진 것 변상을 받아야겠으니 같이 가자”고 왼손으로 피해자의 어깨 위쪽을 붙잡자, 피해자는 “내가 들어있는 방이 금1,400,000원이니 당장 금 1,400,000원을 내어 놓으라”고 피고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요구를 하면서 다시 “이 씹할 년아 개 같은 년아”하면서 욕설을 계속하므로, 피고인이 더 이상 이를 참지 못하고 빨리 가라면서 잡고 있던 왼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부위를 밀치자 술에 만취하여 비틀거리던 피해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져 시멘트바닥에 이마를 부딪히면서 1차성 쇼크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가정주부인 피고인으로서는 예기치 않게 피해자와 맞닥뜨리게 되어 위와 같은 행패와 엉뚱한 요구를 당하는가 하면 상스러운 욕설을 듣고 매우 당황하였으리라고 보여지고, 이에 화도 나고 그 행패에서 벗어나려고 전후 사려 없이 피해자를 왼손으로 밀게 된 것으로 인정되며, 그 민 정도 역시 그다지 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행패를 저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소극적 방어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해자가 비록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고는 있었지만 피고인의 위 행위가 정당행위인 이상 피해자가 술에 취한 나머지 여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미는 정도의 행위로 인하여 넘어져 앞으로 고꾸라져 그 곳 시멘트가 돌처럼 솟아 있는 곳에 이마부위를 부딪히게 되고 이로 인한 1차성 쇼크로 사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망의 결과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형식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에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소론의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하지 아니하며, 논지는 이유가 없다.｣(각주 1)

< 재판 실무 >

(1) 피해자는 상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범죄피해 후 반드시 상해진단서를 끊어두어야 한다. 복합 상해를 당한 경우라면, 안면부에 대해서는 성형외과와 치과의 것을, 뼈에 대한 것은 정형외과, 신경과 인대에 대한 것은 신경외과, 복부 내 장기에 대한 것은 내과로 구분하여 각 전문의의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유리하다. 한 부위에 대한 진단서만 받아둔 후 뒤늦게 애초에는 제출하지 않았던 진단서를 새롭게 끊어 제출할 경우 상해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상해진단서와 별도로 상해부위 사진을 찍어 함께 제출하여도 좋다. 사진은 진단내용을 보강하는 자료가 된다.

한편 상해진단서와 별도로 장래 치료계획이 포함된 소견서, 신체장애진단서를 함께 발부받아 둘 경우 장래의 민사소송에서 주요한 입증자료가 된다. 민사소송에서는 기 치료비, 장래 치료비, 기 일실수익, 장래 일실수익, 위자료 모두의 합산금액을 청구해야 한다. 원고의 증거자료에 대해 피고가 다툴 경우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들을 모두 참작하여 감정의견이 나오게 된다. 법관은 감정결과에서 확인되는 배상액 모두를 인정할 수도 있고,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일부만을 인정할 수도 있다.

(2) 위 (1)과 같이 피해자의 측면에서 바라본 상해진단서의 효능 및 역할과는 달리,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1차 의원의 진단은 전문적 검사를 통한 소견이 아니라 임상적 추정소견에 불과하여 정확한 진단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피해경위가 작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할 경우 진단일수가 많이 나오도록 발급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환자와 짜고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허위진단서(각주 2)는 가해자를 처벌시키는 증거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와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을 속이는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진단서의 내용이 과학적 근거를 따르지 않았거나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경우 법원감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감정에서는 최종결과가 회시되기 전까지는 보완감정신청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보강하여 감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3) 폭행이 아닌 것으로 착각하여 주장(항변)하는 경우가 있다. 때리지 않았고 단순히 멱살만 잡았다거나, 손목을 잡고 잠시 후 놓아주었다는 주장, 삿대질만 하였을 뿐이라거나 얼굴에 침을 뱉았을 뿐이라는 주장 등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폭행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이기만 하면 되고, 반드시 안면부나 복부를 타격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그러므로 피의자들의 그러한 항변은 확고한 법리와 수사실무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합의 불발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폭행죄는 합의만 되면 수사가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폭행사실을 인정하고 조기에 합의하는 것이 좋다. 범죄를 부인하여 피해자와 척을 진 후에는 합의가 어렵거나 합의금액이 상승되는 경우가 많다.

(4) 폭행치사죄의 대표적 예는 안수기도다. 병을 고쳐준다며 다수인이 피해자를 꼼짝 못하게 한 후 손과 발 등으로 때리고 밟는 행위는 악귀를 물리쳐 병을 낫게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위험하고 비과학적이며, 그간 다수의 안수기도 사망사건 발생이 보도되었는데도 위험한 종교의식을 한 것이므로 용서받지 못한다.

한편 목사가 안수기도를 하는 것은 폭행치사죄로 처벌하는 반면, 정신병 증세가 있던 피고인이 노모의 병 치료를 위해 안수기도를 하다가 모를 사망케 한 것에 대해서는 존속폭행치사죄(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대신 존속살해죄(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로 처벌하는 실무례가 있는데,(각주 3) 이는 다르지 않은 사안에서 고의를 다르게 인정한 것으로 형평에 반하고, 경솔한 처사다. 5년 이상의 법정형은 감경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지만, 7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하면 2중 감경을 받지 않는 한 실형이 선고되므로 피고인에게 가혹하기까지 하다.

< 각주 >

1) 대법원 1992. 3. 10, 선고 92도37 판결.

2) 비록 그 문서의 명칭이 소견서로 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의사가 진찰한 결과 알게 된 병명이나 상처의 부위, 정도 또는 치료기간 등의 건강상태를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면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진단서에 해당된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2083 판결).

3) 대구고등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노501 판결.

이상으로 대구성폭행사건변호사 천주현 박사의 저서 ‘시민과 형법’을 통해 ‘시민 형법_상해와 폭행죄_폭행죄(10)’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구에서 폭행치사죄, 상해치사죄, 살인죄 사건 등 다수의 형사사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